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42화: 우주 교역 센터와 격리의 장막
비무장지대(DMZ)의 영구 봉인막이 서 있던 자리 위로, 대아 자유무역 제국의 상징인 황금색 톱니바퀴 마크가 선명한 거대하고 미래지향적인 구조물이 우뚝 솟아올랐다.
강철과 찬란한 마도 강화 유리로 이루어진 초현대식 빌딩, ‘우주 교역 센터(Space Trade Center)’였다.
빌딩 지하의 메인 챔버 공간에는 외계 심연 고위 의회의 차원 터미널과 직접적으로 동기화된 은백색의 정밀 포탈 키오스크가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박동하고 있었다. 강진은 그 포탈 단말기에 외계 사절로부터 받아낸 차원 설계도 칩을 삽입했다.
위이이잉-!
[시스템 장비 제작 및 격발 가동]
- 상품명: 차원 공간 고정 닻 ‘시공의 봉인석’ (A+ 등급 아티팩트 영지 고정 장치)
- 효과: 지령 범위 내의 모든 불규칙한 미세 차원 틈새와 마력 이상 왜곡 현상을 영구 봉인하며, 지구 지각 플레이트의 장력을 안정화시킴.
- 가격: 0 SP (신화적 무역 권능 무료 구현)
가동과 함께, 우주 교역 센터 지하에서 방출된 보이지 않는 정류 마력 파동이 서울과 한반도 전역의 지하 지맥 노선들을 차례대로 쓸어내렸다.
그동안 대재앙의 잔재로 남겨져 소소한 마수 침입의 통로가 되었던 골목길이나 폐건물 틈새의 자잘한 미세 균열 들이, 치익 소리와 함께 순간적으로 메워져 영구 소멸했다. 지하 2천 미터 용의 둥지 균열 주변의 요동치던 지반도 마치 두꺼운 콘크리트로 채워진 듯 완벽하게 고정되어 지진의 우려가 원천 차단되었다.
지구라는 행성 차원이, 외계 심연의 위협으로부터 마침내 단 1%의 균열도 없이 100% 완전하게 격리 및 안전 확보된 대기록이었다.
“성공이군. 이제 바깥 차원의 그 어떤 기생충도 우리의 동의 없이 지구의 땅을 밟지 못할 걸세.”
한종학 대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중앙 통제실 유리창 너머의 포탈 가동 장치를 지켜보았다.
동시에 은백색 교역 포탈 장치 표면에 눈부신 백색 빛무리가 서리더니, 첫 번째 외계 수입 물자가 정밀 밀봉 박스 상자 수십 개에 실려 지상 위로 자동 출현했다.
탁-! 탁-!
상자들이 개방되자, 과거 인류 과학 기술로는 가공이 불가능했던 초경량 신합금 자재들과, 외계 바이오 엔지니어링 툴,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수입품인 보랏빛의 특수 ‘심연 토양 복구제(Soil Restoration Agent)’ 드럼통들이 가득 쏟아져 나왔다.
그 대가로 강진이 수출한 품목은 서울의 연합 지부 생존자들이 열심히 캐온 상급 마정석 자갈들과, 연합 보급 창고에 넘쳐나던 라면, 햄 통조림, 건조 과일 같은 구시대의 인류 가공식품들이었다. 외계 지배 군락의 생명체들에게는 인류의 유기질 가공식품들이 그야말로 자신들의 차원에서는 맛볼 수 없는 극상의 사치품이자 희귀 기호품이었기에, 그들은 강진이 책정한 75%의 고율 관세를 기꺼이 물면서도 탐욕스럽게 물건들을 사들였다.
단 1회의 거래만으로도 대아 자유무역 제국이 획득하는 마정석과 고대 자재의 차익은 상상을 초월했다. 가만히 앉아서 지구의 모든 자원을 재정립할 수 있는 우주적 무역의 힘이었다.
강진은 수입된 토양 복구제 드럼통들을 여의도 농업 쉘터 지부로 즉시 수송하도록 지시했다.
“이 정수 용액들을 여의도 흙바닥에 넓게 분무하십시오. 붉은 포자로 인해 산성화되어 황폐해진 흙을 정화할 시간입니다.”
여의도 생존자 대원들이 복구제 용액을 물과 섞어 스프레이 차량을 통해 황폐해진 대지 위에 사방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보랏빛 용액이 붉고 굳어 있던 흙먼지 흙에 닿는 순간,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수정화되어 굳어 있던 토양 입자들이 부드럽고 수분이 가득한 본래의 옥토로 풀려나기 시작하더니, 불과 몇 시간 만에 대지 틈새에서 파릇파릇한 초록색 잡초 새싹들과 잔디풀들이 싹을 틔우며 사방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죽어버린 문명의 잿더미 위로, 진짜 자연의 푸른 생명이 다시금 역동하며 솟아오른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풀이다……! 진짜 초록색 풀밭이 생겼어!”
여의도 농민 생존자들이 맨발로 부드러운 흙바닥을 밟으며 환호성을 질렀다.
강진은 요새의 집무실 창밖으로 멀리 보이는 초록빛 여의도 들판을 주시하며 가볍게 홍차를 머금었다.
외계의 기술과 지구의 자원을 융합한 무역 제국의 절대적인 힘 아래, 멸망했던 지구는 이제 단순한 생존의 단계를 넘어 찬란한 신인류 문명의 부활을 향해 그 거침없는 번영의 돛을 힘차게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