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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29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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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화: 삼십육빌딩 탐색과 정예 수귀

물방울이 뚝, 뚝 떨어지는 소리가 젖어 버린 콘크리트 로비의 유일한 규칙성을 이루고 있었다.

대원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수귀들의 가슴팍을 가르고 엄지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마정석 조각들을 캐냈다. 수거한 마정석들이 강진의 손끝에 닿을 때마다 시스템 내부에서 푸른 빛을 발하며 분해되어 사라졌다.

[마정석 조각 12개를 감정 및 헌납합니다.]

'수귀 한 마리당 기본 20 SP에 마정석 헌납 가치가 3 SP 수준이군. 나쁘지 않아. 1층 로비 소탕만으로도 약 300 SP에 가까운 이득을 올렸다.'

강진은 뇌전의 소방도끼를 어깨에 얹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에스컬레이터 위로 이어지는 2층 통로는 깊은 어둠과 자욱한 안개에 가려져 있었다. 안개는 단순한 기상 현상이 아니라, 강물의 마력과 마물들의 음산한 기운이 뒤섞인 불길한 기류였다.

"태훈 씨."

"예, 대리님."

"고글은 잘 작동합니까?"

태훈은 지급받은 마력식 적외선 고글을 만지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안개 속에서도 형체와 열 반응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대아 캠프에서 쓰던 야간 투시경보다 백 배는 낫습니다. 총기도 방수 코팅 덕분에 물이 튀어도 화약이 젖을 염려가 없어서 안심이 됩니다."

"다행이군요. 방수 코팅은 탄약 내부의 가스 팽창까지 최적화해주니 사거리와 반동 제어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대원들은 2인 1조로 대열을 유지하고, 2층으로 진입합니다."

대원들이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딛고 올라섰다.

2층은 과거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즐비했던 쇼핑몰 구역이었다. 사방에 널린 쇼윈도 유리 파편들이 물 밑에서 흐릿하게 반짝였다. 1층만큼은 아니었지만 발목이 잠길 정도의 자갈과 흙탕물이 흘러넘치고 있었다.

서걱, 서걱.

진흙을 밟는 소리조차 짙은 공기 속에 묻혔다. 강진은 헬멧의 투시 센서를 최대 범위로 끌어올렸다.

시야 속 붉은 격자선 너머로, 2층 오피스 로비 입구와 기둥 뒤편에 도사린 붉은 열원들이 감지되었다. 대원들에게는 단순한 어둠이었겠지만, 강진의 눈에는 사냥감들의 좌표가 선명히 찍혀 있었다.

"기둥 뒤 셋, 천장 구조물 위에 둘. 태훈 씨는 천장을 맡아주십시오."

강진이 속삭이듯 무선기로 지시를 내렸다. 태훈은 고글을 통해 천장 환기구 아래에 매달린 수귀의 형태를 포착했다.

타앙!

소음기를 장착한 소총이 가볍게 불을 뿜었다. 총알은 방수 코팅의 반동 제어를 받아 정확하게 천장에 매달린 수귀의 미간을 관통했다.

"키엑!"

짧은 비명과 함께 묵직한 마물이 바닥의 물웅덩이로 처박혔다. 그와 동시에 기둥 뒤에 숨어 있던 수귀 세 마리가 물러설 곳이 없음을 깨닫고 폭발적인 속도로 튀어 나왔다.

"사격!"

대원들의 소총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탕, 탕, 탕! 방수 코팅 탄환이 점사로 쏟아지며 수귀들의 어깨와 허벅지를 찢어발겼다.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수귀들을 향해 강진이 번개처럼 쇄도했다.

스파아악!

전기 스파크가 튀는 소방도끼가 횡으로 허공을 갈랐다. 톱날이 수귀의 목을 깔끔하게 절단했고, 절단면을 타고 흐른 고압의 전류가 나머지 한 마리마저 감전시켜 빳빳하게 굳혔다. 강진은 가볍게 도끼를 고쳐 쥐고 마지막 남은 녀석의 척추를 찍어 내렸다.

퍼억!

전투는 순식간에 끝났다.

대원들이 주위를 경계하는 사이, 강진은 매장 안쪽의 구석진 사무실로 향했다. 문가에 진흙 묻은 인간의 뼈가 드러나 있었다.

"대장님, 여기 흔적이 있습니다."

한 대원이 부서진 금고 옆을 가리켰다. 백골이 된 인간의 시체와 함께 낡은 가죽 배낭이 뒹굴고 있었다. 배낭을 열어보니 물에 젖어 잉크가 번진 수첩이 들어 있었다.

강진은 수첩을 펼쳐 내용을 확인했다. 수첩 주인은 삼십육빌딩에 고립되었던 과거 생존자 중 한 명이었던 모양이다.

[…식수가 다 떨어졌다. 한강 물을 길러 가던 동료들이 모두 수귀들에게 끌려갔다. 놈들은 인간을 즉시 죽이지 않는다. 지하 1층 보일러실과 기계실 쪽에 자신들의 산란장을 만들어두고, 산 채로 알의 먹이로 삼으려는 것이다. 제발 누구든 이 글을 본다면…….]

수첩의 마지막 장은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지하 산란장이라."

강진은 턱을 매만졌다. 삼십육빌딩의 꼭대기에는 '심해의 감시자'가 있고, 지하 1층 기계실에는 수귀들의 산란장이 있다는 유용한 정보였다. 산란장이야말로 수귀들의 본거지이자, 엄청난 양의 마정석과 자원이 쌓여 있을 핵심 노다지 지역이었다.

그때, 2층 깊숙한 업무 구역 통로에서 무시무시한 포효가 울려 퍼졌다.

"우오오오오-!"

일반적인 수귀의 비명과는 차원이 다른 중저음의 묵직한 진동이었다. 통로를 가득 채우고 있던 안개가 거센 기류에 밀려나듯 양옆으로 갈라졌다.

철벅, 철벅!

천천히 걸어 나오는 존재는 일반 수귀보다 배는 큰 덩치를 자랑하고 있었다. 키가 2미터는 족히 되어 보였고, 온몸의 비늘은 거무스름한 강철빛을 띠고 있었다. 등 뒤에는 가시가 돋아난 지느러미가 흉포하게 솟아 있었으며, 오른손에는 한강 진흙에서 건진 듯한 녹슨 닻을 무기 삼아 들고 있었다.

"수귀 정예 대장인가."

강진의 헬멧 화면에 대상의 정보가 붉게 명멸했다.

[개체 감정: 강철비늘 수귀 대장 (2성급 - 정예)]

"대원들은 사격 준비! 놈의 눈과 관절을 노려라!"

강진의 지시와 함께 대원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탕! 탕! 탕! 탕!

하지만 정예 대장의 껍질은 차원이 달랐다. 탄환들이 단단한 검은 비늘에 부딪히며 불꽃을 튕길 뿐, 깊숙한 타격을 주지 못했다. 놈은 닻을 크게 휘둘러 날아오는 탄환들의 궤적을 쳐내며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왔다.

"비켜라!"

강진이 소리치며 대원들의 앞으로 나섰다.

강철비늘 수귀 대장이 포효하며 녹슨 닻을 내리찍었다. 콰앙! 대리석 바닥이 박살 나며 물과 돌가루가 사방으로 튀었다. 강진은 가볍게 몸을 날려 일격을 피한 뒤, 놈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부아아앙!

체인소 소방도끼의 시동을 터뜨리며 강진이 사선으로 올려쳤다.

파지지지직!

도끼의 회전하는 톱날이 수귀 대장의 옆구리 비늘을 파고들자, 억눌려 있던 뇌전의 마력을 품은 스파크가 폭발하듯 사방으로 튀었다.

"크아아악!"

아무리 단단한 비늘이라도 수중 환경에서 전도되는 강력한 전기 속성 공격에는 무방비였다. 뇌전의 마정석 효과가 발동하며 수귀 대장의 거대한 신체에 푸른 전류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놈의 움직임이 일순간 마비되어 굳어졌다.

강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도끼를 고쳐 쥐고 회전력을 더해 놈의 목덜미를 정면으로 베어 넘겼다.

서거억! 콰자작!

전류의 폭발과 함께 톱날이 목뼈를 부수며 파고들었다. 검푸른 피가 뿜어져 나오며 수귀 대장의 거구가 힘없이 바닥으로 무너졌다. 무릎 높이의 물 위로 묵직한 파편과 함께 거대한 몸체가 쓰러지며 엄청난 물보라가 일었다.

강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도끼를 내렸다.

[2성급 정예 마물 '강철비늘 수귀 대장'을 처치했습니다. 150 SP를 획득합니다.]
[전투 공헌도 100%. 전리품 '수귀 대장의 강철 갈퀴'가 획득되었습니다. 시스템 보관함으로 전송됩니다.]

"대단하십니다, 대장님."

태훈이 감탄하며 다가왔다. 대원들 역시 경외 가득한 시선으로 강진을 바라보았다. 2성급 정예 몬스터를 단 두 합 만에 사살해버리는 무력은 시스템 아티팩트의 힘이라 해도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강진은 수귀 대장의 시체에서 커다랗고 맑은 청색 마정석을 회수했다. 일반 마정석 조각보다 서너 배는 큰 크기였다.

"수집품 감정."

[감정 완료: 고순도 수마정석 (2성급)]

"이거 하나에 50포인트라니, 역시 정예답군."

강진은 마정석을 즉시 시스템에 헌납했다. 포인트 수치가 1,733.5 SP로 상승했다.

"대장님, 2층 안쪽의 수귀들도 놈이 죽자 갈팡질팡하며 후퇴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퇴각하는 놈들을 쫓아 지하 산란장으로 향한다. 지하의 본거지를 부수고 자원을 싹 쓸어 담은 뒤에 윗층으로 올라간다. 전투 중 얻은 전리품은 상점에 바로 헌납하고, 소모된 탄약은 실시간으로 보급해 줄 테니 아끼지 말고 쏟아부어라."

강진의 선언에 대원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보급 걱정이 없는 전장이야말로 군인들에게 가장 든든한 축복이었다.

대아 캠프의 삼십육빌딩 토벌 작전은 이제 2층을 넘어 마물들의 심장부인 지하 산란장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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