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8화: 마포대교의 고치와 새로운 무장
부우웅-!
1톤 탑차 트럭이 대아 물류창고 주차장의 투명한 마력 방어막을 뚫고 안전하게 안쪽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박 대리가 능숙하게 차를 멈추고 시동을 끄자, 굳게 닫혀 있던 철제 격벽 보조문이 요란한 기계음을 내며 열렸다. 정현우와 민지 씨가 대기하던 구급상자와 따뜻한 물을 들고 마중을 나왔다.
적재함 문이 열리고, 먼지와 몬스터의 피로 뒤범벅된 6명의 군인이 비틀거리며 내렸다.
그들은 창고 내부의 환한 백열등 불빛과 안락하게 조성된 쉘터 구역, 그리고 무엇보다 바깥의 살인적인 피비린내와 소름 끼치는 괴성이 전혀 들리지 않는 방어막 특유의 정적에 압도되어 넋을 잃었다. 며칠 만에 느껴보는 '인간다운 공간'의 온기였다.
"이런 곳이... 서울 한복판에 아직 남아 있었단 말인가?"
제7공수특수여단 소속 한서준 중위는 뺨에 묻은 거무죽죽한 마수의 피를 닦아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들에게 이곳은 멸망한 세상의 마지막 성역처럼 보였다.
간호사 이혜진이 신속하고 전문적인 솜씨로 군인들의 부상 상태를 체크했다. 다리가 갈가리 찢어지고 어깨가 괴수의 손톱에 깊게 긁힌 군인들을 향해, 강진이 시스템 상점에서 미리 사두었던 '중급 상처 치료 약물' 병을 건넸다. 이혜진이 푸른빛의 반투명한 약물을 상처 부위에 조심스럽게 바르자, 뼈가 보일 정도로 깊게 패여 있던 자상이 하얀 서리와 같은 마력 입자와 함께 빠른 속도로 재생되며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이, 이건 도대체 무슨 의약품입니까? 흉터조차 남지 않고 상처가 눈앞에서 아물고 있습니다."
치료받던 하사가 신기한 듯 자신의 다리를 만지며 경악했다. 한서준 중위 역시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목격하며, 강진이 자처하는 '보급상인'으로서의 권능이 국가의 통제를 아득히 뛰어넘는 초자연적인 힘임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치료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군인들에게 따뜻한 죽이 배급되자, 강진은 한서준 중위를 데리고 창고 사무실 구역의 낡은 철제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한 중위님. 이제 바깥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마포대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한서준 중위는 한참 동안 마른침을 삼키며 고민하다, 이내 체념한 듯 무거운 입을 열었다.
"현재 우리 군 사령부는 한강 남쪽 관악산 지하 대피소인 '네오 코리아' 세력과 합류하여 지휘 계통을 복구하려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강을 경계로 강북과 강남의 연결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입니다. 원인은 마포대교 한가운데에 형성된 거대한 '괴수 고치'와 정체불명의 알들 때문입니다."
"고치라고요? 괴수들이 진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예. 마포대교 상공의 붉은 균열에서 떨어진 거대한 살덩어리 같은 유기체 덩어리입니다. 그 고치를 중심으로 괴수들이 수없이 알을 까고 부화하며, 다리 자체를 철저한 자신들의 둥지이자 번식처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우리 소대는 대교 위의 고치 상태를 정찰하고 파괴 가능성을 타진하라는 특수 임무를 받았으나... 고치 주변을 수호하는 E급 상위 괴수들의 갑작스러운 물량 습격을 받아 소대원 절반을 잃고 퇴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강진은 턱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마포대교 위의 E급 고치라. 놈들이 거점을 확보하고 부화를 계속한다면 조만간 마포구 전체가 괴수들의 밥이 되겠군.'
그 고치가 파괴되지 않는 한 대아 캠프의 평화도 시한부일 뿐이었다. 반대로 생각하면, 그 거대한 고치를 파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마정석과 막대한 SP(보급 포인트)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날 것이 분명했다. 상인에게 위기는 곧 가장 큰 이윤을 남길 기회였다.
"한 중위님. 거래를 제안하죠. 상인은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하거든요."
강진이 주머니에서 검은 리볼버를 꺼내 테이블 위에 차갑게 올려놓았다.
"저는 당신들과 부하들의 부상을 완벽하게 치료해주고, 요새 내의 풍족한 식량과 식수를 정기적으로 보급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당신들의 안전한 후방 기지가 되어줄 수도 있죠. 그 대가로 당신들이 가진 고장 난 군용 특수 화기들과 남은 탄약, 그리고 군 사령부 지하시설의 상세한 암호화 지도와 군용 특수 무전 통신 암호 키를 넘기십시오."
한서준은 침을 삼켰다. 국가의 군인이 민간인 상인과 군사 기밀 및 장비를 거래하는 것은 명백한 군법 위반이자 반역 행위였다. 하지만 문명이 붕괴하고 정부가 지하 깊숙이 숨어버린 지금, 당장 부하들을 살리고 실질적인 생존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 기묘한 보급상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좋습니다. 대원들의 목숨보다 귀한 건 없으니까요. 거래를 수락하겠습니다."
한서준은 군용 배낭에서 찌그러진 암호 무전 장비들과 지도 묶음, 그리고 마력 폭풍에 뇌관이 마비되어 작동을 멈춘 K-2 소총 세 자루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강진은 군인들의 눈을 피해 장비들에 손을 얹고 시스템 판매 기능을 활성화했다.
[알림: 마비된 특수 통신 장비 및 군용 지리지도를 감정합니다.]
- 군용 암호 통신 장비 및 키 코드 칩셋: 헌납 시 100 SP 획득 가능
- 수도권 지하 방공 시설 상세 전략 지도: 헌납 시 50 SP 획득 가능
- 총 헌납 가치: 150 SP
슉-!
테이블 위의 무전기와 지도 묶음이 은빛 모래가 되어 시스템의 소용돌이 속으로 사라졌다.
[물품 헌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150 SP가 성공적으로 적립되었습니다.]
- 현재 보유 SP: 921.5 SP (잔여 771.5 + 헌납 150)
보유 포인트가 아득히 상승하여 마침내 920 포인트를 돌파했다. 강진은 즉시 상점 창을 열어 자신의 방어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릴 개인 무장을 구매했다.
[보급용 마력 방어막 장갑 (180 SP) 구매 완료]
[보급용 리볼버 탄약 3묶음 (36발, 60 SP) 구매 완료]
[총 24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요청하신 아이템들이 인벤토리에 지급됩니다.]
- 현재 남은 포인트: 681.5 SP
리볼버 탄약이 넉넉하게 50발 이상 확보되어 심리적 안정감이 찾아왔다. 강진의 두 손에는 기하학적 무늬의 푸른색 철제 손등 덮개가 장착된 검은색 가죽 장갑—'보급용 마력 방어막 장갑'이 덧씌워졌다.
[보급용 마력 방어막 장갑 (일반 등급)]
- 특수 옵션: 전투 중 공격을 방어(가드)할 시 반경 30cm 이내에 일시적인 충격 반사 장막 발생. 착용자의 타격력 및 악력 +10%.
무장이 완벽하게 강화되었다. 강진은 주먹을 꽉 쥐어보며 손등에서 일렁이는 미세한 마력 파동을 느꼈다.
"한 중위님. 몸을 추스르는 대로 우리 대아 캠프 정예와 당신들 대원들을 규합하여 마포대교 위를 가로막고 있는 그 흉측한 고치를 공략하러 갑니다. 세상이 더 지옥으로 변하기 전에 둥지부터 부숴야 하니까요. 물론 그 과정에서 나오는 전리품은 제 몫입니다."
"좋습니다. 우리도 기꺼이 전투에 동참하겠습니다. 빚은 갚아야 하니까요."
한서준이 굳센 결의를 다지며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였다.
끼에에에에엑-! 챙강!
창고 지붕 하늘 높은 곳에서, 쇠를 긁는 듯한 기괴한 날갯짓 소리와 포효가 창고 전체를 울렸다. 투명한 마력 방어막 표면 위로 거대한 박쥐 형상을 한 마수—E급 '가고일' 세 마리가 날아와 지붕 위를 맴돌며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방어막은 불빛과 소음을 완벽히 숨겨주었지만, 하늘을 선회하던 가고일들의 예민한 마력 탐지 레이더에 방어막의 경계면이 미세하게 걸려든 모양이었다.
가고일들은 돌덩이처럼 단단한 날개를 접으며, 먹잇감을 확신한 듯 창고 지붕을 향해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강진은 리볼버의 실린더를 찰칵 돌리며, 어두운 지붕 위를 향해 매서운 안광을 번뜩였다.
"마포대교로 가기 전, 가벼운 몸풀기용 사냥감이 제 발로 찾아왔군요. 다들 무기 잡으십시오. 상인이 손님을 그냥 돌려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