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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20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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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마포대교의 결전과 붉은 둥지

1톤 탑차 트럭의 엔진이 억눌린 짐승처럼 나직하게 으르렁거리며, 붉은 밤안개가 안개꽃처럼 자욱한 마포대로의 적막을 질주했다.

사방은 칠흑 같은 어둠의 심연이었다. 전기가 완전히 끊긴 서울의 밤거리는 문명의 흔적을 잃은 지 오래였다. 한때 화려한 빛을 내뿜던 대형 전광판들은 유령처럼 검게 죽어 있었고, 길가 빌딩들의 깨진 유리창은 을씨년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다. 오직 차창 밖으로 떠도는 기괴한 붉은빛의 안개만이 이 세상이 이미 현실의 영역을 벗어나 멸망의 길을 걷고 있음을 잔인하게 상기시켰다. 타이어가 찌그러진 자동차의 콘크리트 잔해와 산산조각 난 유리 조각을 밟을 때마다 쩍쩍 갈라지는 파열음이 탑차 내부로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강진은 조수석에 앉아 미동도 없이 전방을 응시했다. 그의 시야 오른쪽 하단에는 푸른빛을 은은하게 내뿜는 시스템 인터페이스 화면이 조용히 떠 있었다.

[한강진 (30세) / 고유 권능: 만능 보급 상점 (Level 3)]

이번 작전을 위해 강진은 그동안 피땀 흘려 모은 소중한 포인트를 대거 소모했다. 대원들에게 새롭게 지급한 마법 돌격 소총과 마력 수류탄, 그리고 강태훈의 무거운 양손 철퇴까지 전부 그의 시스템 상점에서 조달한 아티팩트들이었다.

'이번 싸움에 우리 캠프의 사활뿐만 아니라, 이 구역의 주도권이 걸려 있다.'

강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대교 한복판의 고치를 파괴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인 생존은 한낱 꿈일 뿐이었다. 고치가 완전히 부화하여 수천 마리의 진화된 마수들이 쏟아지는 순간, 물류창고 요새의 마력 방어막도 결국 한계에 부딪혀 무너질 터였다. 또한, 한강 남단으로 향하는 유일한 교역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마포대교는 반드시 넘어야 할 통곡의 벽이었다.

조수석 옆자리에 앉은 한서준 중위가 긴장된 눈빛으로 새로 지급받은 마법 소총의 탄창을 만지작거리며 낮게 입을 열었다.

"한 대리님, 정말 이 소수의 정예 병력만으로 저 거대한 둥지를 타격하는 것이 가능하겠습니까? 군 사령부의 기갑 타격대조차 마력 폭풍에 궤멸당한 곳입니다. 상식적으로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상식은 문명과 함께 무너졌습니다, 중위님. 이제는 규격 외의 힘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강진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우리가 가진 보급 무기들은 당신들이 쓰던 일반 화기와는 근본부터 다릅니다. 마력이 깃든 탄환은 괴수들의 질긴 가죽과 마력막을 관통하도록 특화되어 있죠. 한 중위님과 대원들이 후방에서 정밀한 화력 지원을 해주신다면, 저와 태훈 씨가 전방의 호위군을 뚫고 들어가 고치의 핵을 직접 파괴할 겁니다. 실패하면 우리 요새의 주민들 모두가 괴수의 먹이가 될 뿐입니다. 물러날 곳은 없습니다."

한서준 중위는 강진의 서늘한 안광을 마주하고는 나직하게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물류창고 대리였던 남자는 종말이 시작된 이후, 그 누구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인, 그리고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전장의 지배자로 변모해 있었다.

마포대교 북단 진입로에 가까워질수록, 차창 밖으로 짓눌러오는 마력의 압박감이 피부를 따갑게 찔러왔다. 버려진 군용 장갑차와 뒤엉킨 시내버스들이 도로 곳곳을 흉물스러운 바리케이드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도보로 진입합니다. 조용히 내리세요."

강진의 지시에 박 대리는 트럭 뒤편에 차를 안전하게 정차시키고 시동을 껐다.

철컥-!

탑차의 짐칸 문이 열리고, 무장한 대원들이 어둠을 밟으며 조심스럽게 내렸다. 강태훈은 웅장한 체구로 양손 철퇴를 고쳐 쥐며 전방을 노려보았고, 신재민과 특무대원들은 소총을 견착한 채 사방을 경계했다.

그들이 대교 초입의 가설 펜스 너머로 고개를 들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기괴함을 넘어 우주적인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마포대교 상판 전체가 마치 거대한 포식자의 식도 안쪽처럼 끈적한 붉은 유기체 섬유질과 핏줄 같은 마력 선들로 빽빽하게 뒤덮여 있었다. 다리를 지탱하던 단단한 강철 케이블들은 붉은 점막질 물질로 두껍게 감싸여, 마치 살아있는 신경망처럼 주기적으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발을 디딜 때마다 아스팔트 바닥에서 끈적한 유기물이 달라붙는 불쾌한 촉감과 함께, 코를 찌르는 금속성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리고 대교 한가운데, 수백 미터 전방의 도로 위에는 3층 건물 크기만 한 거대한 타원형의 유기체 주머니—[심연의 괴수 고치]가 압도적인 위용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쿵, 쿵, 쿵...

고치는 거대한 심장처럼 일정한 주기로 붉은 인광을 내뿜으며 펄떡이고 있었다. 그 주변에는 수십 개의 괴수 알들이 마치 곰팡이 포자처럼 다닥다닥 널려 있었고, 반투명한 껍질 속에서 무언가 꼼지락거리며 부화를 기다리는 마수들의 실루엣이 비쳤다. 그리고 삼십 마리가 넘어 보이는 그림자 늑대들과 고블린, 그리고 거친 골질 돌기가 돋아난 E급 상위 마수들이 고치 주위를 호위하듯 서성거리며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강진은 시스템 맵 판넬을 띄워 정보를 최종 스캔했다.

[몬스터 정보 분석 완료]

한서준 중위는 마법 돌격 소총의 노리쇠를 후퇴 고정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저게 마포대로 전체를 마비시킨 괴물들의 요람이로군요. 저 고치가 완전히 터지는 순간, 서울 서부권은 끝장입니다."

강진은 [+1 야수 사냥꾼의 도끼]의 손잡이를 으스러지게 꽉 쥐었다. 도끼날 끝에서 시퍼런 마력의 궤적이 마치 성난 파도처럼 물결쳤다.

"우리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저 고치를 지키는 호위 괴수들의 전열을 무너뜨리고, 한 중위님의 소총 화력과 마력 수류탄으로 고치의 중앙 핵을 정밀 타격하여 소멸시키는 것입니다. 박 대리님은 트럭에서 대기하며 퇴로를 확보하시고, 나머지는 폐차 잔해를 엄폐물 삼아 전진합니다. 30미터 전방까지는 은밀하게 이동하세요."

"알겠습니다!"

원정대는 찌그러진 버스와 쓰러진 가로등을 엄폐물 삼아 붉은 안개 속을 유령처럼 가로질렀다.

한 걸음, 두 걸음.

고치까지의 거리가 100미터 이내로 좁혀졌을 때였다.

거대한 고치의 표면에 돋아나 있던 얇은 마력 촉수들이 허공을 예민하게 흔들더니, 일제히 강진 일행이 숨어 있는 차량 엄폐물 방향으로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

끼에에에에엑-!

고치가 기괴하고 날카로운 경보 공명음을 울렸다. 그 소리는 교각 전체를 진동시키며 대기 중의 붉은 안개를 거칠게 흔들었다. 침입자를 감지한 둥지의 마지막 경고였다.

동시에 둥지 주위를 서성이던 삼십여 마리의 마수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려, 강진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붉은 안광을 번뜩였다. 녀석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스팔트를 박차고 일제히 질주해오기 시작했다.

"적들에게 발각됐습니다! 전원 사격 개시! 놈들을 접근시키지 마세요!"

한서준 중위가 찌그러진 택시 보닛 위로 소총을 거치하고 즉각 방아쇠를 당겼다.

타타타타탕-! 타타탕-!

눈부신 푸른색 마력의 궤적이 어둠을 갈랐다. 마력의 관통 버프가 덧씌워진 특수 탄환들은 질주해오던 그림자 늑대들의 미간과 가슴을 종이 장처럼 관통했고, 체내에 침투한 에너지가 2차 폭발을 일으키며 장기를 찢어발겼다.

퍼어억! 퍼억!

단 한 번의 연사로 선두에서 기세를 올리던 늑대 세 마리의 머리가 수박처럼 폭발하며 나뒹굴었다. 뒤따르던 고블린 약탈자들 역시 관통 탄환에 어깨와 다리가 너덜너덜하게 찢겨 나가며 바닥을 굴렀다.

"이 소총... 화력이 미쳤습니다! 반동도 거의 없고 관통력은 K-2의 열 배는 되는 것 같습니다!"

사격하던 특무대원들이 마법 소총의 경이로운 성능에 탄성을 지르며 화망을 형성했다.

하지만 괴수들의 머릿수는 예상보다 많았다. 탄환을 맞으면서도 고치의 공명음에 폭주한 고블린 무리와 마수들은 시체 더미를 밟으며 바리케이드 턱밑까지 육박해 들어왔다. 그들의 이빨 사이로 흐르는 누런 침과 비릿한 썩은 피 냄새가 원정대의 코끝을 찔렀다.

"태훈 씨, 지금입니다! 갑니다!"

강진이 소리치며 엄폐물 너머로 과감하게 몸을 던졌다.

"우오오오-! 이 괴물 새끼들, 다 대가리를 깨주마!"

강태훈 역시 육중한 덩치로 포효하며 공중으로 도약했다. 그가 휘두른 '보급용 수제 양손 철퇴'가 묵직한 파열음을 내며 허공을 갈랐다.

콰아아앙-!

강태훈의 철퇴가 정면에서 도약하던 변이 수갑귀의 가슴팍에 정확하게 작렬했다. 둔탁한 파열음과 함께 괴수의 흉골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고, 녀석은 저 멀리 날아가 대교 난간을 들이받고 한강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 틈을 타 강진은 바닥을 구르며 돌진하는 그림자 늑대의 하복부를 향해 [+1 야수 사냥꾼의 도끼]를 힘껏 치켜올렸다. 예리하게 단련된 도끼날이 늑대의 질긴 가죽을 벨 때마다 시퍼런 마력의 불꽃이 상처 틈새로 스며들어 괴수의 내장을 불태웠다.

[알림: 그림자 늑대를 처치했습니다.]
[처치 보상으로 15 SP를 획득했습니다.]

강진은 연이어 달려드는 고블린의 창을 마력 장갑으로 가볍게 쳐내어 중심을 무너뜨린 뒤, 도끼날로 녀석의 목덜미를 깊숙이 찍어 내렸다. 분수처럼 솟구치는 초록색 피가 그의 가죽 코트를 검게 물들였다.

마포대교 한가운데, 붉은 섬유질로 가득 찬 지옥의 교각 위에서, 멸망한 세계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강진의 보급 정예 원정대와 마수 군단의 결전이 마침내 그 피비린내 나는 정점을 향해 치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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