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26화: 신화의 조건과 자원의 정제 (5막 2부 시작)
한강 진격전에서 얻은 달콤한 승전보와 함께 대아 요새로 복귀한 인류 생존 연합의 분위기는 고무되어 있으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용의 각성을 일시적으로 저지하고 놈을 반죽음 상태로 만들어 지하 둥지에 봉인시켰다는 소식은 생존자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한강 강바닥에 형성된 거대하고 두꺼운 붉은색 포자 고치(Spore Cocoon) 장벽은 현재 그들이 가진 일반적인 플라즈마 화력이나 마도 무기로는 흠집 하나 낼 수 없는 철벽이었다. 용이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눈을 뜨기 전에 저 고치를 찢어발겨야만 했다.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현 시간부로 모든 채굴 전력과 제련 공장은 철야 가동 모드로 들어갑니다.”
사령실 중앙 단상에 선 한강진이 차갑게 선언했다.
그의 눈앞에는 시스템의 최종 잠금 해제 퀘스트 창이 띄워져 있었다.
[시스템 퀘스트: ‘신화급 성궤’의 최종 잠금을 해제하라]
- 해금 조건 1: 고순도 정제 마정석 10,000개 수집 및 시스템 헌납. (현재: 3,450 / 10,000)
- 해금 조건 2: 마도 군수 공장의 마력 가열로를 통해 3개의 ‘신화급 촉매 열쇠’(Mythic Catalyst Keys)를 제작 및 합성.
- 진행 상황: 촉매 열쇠 1호 제작 중.
“고순도 정제 마정석 1만 개라니…… 평소라면 몇 달은 족히 걸릴 채굴량입니다.”
옆에 서 있던 임태수 대령이 걱정스러운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서울의 모든 생존자 세력과 자원을 손에 쥔 연합군입니다.”
강진은 팔짱을 낀 채, 실시간으로 요새로 입고되는 자원 현황 모니터를 가리켰다.
“모든 지부의 무인 터미널을 통해 회수되는 마정석들을 전부 대아 중앙 정제 공장으로 집결시키십시오. 생존 노동자들에게는 정화된 특식과 더 많은 해독 식수를 교환 포인트로 지급하며 독려하세요. 생존이라는 목표 아래 뭉친 인간들이 발휘할 수 있는 가장 무서운 힘이 무엇인지 보여줄 때입니다.”
강진의 명령 아래, 거대한 자원의 대집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네오 코리아의 노역 부대와 각 지부의 자발적인 지원자 수천 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하철 노선과 폐허 광맥에서 마정석 원석을 채굴해 철도 궤도차에 실어 보냈다. 요새 중앙의 마도 가열로 공장에서는 시커먼 연기 대신 황금색과 보랏빛이 뒤섞인 마력 열기가 쉴 새 없이 뿜어져 나왔다. 대원들이 원석을 집어넣을 때마다, 정밀 마도 정제 기계들이 웅웅거리며 순도 99%의 영롱한 육각형 마정석 조각들을 대량으로 쏟아냈다.
강진 역시 포인트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공장의 제련 속도를 아득히 초과시키기 위해 마스터 상점에서 제련 전용 특수 부스터를 구매해 공장 심장부에 이식했다.
[만능 보급 상점 (등급: 마스터) - 공장 특화 장비 카테고리]
- 상품명: 마도 정제 가속 모듈 ‘연금술사의 화로’ (C+ 등급 공장 아티팩트)
- 효과: 영지 내 모든 마도 제련소의 정제 속도를 400% 증가시키며, 원석 가공 시 손실율을 0%로 고정함.
- 가격: 1,000 SP
[1,000 SP를 소모하여 가속 모듈을 구매 및 군수 공장에 이식합니다.]
- 현재 보유 SP: 103.5 SP -> 2,103.5 SP (그동안 요새 터미널 무역 수수료와 징수세로 +2,000 SP 자동 입금 완료)
가속 모듈이 이식되자, 요새 가열로 공장의 컨베이어 벨트는 미친 듯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정제된 마정석의 수집 현황 그래프가 수직에 가깝게 가파른 곡선을 그리며 차올랐다.
철컥-! 삐이-!
공장 가열로의 메인 주조 틀이 열리며, 눈이 부실 정도로 찬란한 푸른색 마력 전류가 흐르는 육중한 황금빛 열쇠 형태의 구조물이 갓 정련되어 흘러나왔다.
[축하합니다! 신화급 촉매 열쇠 1호기 제작이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첫 번째 열쇠가 완성되었군요.”
강진이 열쇠를 집어 들며 미소를 지었다. 신화의 문을 열기 위한 뼈대가 무사히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사령실의 전술 상황판에 불길한 적색 경고 신호등이 요란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보급 소장님! 아니 의장님! 지하철 5호선 마포역 하행선 터널 구간에서 비상 상황 감지! 한강 바닥의 용의 붉은 고치 장벽에서 흘러나온 미세한 균열 틈새로, 용의 기생충이자 변종 오염체인 ‘포자 수정 기생충(Crystalline Parasites)’ 무리가 터널 벽면을 타고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놈들이 선로 주변의 정화 장치와 정수 파이프라인을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습니다! 이대로 방치하면 용산과 대아 요새를 잇는 생명줄인 지하철 수송망이 완전히 붕괴합니다!”
용이 지하 깊은 곳에서 회복을 취하는 와중에도, 침입자들을 차단하고 자신의 영역을 수호하기 위해 기생체 군단을 지상의 침입로로 출격시킨 것이었다.
강진은 차가운 눈빛으로 레일건을 치켜세웠다.
“과정일 뿐입니다. 태훈아, 1분대 소집해라. 방해 장해들은 둥지로 들어가기 전에 깨끗하게 청소해 둡니다.”
신화급 성궤의 해금을 눈앞에 둔 대장정의 길목에서, 보급 황제의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음산한 그림자들이 지하 통로 깊은 곳에서 아가리를 벌리며 들이닥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