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43화: 새로운 경제와 마도 주화
외계 심연 차원과의 우주 무역이 활성화되고 지상의 포자 오염이 급격히 정화되자, 대아 자유무역 제국의 영토 전역에는 이전과 차원이 다른 규모의 재건 붐이 불고 있었다.
지하에 갇혀 지내던 생존자들은 이제 지상으로 나와 파괴된 빌딩을 철거하고 도로를 복구하는 등 활발한 지상 재건 활동에 투입되었다. 물자의 유통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자급자족 단계를 벗어나면서, 연합군 내부에서는 새로운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바로 ‘화폐와 신용 경제 시스템’의 부재였다.
종이 더미에 불과한 구시대의 원화나 달러 지폐는 아포칼립스 시대에 땔감으로도 쓰이지 못했다. 그렇다고 매번 빵 한 봉지를 살 때마다 무거운 마정석 자갈이나 고철 뭉치를 들고 다니며 물물교환을 하는 것은 극도로 비효율적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강진은 가슴속에 깃든 EX 등급의 ‘신화적 무역 권능’을 가동해 새로운 화폐 시스템의 주조를 시작했다.
[신화적 무역 권능 - 새로운 주화 통화 체계 확립]
- 상품명: 대아 연합 마도 주화 ‘마령화’ (Mana Coin)
- 규격: 고성능 은 구리 합금 원판 내부에 미세한 마력 흔적 식별 코드가 영구 각인됨. 위조가 100% 불가능함.
- 연동 효과: 모든 대아 보급 터미널과 실시간 동기화되어, 주화 소지 시 터미널을 통해 즉각적인 SP 환전이나 물자 직접 구매가 가능함.
- 가격: 주화 1,000개당 1 SP (95% 할인 적용 완료)
강진은 대아 제문제조창 가열로 공장을 가동시켜, 손가락 마디만 한 크기의 영롱하게 빛나는 푸른색 마도 주화들을 대량으로 찍어내기 시작했다.
철렁! 철렁!
주화 표면에는 대아 자유무역 제국의 상징인 황금빛 톱니바퀴 마크와 정교한 룬 문자가 아름답게 새겨져 있었다.
강진은 연합군에 복무하는 병사들의 급여와, 광산 및 건설 현장에서 밤낮으로 땀을 흘리는 생존 기술자들의 일당을 전적으로 이 신형 ‘마령화’ 주화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게…… 새로운 돈이란 말입니까?”
급여 주화 주머니를 받아 든 태훈이 떨리는 손으로 은빛 주화를 만져보았다.
“그렇다. 그 주화를 들고 요새나 각 지부의 보급 터미널 키오스크 리더기에 올려놓아 봐라.”
강진의 지시에 태훈이 터미널 화면에 주화를 갖다 댔다.
띠링-!
[마도 주화 식별 완료: 10 마령화 등록]
- 소지 포인트로 물과 식량, 약품을 즉시 구매하시겠습니까?
화면에 즉각적인 자금 식별과 구매 창이 연동되어 떴다. 주화를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언제든지 강진이 보장하는 최고의 물과 식량, 그리고 생필품을 즉시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대원들의 입에서 경탄이 터져 나왔다.
화폐의 핵심 가치인 ‘국가적 신용’을, 보급 황제 한강진의 절대적인 시스템 능력이 100% 보장해 준 것이었다.
새로운 신용 통화가 시장에 유통되자, 요새와 각 지부의 광장 구역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민간 경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대원들은 마령화를 활용해 요새 내에 들어선 개인 옷가게에서 옷을 사고, 갓 오픈한 식당에서 신선한 야채 조림과 따뜻한 고기 요리를 사 먹었다. 마령화는 요새 내부뿐만 아니라 여의도 농업 지부, 용산 기술 지부 사이의 활발한 물류 거래의 만능 통화로 순식간에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부활하는 경제권의 주도권을 두고, 과거의 권력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정부 잔존 관료들이 마찰을 빚으려 했다.
네오 코리아의 일부 보수파 관료들과 재정 장교들이 방공호 사령실 회의에서 강진에게 항의를 제기해 온 것이었다.
“한 소장! 아니, 의장님! 아무리 연합을 지휘하신다고 해도, 국가의 동의 없이 독자적으로 화폐를 발행하고 세금을 징수하는 것은 불법이오! 우리 군부 임시정부도 과거의 한국은행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국보 군표(Military Scrip)를 인쇄했으니, 이를 연합 공식 통화로 지정해야 마땅하오!”
그들이 내민 것은 거친 종이에 군사 도장이 찍힌 조잡한 군용 화폐 종이 뭉치였다.
강진은 그 종이 뭉치를 힐끗 보더니 피식 웃으며 비서관에게 지시했다.
“비서관님. 저 종이 뭉치를 요새 보급 터미널 리더기에 올려보십시오.”
비서관이 군표를 갖다 댔으나, 키오스크 화면에는 차가운 붉은색 경고 창만이 떴다.
[경고: 식별 불가능한 종이 쓰레기입니다. 투입구를 비우십시오.]
“보시다시피.”
강진은 조용히 미소를 띠며 관료들을 둘러보았다.
“당신들이 찍어낸 종이는 이 세상 그 어떤 기계도, 그 어떤 생존자도 받아주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생존을 보장할 ‘실질적 물자’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이죠. 반면 제 마령화는 대아 제국이 보장하는 물과 식량, 무기로 언제든지 환전됩니다. 이 세계에서 신용을 쥔 사람은 당신들이 아닌 저 한강진입니다.”
결국 정부 관료들은 자신들의 조잡한 종이 화폐를 품에 넣은 채,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마도 주화의 유통은, 구시대의 낡은 정치를 완벽하게 은퇴시키고 한강진의 보급 제국을 지구 유일무이한 경제 공동체의 중심에 올려놓는 완벽한 금융의 승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