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41화: 균열 너머의 메아리와 외계의 사절 (6막 시작)
근원의 균열이 강제 봉인된 지 사흘째 되는 날, 서울의 하늘은 여전히 대재앙 발발 이후 본 적 없는 맑고 청명한 푸른색을 유지하고 있었다.
비무장지대(DMZ) 전방의 거대한 대요새 철벽 장벽 위로 평화로운 조양이 내리쬐었고, 연합군 병사들은 무기를 내려놓은 채 요새 곳곳에서 전후 복구 작업과 장비 정비에 여념이 없었다. 붉은 포자는 완전히 정화되어 마스크 없이 호흡하는 군인들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퍼져나갔다.
인류가 마침내 파멸의 긴 터널을 뚫고 온전한 지상의 삶을 되찾은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요새 중앙 통제실의 한강진은 여전히 개인 스크린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웅웅-!
갑자기 장벽의 대정화 코어가 박혀 있는 영구 봉인막 중심부에서, 기괴한 고주파 마력 신호음이 연합군의 상황실 스피커 전체를 울려대기 시작했다.
단순한 오작동이 아니었다. 봉인막 너머의 닫힌 시공간 틈새를 억지로 두드리며 전송되어 오는, 명확한 지적 생명체의 전파 신호였다.
[경고! 봉인 장막 너머의 미지의 시공간으로부터 통신 요청이 감지되었습니다.]
- 전송 발신지: 심연 차원의 지배 조직, ‘대심연 연합의 고위 의회’ (The High Council of the Great Abyss)
- 메시지 성격: 무역 및 평화 조약 수락 요청.
“통신을 연결하십시오.”
강진의 조용한 지시에 기술진이 황금빛 코어 장치와 메인 스크린의 동기화 밸브를 돌렸다.
메인 스크린 중앙에 보랏빛 안개와 기계 회로가 섞인 기괴한 형상의 홀로그램 영상이 지지직거리며 떴다. 그것은 단일 생명체의 모습이라기보다는 거대한 컴퓨터 연산 장치와 유기 생명체가 결합된 차원 너머의 지배자 군락의 대리인이었다.
- “……지구의 지배 상인, 한강진 의장에게 경의를 표한다.”
홀로그램 영상 속의 기계음이 기이하게 웅장한 번역된 목소리로 실내를 울렸다.
- “우리는 너희 지구 차원을 완전히 집어삼키기 위해 용의 숨결을 보내고 붕괴 군단을 투사했으나, 너희 지휘관의 상상을 초월하는 ‘창세적 보급 권능’ 앞에 우리의 정예 사단과 군주가 완벽하게 분쇄 소각당했음을 확인했다. 우리 의회는 지구 인류와의 소모적인 무력 전쟁이 무의미함을 인정한다.”
“현명한 판단이군요. 더 보내봤자 제 궤도포의 충전 탄환만 늘어날 뿐이니까요.”
강진은 커피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 “그렇다. 우리는 영토 확장 전쟁 대신, 무역을 제안한다. 우리 차원이 보유한 ‘공간 차원 고정 닻’의 영구 활성화 설계도와 외계 아티팩트 가공 핵심 블루프린트를 제공하겠다. 그 대가로, 우리는 너희 지구가 생산하는 고순도 마정석과 너의 상점이 소환하는 특화 보급 물자들의 영구 유통권을 획득하고자 한다.”
외계의 지배 군락이 강진의 신화적 권능 앞에 머리를 숙이고, 정식으로 평화와 무역을 제안해 온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 “또한 이 조약이 체결되는 즉시, 우리 의회는 지구 차원과의 모든 물리 게이트를 영구 격리 폐쇄할 것을 서약한다. 오직 한강진 의장의 시스템 무역 터미널을 통한 ‘제한적 물질 이동’만이 우주 간의 유일한 연결 통로가 될 것이다.”
말은 무역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지구에 대한 침공 권한을 영구히 포기하고 오직 한강진이 독점하는 상점 시스템을 통해서만 지구와 교역을 하겠다는 항복 선언과 다름없었다.
강진은 조약의 내용을 읽으며 차가운 눈빛을 빛냈다.
“좋습니다. 조약은 성립되었습니다. 단, 우리 지구로 공급되는 모든 차원 기술과 외계 자재의 수입 관세율은 75%로 고정합니다. 또한 대아 무역 제국은 당신들 차원에 수출하는 모든 물자의 독점 가격 책정 권한을 영구 소유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잔혹한 독점 상인의 고율 관세 조건이었다.
잠시 홀로그램 너머의 연산 장치들이 웅웅거리며 상의하는 듯한 시간이 흐른 뒤, 외계 대리인의 고개가 무겁게 아래로 꺾였다.
- “……조건을 수락한다. 우리는 지구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며, 영구적인 물리적 격리 상태를 유지하겠다. 무역 대리인으로서 한강진 의장의 영원한 신용을 바란다.”
서걱. 서걱.
강진은 시스템 가상의 계약서 하단에 자신의 지장을 찍었다.
[대심연 연합 고위 의회와의 ‘영구 차원 격리 및 우주 조약’이 체결되었습니다!]
- 업적 달성: ‘외계 무역의 독점가’
- 보상: 대아 요새 내에 우주 교역 센터 건립 가능. 일일 세금 SP 획득율이 극대화됩니다. (+2,000 SP/day)
- 시스템 상점의 최종 등급인 ‘창세의 열쇠’ 카테고리가 완전 해금되었습니다.
외계의 침략 위협이 우주적 격리 조치로 영원히 끝난 역사적인 승리였다.
강진은 홀로그램을 끄며 집무실 창밖을 내다보았다.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복구 작업을 진행하는 생존자들의 활기찬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외계 위협마저 영원한 무역 거래처로 종속시킨 상인의 지배력 아래, 이제 파괴된 지구를 재건하고 새로운 신인류의 찬란한 문명을 이륙시킬 최종적인 재건의 역사가 그 화려한 막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