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6화: 사투의 끝과 고립된 군인들
"크어어어억-!"
E급 마수 '심연의 불독'이 4미터 크기의 육중한 덩치로 아스팔트를 박차며 돌진해왔다. 녀석의 세 개의 핏빛 안광이 어둠 속에서 길게 선을 그리며 강진의 심장을 향해 쇄도했다. 돌진력 하나만으로도 주차장에 세워진 1톤 트럭을 단숨에 종잇장처럼 구겨버릴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강진은 이빨을 으스러지게 악물었다. 그의 신체 능력치 자체는 여전히 일반 성인 남성 수준인 '하(下)' 등급에 불과했지만, 시스템이 부여한 정신력 '최상'이 제공하는 비정상적인 시간 왜곡 감각이 그의 뇌리를 날카롭게 일깨웠다. 들이받는 괴수의 거대한 머리가 좌측으로 미세하게 기우뚱해지는 순간, 녀석의 무게중심이 쏠린 돌진 각도가 보였다.
스윽-.
강진은 녀석의 턱밑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며 우측으로 몸을 날렸다. 0.1초만 늦었어도 전신이 가루가 되었을 찰나의 회피였다. 강진은 낙하하는 와중에도 본능적으로 가죽 코트 안쪽 주머니에서 리볼버를 뽑아 들고, 심연의 불독의 무방비한 옆구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푸른 마력 탄환이 녀석의 단단한 가죽을 뚫고 들어가며 가슴팍 내부에서 푸른 폭발을 일으켰다.
"끄우우우엉-!"
치명상을 입은 불독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꼬리를 채찍처럼 거칠게 휘둘렀다. 녀석의 가시 돋친 꼬리가 낙하하여 바닥을 구르던 강진의 옆구리를 정확히 강타했다.
퍽-!
"컥...!"
강진의 몸이 주차장 바닥 위로 거세게 튕겨 나가며 굴렀다. [보급용 가죽 갑옷]의 물리 충격 흡수 옵션과 튼튼한 마력 질감이 아니었다면, 갈비뼈가 통째로 으스러져 장기를 찔렀을 끔찍한 충격이었다. 가슴을 납작하게 짓누르는 듯한 묵직한 통증과 함께 시야가 순간적으로 점멸하며 숨이 멎었다.
심연의 불독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녀석은 쓰러진 강진을 이빨로 씹어 삼키기 위해 누런 침을 흘리는 주둥이를 넓게 벌린 채 공중으로 육중하게 뛰어올랐다. 거대한 사신의 그림자가 강진의 온몸을 덮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강진은 누운 자세 그대로 두 손으로 리볼버 권총을 움켜쥐고 벌려진 괴수의 시커먼 목구멍 안쪽을 향해 연달아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타앙-!
두 발의 청색 탄환이 녀석의 입천장을 뚫고 뇌수를 정확히 관통했다.
파지직! 콰직-!
심연의 불독의 세 안광이 일시에 빛을 잃으며 흐릿해졌다. 4미터 크기의 거구가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강진의 다리 바로 옆 아스팔트 위로 무너져 내렸다. 쿠우웅-! 하는 지진 같은 굉음과 함께 녀석의 입에서 뿜어진 초록색 썩은 피와 비릿한 체액이 강진의 가죽 갑옷 위로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알림: E급 상위 마물 '심연의 불독'을 처치했습니다.]
[처치 보상으로 120 SP를 획득했습니다.]
"허억... 헉... 제길, 죽을 뻔했군."
강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괴수의 육중한 앞발에 짓눌린 다리를 간신히 빼냈다.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르는 듯 아팠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인벤토리를 열고 미리 사두었던 'C급 농축 치료 연고'를 꺼내 가슴팍과 옆구리의 타박상 부위에 펴 발랐다.
스으으...
시원한 박하 향과 함께 황금빛 마력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었다. 부어오른 근육이 진정되고 금이 갔던 갈비뼈가 빠른 속도로 접합되는 기적 같은 감각이 전해졌다. 시스템 보급품의 회복 속도는 현대 의학을 비웃는 수준이었다.
강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차장 한복판에 널브러진 불독의 사체 위에 손을 얹었다.
'시스템 헌납 실행.'
[E급 상급 마물의 사체 및 특수 부위를 감정합니다.]
- 심연의 불독 완제 사체: 헌납 시 150 SP 획득 가능
슉-!
거대한 불독의 사체가 청백색 빛의 입자가 되어 먼지처럼 대기 중으로 소멸했다.
[물품 헌납이 완료되었습니다. 총 150 SP가 성공적으로 적립되었습니다.]
- 현재 보유 SP: 491.5 SP (기존 221.5 + 처치 120 + 헌납 150)
잔고는 다시 500 SP에 임박했다. 한 번의 사투가 가져다준 수익은 달콤했다.
그때, 물류창고의 철제 격벽 보조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강태훈과 박 대리가 다급하게 달려 나왔다.
"한 대리! 괜찮은가? 방금 그 굉음은 대체..."
"세상에, 저 괴물을 정말 혼자 잡은 겁니까? 뼈는 안 부러졌어요?"
"예. 가죽 코트 덕분에 타박상 정도로 끝났습니다. 보급 연고를 발라서 지금은 거의 다 나았습니다."
강진이 아무렇지 않게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일어나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넋이 나간 듯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급 상급 거수를 단독으로 사냥하는 모습은 이제 그들에게 있어 강진을 단순한 동료가 아닌, 절대적으로 의지해야 할 '지배자'로 인식시키기에 충분했다.
바로 그 순간, 창고 내부에서 무선 수신기 헤드폰을 귀에 댄 정현우가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그의 안색은 흙빛으로 변해 있었다.
"한 대리님! 대리님! 방금 수신기에 긴급 아날로그 구조 신호가 다시 걸려왔습니다! 이번엔 장난이 아닌 것 같아요!"
"무슨 소식입니까? 정체는 파악됐나요?"
정현우가 마른침을 삼키며, 들고 있던 전술 단말기 화면을 보여주었다.
"마포대교 초소 방어전에서 고립되었던 '수도방위사령부 특무대' 생속자 6명이랍니다! 현재 비행 괴수들의 추격을 피해 후퇴하다가, 우리 캠프에서 불과 800미터 떨어진 먹자골목 상가 빌딩 지하 주차장에 고립되었답니다! 무전으로 계속해서 구조를 요청하고 있는데, 배터리가 다 됐는지 신호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군부대 특무대원 6명.
강진의 눈동자가 다시 한번 매섭게 번뜩였다. 그들은 단순한 피난민이 아니었다. 마비되지 않은 군부대의 고급 전략 자산이자, 향후 쉘터를 확장하고 더 넓은 군사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대체 불가능한 핵심 인재들이 될 터였다.
"원정대를 재조직합니다. 들개파에서 노획한 1톤 탑차 트럭의 시동을 거세요. 기름도 충분히 채워뒀습니다. 고립된 군인들을 구출하고, 그들을 우리 거래처로 만듭니다."
강진의 단호한 선언과 함께, 대아 캠프는 단순한 수성을 넘어 바깥세상의 핵심 자원을 적극적으로 포섭하기 위한 본격적인 외부 확장 원정의 막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