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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26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26화: 한강 선상 캠프와 생수 무역

마포대교의 흉측한 괴수 둥지가 파괴되고, 요새 주변을 짓누르던 핏빛 안개가 걷힌 지 어느덧 사흘이 지났다.

대아 물류창고 요새는 이제 단순히 숨어 지내는 피난처를 넘어, 하나의 작은 자치령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급격하게 늘어난 70명의 식솔을 수용하기 위해 강진은 창고 내부를 엄격하게 구획했다. 중앙은 공동 거주구와 주방, 북쪽은 군인들의 경비 포스트, 그리고 뒤편의 자재실은 엄격한 출입 통제가 이루어지는 강진의 전용 보급 창고와 발전기실로 개편되었다. 투항한 30명의 약탈자 포로들은 철저한 치안대의 감시 하에 요새 외벽의 구멍을 메우고 H빔을 용접하여 방어력을 높이는 강도 높은 노역에 동원되었다. 얌전히 노동에 종사하는 자들에게는 따뜻한 쌀밥과 고기 반찬이 정기적으로 배급되었기에, 포로들 사이에서도 칼을 갈던 흉흉한 기류는 포만감과 안정감 속에 빠르게 녹아내려 갔다.

한강진 대리는 관제실의 대형 모니터 앞에 서서, 한강 이남 여의도 방면으로 연결되는 정밀 지도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대아 캠프의 내부 인프라는 이제 영구 발전소와 마력 방어막 덕분에 반석 위에 올라섰습니다. 하지만 고립된 성은 언젠가 말라 죽기 마련이죠. 이제는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할 때입니다."

강진의 단호한 말에 방위 대장 강태훈과 한서준 중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트에 집중했다.

"외부라면, 쉘터 바깥의 다른 생존자 집단들과 접촉하겠다는 뜻인가요?"

"예. 단순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우리가 가진 압도적인 물자와 보급 권능을 무기 삼아 주변 세력들을 하나의 무역권으로 묶어야 합니다. 그 첫 번째 타겟은 마포대교 남단, 한강 둔치 선착장에 거점을 둔 '한강 선상 캠프'입니다."

선상 캠프는 대형 바지선을 이용해 강물 위에서 괴수들의 추격을 피하며, 밤마다 여의도의 버려진 빌딩들을 수색하여 식량과 자원을 조달하는 백전노장들의 세력이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생존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대재앙 초기 차원 오염 물질과 마수의 피가 대량으로 유입되면서, 한강 물이 심각하게 부식되고 썩어 들어가 '마실 물'이 완전히 끊긴 것이다.

아무리 노획한 식량이 많아도 깨끗한 물이 없으면 인간은 단 사흘도 온전히 버티지 못한다. 그들은 오염된 강물을 억지로 끓이고 정수해 마시며 집단 배탈과 몸이 돌처럼 굳어가는 '석화 병' 초기 증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반면 강진의 대아 캠프에는 영구 발전소로 구동되는 깨끗한 암반수 정수 펌프망과, 시스템 상점에서 언제든 SP로 저렴하게 소환할 수 있는 '청정 광천수'의 무한 독점 공급권이 있었다.

강진은 들개파로부터 노획한 1톤 탑차 트럭의 적재함에, 맑은 빛이 감도는 500ml 규격의 대아 생수 100상자(총 2,000병)를 가득 실었다.

"공급이 수요를 지배할 시간입니다. 출발하죠."

운전대를 잡은 박 대리를 필두로, 가죽 코트를 여민 강진과 마법 철퇴를 든 강태훈, 그리고 한서준 중위가 호위로 동행했다. 트럭은 붉은 안개가 완전히 걷혀 아스팔트가 선명하게 드러난 마포대교 북단 초입을 가로질러, 강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는 한강 둔치 선착장을 향해 서서히 내려갔다.

강가에는 습하고 비릿한 물비린내와 함께, 썩은 이끼가 타는 듯한 불쾌한 마력의 악취가 섞여 불어왔다.

선착장 앞에는 녹슨 대형 바지선 세 대를 굵은 쇠사슬로 엮어 강물 위에 고정해놓은 요새 같은 해상 거점이 보였다. 바지선 위에는 폐철판과 그물, 그리고 날카로운 철조망을 덧댄 바리케이드가 촘촘하게 쳐져 있었고, 그 뒤로 급조한 쇠파이프 작살총과 도끼를 쥔 10여 명의 꾀죄죄한 보초가 경계를 서고 있었다.

부우웅-.

트럭이 선착장 초입 모래밭에 멈춰 서자, 보초들이 일제히 작살총의 총구를 트럭 윈도우를 향해 겨누며 쇳소리 섞인 고함을 질렀다.

"정지! 더 이상 다가오면 쏜다! 정체가 뭐냐! 들개파 놈들이냐?!"

바지선 중앙에서 낡은 선장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텁수룩한 흰 수염을 기른 50대 중반의 노련한 사내—'구덕만 선장(55세)'이 쇠파이프를 지팡이 삼아 쥔 채 걸어 나왔다. 그의 눈가에는 극도의 경계심과 함께, 며칠간 생수를 마시지 못해 거북등처럼 갈라진 입술과 깊은 피로가 짙게 깔려 있었다.

강진은 차분하게 조수석 문을 열고 내렸다. 그는 양손을 가볍게 들어 적의가 없음을 표시하며 트럭 뒤편 적재함으로 다가갔다.

"대아 캠프의 총괄 보급상인 한강진입니다. 당신들의 목을 옥죄고 있는 치명적인 식수 부족 문제를 단숨에 해결해 줄 최상급 무역 물자를 가져왔습니다."

강진의 단호한 말에 구덕만 선장은 누런 이빨을 드러내며 콧방귀를 꼈다.

"식수 문제? 이 난리통에 마실 물이 서울 땅 어디에 있다고 허풍인가? 썩어가는 한강 물이라도 마셔야 겨우 연명하는 우리한테 사기를 치려 들다니, 당장 꺼지지 않으면 작살을 박아주마!"

덜컥-.

강진은 말싸움 대신 트럭 적재함의 잠금장치를 풀고 문을 양옆으로 활짝 열어젖혔다.

그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눈부신 투명함.

핏빛 하늘의 햇빛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100상자의 대아 생수 병들이 군대처럼 질서정연하게 적재되어 있었다. 플라스틱 병 안에서 찰랑거리는, 티 없이 맑고 투명한 일급 광천수의 모습에 작살총을 겨누고 있던 보초들의 팔이 일제히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꿀꺽-.

여기저기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정적을 깨고 들려왔다. 마실 물이 없어 썩은 물을 마시며 구토와 고열을 반복하던 선상 캠프 주민들에게, 그 2,000병의 생수는 목숨보다 귀한 황금이자 신의 축복과도 같았다.

구덕만 선장 역시 쥐고 있던 쇠파이프가 무색해질 정도로 떨리는 눈동자로 생수 병들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 저건 진짜 생수잖아? 썩지도, 오염되지도 않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은 진짜 맑은 물..."

강진은 생수 한 병을 꺼내 캡을 살짝 비틀어 딴 뒤, 구 선장을 향해 가볍게 포물선을 그리며 던졌다. 구 선장은 날아오는 생수병을 황급히 두 손으로 꽉 쥐었다. 그는 홀린 듯 입구에 입을 대고 차갑고 깔끔한 천연 광천수를 한 모금 크게들이켰다.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는 청량한 감각에 그의 전신이 전율하며 요동쳤다.

"아아..."

강진은 가죽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이 요새의 지배자에게 첫 번째 상업적 제안을 건넸다.

"생수 한 병당, 당신들이 한강 바닥에서 수거한 마정석 조각이나 여의도 '삼십육빌딩' 폐허 구역에서 수집한 공구류 및 귀금속 자원과의 1대1 교환 무역을 제안합니다. 우리 물건은 신뢰가 확실하죠. 동의하십니까?"

구덕만 선장은 빈 물병을 으스러지게 쥔 채, 생존자들의 유일한 구원의 동줄이 될 보급상인의 서늘한 눈동자를 매섭게 응시했다. 아포칼립스 세상을 뒤흔들 장대한 2막의 위대한 첫 무역로가, 차가운 강바람을 뚫고 마침내 열리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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