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44화: 하늘의 격리와 최종 승인
지상의 오염이 정화되고 마도 주화를 통한 경제 순환망이 완벽히 자리 잡았지만, 한강진의 철저하고 빈틈없는 성격은 여전히 완벽한 격리의 종지부를 갈망하고 있었다.
비록 휴전선 인근의 근원의 균열은 완전히 봉인되었으나, 지구 상공 성층권 저편에는 대재앙의 잔재로 남겨진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시공간 균열들과 마력 이상 기류들이 얇은 실금처럼 하늘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미세한 하늘의 틈새들을 완전히 용접해 내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먼 미래에 또 다른 차원의 괴수들이나 불청객들이 흘러들어올 가능성이 농후했다.
“하늘 자체를 완전히 기우는 겁니다.”
우주 교역 센터의 통제실에서 강진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그는 가슴의 EX 등급 창세의 성궤 권능을 가동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요새 배리어를 넘어 행성 대기 전역을 코팅하는 거대하고 신화적인 ‘행성형 대기 장벽 매트릭스’ 구축이었다. 이를 위해 강진은 우주 교역을 통해 외계 의회로부터 들여온 최상급 ‘심연의 공간 안정화 코어’ 10개를 주입 장치에 정밀 세팅했다.
[창세의 성궤 - 행성급 대공 아티팩트 소환 가동]
- 상품명: 행성 대기 장벽 발생기 ‘우라노스의 방패’ (EX 등급 성유물)
- 효과: 가동 즉시 지구 성층권 전역을 감싸 안는 보이지 않는 다중 시공간 격리 자기막을 활성화하여, 외부 차원의 모든 중력 왜곡과 이상 침입을 100% 영구 격리 봉쇄함.
- 가격: 0 SP (신화적 무역 권능 특권)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우주 교역 센터 빌딩 상단의 거대한 마도 굴절 안테나에서, 눈이 멀 정도의 광활하고 영롱한 황금빛 오라 파동이 하늘 높이 쏘아 올려졌다.
구름을 뚫고 성층권까지 뻗어 나간 황금빛 파동은, 지구의 대기권을 따라 둥글게 흘러내리며 둥근 오라 보호 돔의 형상으로 지구 전체를 완벽하게 감싸 안았다. 하늘에 남아 있던 보랏빛 미세 시공간 실금들이 황금빛 파동에 닿는 순간, 치익 치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려 완전히 접합되었다.
[알림: 행성 대기 장벽 ‘우라노스의 방패’가 100% 활성화되었습니다.]
- 지구 차원 환경 분석: 외부 이계 차원으로부터의 시공간 격리율 100% (완벽한 단절).
- 결과: 더 이상의 차원 이상 현상이나 마수 유입은 지구 상에서 영구히 불가능합니다.
- 최종 퀘스트 [근원의 균열 폐쇄 및 행성 격리]가 완전히 클리어되었습니다.
우주 교역 센터 지하의 교역 포탈 역시 강진이 가진 단말기의 승인 대장이 없으면 단 한 톨의 자갈도 오갈 수 없도록 완벽하게 락(Lock)이 걸렸다. 지구는 이제 우주의 그 어떤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하며, 오직 한강진이 통제하는 금융과 보급 독점 하에서만 외부와 제한적 무역을 나눌 수 있는 철옹성의 영지가 되었다.
그날 오후, 대아 자치구 중앙 광장에서 대규모 승전 기념식과 생존 연합 총회가 열렸다.
단상 위에는 임태수 대령, 한종학 대장, 그리고 여의도, 용산, 마포 등 서울 각 허브 지부의 세력 대표단들이 모였다. 그들의 뒤편에는 수만 명의 생존자 시민들이 맑은 햇살 아래 환호하며 서 있었다.
임태수 대령이 정중한 걸음으로 걸어 나와, 정교하게 세공된 순금의 면류관을 받침대에 올려 강진의 앞에 바쳤다.
“한강진 총의장님. 아니, 세상의 구세주이시여. 우리 인류 생존 연합의 모든 부서와 국가 기관 대표단들은, 의장님을 파괴된 지구를 통치할 유일무이한 ‘신지구 무역 황제’로 공식 추대하고자 합니다. 이 면류관을 수락해 주십시오.”
수만 명의 생존자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으며 황제의 등장을 경배했다. 그들에게 강진은 이제 신적인 존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한강진은 그 빛나는 황금 면류관을 바라보더니, 가볍게 피식 웃으며 손을 저었다.
“치워두십시오.”
강진의 뜻밖의 거절에 임 대령과 관료들이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의장님? 어째서 황제의 자리를 거절하시는 겁니까? 의장님 외에는 이 세상을 다스릴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습니다.”
“황제나 대통령 같은 지위는 제 적성에 맞지 않습니다.”
강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단상 아래에 엎드린 시민들을 향해 나직하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로 선언했다.
“저는 정치가가 아닙니다. 저는 그저 신용을 가장 중요시하는 현실적인 보급상인일 뿐이죠. 저더러 나라를 다스리라 하지 마십시오. 저는 그저 이 세계의 모든 자원 유통망을 지배하고, 정당한 가격에 보급품을 판매할 뿐입니다. 저를 황제 대신…… ‘연합 총지배 상인(Supreme Trade Sovereign)’으로 불러주십시오.”
왕관의 무게 대신 실질적인 금융과 보급의 독점 지배력을 택한, 철저하고 명민한 상인의 선택이었다. 왕관을 쓴 허수아비 군주보다, 세생의 모든 목줄을 쥐고 흔드는 독점 상인의 권력이 훨씬 더 실질적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강진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총지배 상인 한강진 만세!”
“대아 자유무역 제국 만세!”
시민들은 그가 선택한 명칭에 더 뜨거운 함성과 경배를 보냈다.
정치와 명예 권력마저 완벽하게 초월한 위대한 상인의 절대 지배 체제 아래, 신세계의 번영은 이제 그 누구도 흔들 수 없는 확고부동한 반열 위에 올라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