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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28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28화: 수중용 탄약과 삼십육빌딩 진입

대아 캠프로 돌아오는 길, 장갑 트럭의 낡은 엔진 소리가 한강변의 무거운 적막을 깨트렸다. 조수석에 앉은 강태훈은 시종일관 침을 삼키며 창밖의 짙은 안개를 주시하고 있었지만, 운전대를 잡은 강진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다.

구덕만 선장이 이끄는 선상 캠프와의 첫 거래는 대성공이었다. 대아 캠프는 당장 남아도는 생수 500병을 넘겨주고 마정석과 각종 기계 부품 등 무려 800 SP 가치의 자원을 일시불로 확보했다. 게다가 남은 1,500병의 생수를 선대해주며 2주 내로 마정석 1,500개 상당을 돌려받기로 계약을 맺었다. 일반적인 생존자라면 불가능에 가까운 자살 행위로 보였겠지만, 강진에겐 철저히 계산된 비즈니스였다.

'계약 위반 시 영혼이 종속되는 계약서라니. 시스템의 계약 권능은 볼 때마다 소름이 돋는군.'

강진은 속으로 실소를 지으며 눈앞에 띄워둔 시스템 창을 응시했다.

[현재 보유 SP: 2,111.5 SP]

2,100포인트가 넘는 거금. 대재앙 발발 이후 이토록 많은 보급 포인트를 한 번에 손에 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삼십육빌딩이라는 2성급 마물 소굴을 공략하고, 한강 이남으로 향하는 안전한 무역로를 개척하기 위해서는 아낌없는 투자가 선행되어야 했다.

"대리님, 정말 저 거대한 빌딩을 치실 생각입니까?"

태훈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걱정이 묻어났다.

"삼십육빌딩은 강 건너 군인 출신 생존자들도 감히 진입하지 못했던 곳입니다. 사방이 물로 가득 차 있어서 수귀(水鬼)들이 물 안팎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습격한다고 들었습니다. 게다가 총기나 장비가 물에 젖으면 오작동할 확률이 극도로 높아집니다. 수중전은 우리에게 너무 불리합니다."

강진은 운전대를 쥔 손가락을 톡톡 두드렸다.

"태훈 씨. 물이 차 있고 괴물 득실거린다면, 다른 놈들은 절대 그 안의 자원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뜻이지. 즉, 삼십육빌딩 전체가 우리만을 위해 보존된 거대한 노다지라는 소리야. 그리고 상인은 언제나 수요를 창출하고 공급을 지배해야 해. 위험하다고 발을 빼면 영원히 독점 권력을 쥘 수 없어."

강진이 힐끗 태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물론, 내가 맨몸으로 개죽음을 당하러 갈 위인은 아니라는 걸 잘 알 텐데?"

"아…… 그렇긴 합니다만."

태훈이 머리를 긁적였다. 강진이 지닌 보급 권능은 늘 상상을 초월하는 장비와 물자를 만들어내곤 했다. 이번에도 분명 대책이 있을 터였다.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강진은 물류창고 안쪽에 마련된 자신만의 집무실로 향했다. 문을 걸어 잠근 그는 즉시 만능 보급 상점을 열었다.

"자, 쇼핑을 시작해볼까."

삼십육빌딩의 환경적 패널티를 무력화할 장비들이 필요했다. 물로 가득 차 있거나 안개가 자욱한 빌딩 내부에서 시야를 완벽히 확보하고, 물속에서도 화력 손실 없이 적을 섬멸해야 했다. 강진은 보급 상점의 카테고리를 빠르게 훑어내렸다.

[구매 아이템: 뇌전의 마정석 (1성급)]

[구매 아이템: 방수용 특수 실란트 코팅액 (1성급)]

[구매 아이템: 마력식 적외선 고글 (1성급)]

망설임 없이 구매 버튼을 눌렀다. 스르릉 하는 시스템의 기계음과 함께 850 SP가 차감되며 강진의 책상 위로 붉은 빛무리와 함께 물건들이 소환되었다.

[85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강진은 먼저 자신이 애용하던 주무기인 '체인소 소방도끼'를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날카로운 톱날이 달린 소방도끼는 대재앙 초기 고블린 무리를 학살할 때부터 함께해 온 신뢰할 수 있는 무기였다. 그는 도끼 손잡이 똬리 부분의 소켓에 붉게 빛나는 '뇌전의 마정석'을 갖다 댔다.

치이이이익-!

마정석이 자석처럼 도끼에 빨려 들어가 박히는 순간, 은빛 도끼날과 톱날 사이로 파르르한 푸른 전류가 아크를 일으키며 뿜어져 나왔다.

[무기 합성 및 강화 완료!]

"아주 만족스럽군."

물속이나 젖은 적에게 가하는 추가 대미지 옵션은 삼십육빌딩의 수귀들에게 재앙 그 자체일 터였다.

다음은 합성 단계였다. 강진은 마력식 적외선 고글 한 개와 창고에서 수거해 두었던 방탄 전술 헬멧을 시스템 합성 창에 올렸다.

[합성을 시도하시겠습니까? (소모 SP: 100 SP)]
"합성해."

콰아아아!

두 장비가 은빛 광막에 휩싸이더니 하나의 세련된 헬멧으로 융합되었다.

[합성 성공!]

꼭대기 층에 은거한다는 '심해의 감시자'가 가진 정신 붕괴 능력을 대비하기에 안성맞춤인 장비였다. 강진은 만족스럽게 헬멧을 써본 뒤, 방수 코팅액을 자신의 소총과 탄약통에 골고루 분사했다. 칙 하는 소리와 함께 탄약과 소총 표면에 보이지 않는 얇은 마찰 방지 및 방수 막이 씌워졌다. 남은 고글과 코팅액은 태훈에게 지급할 생각이었다.

정비를 마친 강진이 방 밖으로 나오자, 물류창고 연병장에는 강태훈을 비롯한 대아 캠프의 정예 대원 10명이 단단히 군장을 꾸린 채 대기하고 있었다.

"다들 들었겠지만, 이번 목표는 삼십육빌딩이다."

강진의 목소리가 엄숙하게 울려 퍼졌다.

"그곳은 수귀들이 득실거리는 지옥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캠프가 한강을 넘어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관문이기도 하다. 내가 직접 앞장설 테니, 대원들은 내 신호에 맞춰 엄호하고 퇴로를 확보한다. 알겠나?"

"예, 대장님!"

대원들이 일제히 군기 잡힌 목소리로 응답했다. 강진은 대원들에게 각각 생수와 보급형 전투식량, 그리고 방수 코팅이 적용된 탄약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었다. 부하들을 위험한 전장으로 몰아넣을 때는 그에 걸맞은 완벽한 보급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법이었다.

그렇게 대아 캠프의 정예 원정대는 튼튼하게 보강된 장갑 트럭을 타고 삼십육빌딩으로 향해 출발했다.


여의도 초입에 들어서자, 강바람에 실려 온 비릿하고 퀴퀴한 물비린내가 코를 찔렀다.

과거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이제 잡초와 이끼가 무성한 무덤처럼 변해 있었다. 그리고 저 멀리, 한강 안개 속에 반쯤 잠긴 거대한 빌딩의 실루엣이 모습을 드러냈다.

황금빛으로 번쩍이던 과거의 영광은 간데없고, 검붉은 녹과 강물이 싣고 온 진흙으로 뒤덮인 삼십육빌딩은 마치 거대한 심해 괴수의 사체처럼 음산하게 서 있었다. 빌딩 하단부는 한강 수위 상승으로 인해 이미 반쯤 침수된 상태였다.

트럭이 빌딩 앞 광장에 멈춰 섰다. 강진은 차에서 내려 '심연의 수색자 전술 헬멧'의 투시 기능을 활성화했다.

우웅-.

시야가 붉게 물들며 빌딩 내부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1층 로비 바닥은 한강 물이 들이쳐 무릎 높이까지 차 있었고, 그 어둡고 차가운 물속에서 무언가가 지저분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나둘이 아니었다. 수십 개의 붉은 마력 반응이 로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사방이 온통 물이군요. 발소리를 죽이고 침투해야겠습니다."

조수석에서 내려 강진의 옆에 선 태훈이 침을 삼키며 소총을 다잡았다. 강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어차피 놈들은 우리가 온 걸 진작에 눈치챘으니까."

강진이 먼저 출입문의 깨진 유리창 사이로 무릎까지 차오른 더러운 물을 헤치며 진입했다. 철벅, 철벅 하는 묵직한 물소리가 적막한 로비에 울려 퍼졌다. 대원들도 총구를 사방으로 겨눈 채 강진의 뒤를 따랐다.

그 순간.

쉭! 쉭!

물밑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궤적을 그리며 접근해 왔다.

"온다! 사방 경계! 12시 방향 물밑!"

태훈의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로비의 물이 크게 요동치며 괴수들이 솟구쳐 올랐다.

창백하게 불어 터진 인간의 시체 같은 몸뚱이에, 어류처럼 징그러운 초록빛 비늘이 돋아난 괴물들. 손가락 사이에는 팽팽한 물물막이가 있었고, 아가리에는 날카로운 이빨이 톱니처럼 박혀 있었다. 2성급 마물, 수귀(水鬼)들이었다.

"키에에에엑!"

수귀 세 마리가 물을 차고 뛰어오르며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고 강진을 향해 덮쳐왔다.

강진은 피하지 않았다. 대신 오른손에 쥔 뇌전의 소방도끼의 엔진 스위치를 켰다.

부르르릉!

엔진이 포효함과 동시에 톱날을 따라 푸른 전류가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강진은 덮쳐오는 수귀들을 향해 도끼를 횡으로 크게 휘둘렀다.

콰지지직!

"끄아아아악!"

도끼날이 선두에 서 있던 수귀의 옆구리를 가르는 순간, 톱날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번개가 폭발하듯 사방으로 튀었다. 전류는 물을 매개체로 삼아 로비 전체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파지지지직!

"키에엑! 끄륵!"

로비 전체가 푸른 번갯빛으로 눈부시게 번쩍였고, 물속에 잠복해 있던 수십 마리의 수귀들이 비명을 지르며 사지를 경련했다. 물속에서 전기 대미지가 50% 폭증하는 옵션의 파괴력은 그야말로 파멸적이었다. 물 위에 둥둥 떠서 경련하는 괴물들의 모습은 마치 그물에 걸린 물고기 떼 같았다.

"지금이다! 총기 사격! 확실하게 머리를 날려라!"

강진의 호령에 대원들이 일제히 방수 코팅 소총의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탕! 탕!

귀를 찢는 총성과 함께 코팅된 철갑탄들이 수귀들의 이마와 목덜미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물속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며 오작동 없이 불을 뿜는 화기의 신뢰성에 대원들의 눈에 경이로움이 스쳤다.

강진 역시 경련하며 발버둥 치는 수귀들의 머리를 차례로 짓밟으며 소방도끼로 가차 없이 내리찍었다.

[수귀(2성급)를 처치했습니다. 20 SP를 획득합니다.]
[수귀(2성급)를 처치했습니다. 20 SP를 획득합니다.]
[수귀(2성급)를 처치했습니다. 20 SP를 획득합니다.]

귓가에 연달아 울리는 경쾌한 시스템 메시지에 강진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순식간에 200 SP에 가까운 보급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로비는 정리됐다. 흩어져서 마정석을 수거해라."

강진의 명령에 대원들이 신속하게 움직이며 쓰러진 수귀들의 가슴을 갈라 마정석 조각을 캐내기 시작했다. 강진은 젖어 있는 에스컬레이터 계단 위, 짙은 어둠과 안개가 똬리를 틀고 있는 삼십육빌딩의 위쪽을 주시했다.

진짜 지옥은 이 계단을 올라가면서부터 시작될 터였다. 하지만 강진의 입가에는 짙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 거대한 빌딩을 한 층씩 청소해 나갈 때마다 얻게 될 SP와 장비들의 가치는 그를 더욱 강력한 보급상인으로 만들어줄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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