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34화: 심장의 붕괴와 종말의 소멸
은빛 사슬 닻에 양 날개와 뒷다리가 단단히 묶인 채 바닥에 처박힌 심연의 용은, 이제 단 한 뼘의 비행도 불가능한 무력한 과녁에 불과했다.
“집중 사격! 놈의 노출된 심장부를 깨부숴라!”
대원들과 연합군 포병대원들의 사격 지시와 함께, 동굴 전체가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청백색 플라즈마 불꽃과 포성의 화염으로 가득 찼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글로벌 버프 ‘보급 황제의 가호’를 받아 위력이 세 배로 증폭된 포탄과 대공 발리스타 창들이 용의 노출된 가슴 상처 구역을 끊임없이 강타했다. 탄환이 박힐 때마다 붉은 수정 비늘들이 대량으로 쪼개져 나갔고, 강산성의 검은 마력 피가 연못을 이룰 정도로 모래바닥을 질퍽하게 적셨다.
용은 둥지 바닥을 발톱으로 긁어대며 몸부림쳤지만, 사슬들은 놈을 사정없이 옭아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마침내 자신의 생명력이 한계에 달했음을 깨달은 용의 눈동자에, 광기 어린 자폭의 섬광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놈은 가슴의 파괴된 심장 코어 내부에서 흐르던 모든 지맥의 포자 에너지를 한곳으로 급격히 압축시키기 시작했다.
자신의 심장을 스스로 폭사시켜, 한강 강변과 서울의 온 지반 지맥 전체를 동귀어진 형태로 날려버리려는 파멸적인 자폭(Self-detonation)의 준비였다.
용의 가슴 중앙이 눈이 멀 정도로 붉고 불안정한 균열 광선들을 사방으로 뿜어내며 팽창하기 시작했다. 지하 둥지 내부의 모든 공기가 기압차로 인해 찢어지는 듯한 비명을 질렀고, 암반 곳곳이 흔들렸다. 폭발하는 순간 연합군은 물론이고 서울의 지상 쉘터 전체가 지도에서 소멸할 찰나의 순간이었다.
“의장님! 용의 마력 핵이 폭주하고 있습니다! 폭발 규모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임 대령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 비명을 질렀다.
그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강진이 가슴 중앙의 황금색 성궤 마크를 강하게 내리눌렀다.
“상인의 영토 내에서 허가받지 않은 폭발은 불법입니다. 가동하십시오, 창세의 성궤.”
[시스템 최고 권능 격발: ‘창세의 봉인 - 공허의 감옥’ (EX 등급)을 시전합니다.]
- 효과: 지목한 대상의 마력 에너지를 완전 격리하고 차원 굴절을 일으키는 중력 구체를 가동하여 모든 물리/마법 폭발을 흡수 소멸시킴.
- 소모 SP: 0 SP
위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강진의 가슴에서 뻗어 나간 검은색 중력 파동이, 폭발 직전의 용의 가슴 심장 코어 주변을 둥글게 감싸 안았다. 그와 동시에 둥근 구형태의 검은색 ‘공허의 감옥(Void Cage)’이 용의 심장 주위를 밀폐하듯 덮었다.
슈우우우웅- 치익!
폭발하려 사방으로 뿜어 나오던 붉은 자폭 광선들이 검은 구체 감옥 내부의 차원 왜곡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신기루처럼 소멸하기 시작했다. 폭발의 팽창 에너지가 밖으로 단 1인치도 흘러나오지 못하고 감옥 내부에서 억제되어 쪼그라들었다.
용은 자신의 마지막 발악마저 완벽하게 차단당하자, 경악과 절망 서린 붉은 눈으로 강진을 쳐다보았다.
강진은 장갑차 보닛에서 뛰어내려, 용의 코앞인 둥지 모래사장 가장자리에 섰다. 그는 마도 레일건 ‘궁니르의 잔영’을 겨누며, 총신의 전자기 에너지를 오버로드 한계선까지 급격히 충전했다.
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잉-!
총신을 감싸 안은 푸른 전자기 전류가 사납게 튀었고, 레일건의 포구가 눈부시게 이글거렸다.
“사냥은 여기까지입니다.”
강진은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움켜쥐었다.
콰콰콰콰콰콰-!
지하 둥지 전체를 가르며 날아간 초음속의 백색 섬광 전자기 탄환이, 공허의 감옥 내부에 갇혀 통제되던 용의 붉은 심장 마력 핵을 정확하게 관통했다.
파아아아아아아앙!
백색 전자기 섬광이 심장 내부에서 폭발하며 코어 자체를 잘게 쪼개버렸다.
동시에 공허의 감옥이 임플로전(Implosion)을 일으키며 안쪽으로 사납게 찌그러졌고, 용의 100미터가 넘는 거대한 수정 몸체 전체가 발끝부터 하얗게 정화되어 먼지꽃으로 결정화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 팟!
용은 더 이상의 단말마조차 내지 못한 채, 온몸을 이루던 단단한 수정들이 전부 눈부신 은빛 stardust 가루가 되어 동굴 사방으로 흩날리며 완벽하게 소멸했다.
[2차 대재앙의 본체, ‘심연의 용’(Spore Dragon) 사냥에 성공했습니다!]
- 업적 달성: ‘세상의 구원자’ (신화 등급)
- 최종 재료 획득: ‘심연의 용의 심장 코어’ (EX 등급)가 시스템 가방에 등록되었습니다.
바닥에 홀로 남은 주먹만 한 크기의, 은하수가 들어차 있는 듯한 눈부신 황금빛 심장 코어 조각을 강진이 주워 담았다.
그 순간.
한강 바닥의 붉은 오염 기류와 지상의 거대한 붉은 광선 기둥이 연기처럼 하얗게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피비린내 나던 붉은 안개가 순식간에 정화되어 맑은 대기로 변해갔고, 서울 하늘을 뒤덮고 있던 기괴한 칠흑 같은 암흑 구름이 쩍쩍 갈라졌다.
갈라진 암흑 구름 사이로, 대재앙 발발 이후 연합군 병사들이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찬란하고 눈부신 진짜 ‘자연의 아침 햇살’의 빛줄기들이 한강 지상 위로 눈부시게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빛이다…… 진짜 햇살이야!”
“우리가 살았어! 용을 잡았다!”
동굴 벽면의 틈새로 쏟아지는 찬란한 햇빛을 받으며, 전선의 모든 연합군 대원들이 소총을 하늘 위로 던져 올리며 미친 듯한 환호성을 질렀다.
강진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가슴속에 울리는 햇살을 쏘이며 미소를 지었다. 보급으로 문명을 지켜낸 위대하고 현실적인 상인의 권력이, 마침내 세상을 종말의 파멸로부터 구해낸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