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23화: 심연의 거룡과 절망의 숨결
지상으로 강림한 심연의 용(Spore Dragon)의 형상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도 대기 중의 마력 법칙을 뒤틀어 놓고 있었다.
놈의 100미터가 넘는 거대하고 육중한 수정 몸체 주변으로 붉은 마력 기류가 폭풍처럼 불어닥치자, 강변 방어 구역을 둘러싸고 있던 푸른 결계들이 파르르 떨리며 쩍쩍 갈라지는 소리를 냈다. 오벨리스크 주변의 모래사장 흙조차도 닿는 즉시 붉은 수정 가루로 변해 흘러내렸다. 뼛속까지 시려오는 기괴한 냉기와 독성 마력이 방호복의 방어선을 압박했다.
크오오오오오-!
용이 한강 위 공중에서 날개를 크게 펄럭이더니, 연합군의 강변 방어선을 향해 거대한 대가리를 꺾었다. 놈의 벌려진 아가리 틈새로 검붉은 마력의 폭풍과 결정 가루들이 기괴한 빛을 발하며 압축되기 시작했다.
파멸의 결정형 포자 브레스였다.
“모두 엎드려! 엄폐물 뒤로 최대한 밀착해라!”
한종학 대장이 비명을 지르며 대원들을 다잡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용의 아가리에서 뿜어져 나온 검붉은 광선 폭풍이 강변 모래사장을 일직선으로 휩쓸고 지나갔다.
스치기만 해도 모든 물리적 강도를 분쇄하는 결정화 광선이었다. 광선이 강타한 선상의 모든 지면이 단 1초 만에 붉은 얼음 벌판으로 강제 변환되었고, 방어선 좌측 외곽에 서 있던 마도 장갑차 한 대가 브레스의 스쳐 지나간 기류에 맞닿는 순간 차체 전면이 순식간에 유리처럼 결정화되며 부서져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방어선을 지탱하던 동쪽의 정화 오벨리스크 하나가 브레스의 직격을 맞아 폭발하며 완벽하게 파괴되었다.
콰앙!
“동쪽 오벨리스크 파괴되었습니다! 결계 장력이 40% 이하로 급감했습니다! 포자 독소가 유입되고 있습니다!”
장교의 다급한 비명 소리가 터널 입구에 울려 퍼졌다.
결계가 약해지자 지독한 붉은 결정 먼지들이 병사들의 안면으로 사정없이 쏟아져 내렸다. 비록 백신을 접종받아 면역력이 있었지만, 결정체 먼지들의 물리적인 침식력과 날카로운 파편들은 대원들의 전의를 꺾기에 충분했다. 죽음의 위협이 눈앞까지 닥친 것이었다.
그 절망의 한가운데서, 한강진은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박살 난 장갑차 플레이트 위로 올라서며, 품에서 전자기 실드가 장착된 금속 제어기를 소환해 허공에 던졌다.
[만능 보급 상점 (등급: EX) - 마스터 단계 특수 연동 장비]
- 상품명: 휴대용 아이기스 방막 제어기 (C+ 등급 아티팩트 소모품)
- 효과: 가동 즉시 10초 동안 전방 180도 구역에 물리 및 마법 저항이 100%에 달하는 무적의 황금색 마방진 배리어를 형성함. 오버로드 가동 가능.
- 가격: 2,000 SP
[2,000 SP를 소모하여 휴대용 아이기스 방막 제어기를 격발 가동합니다.]
- 현재 보유 SP: 603.5 SP
위이이이이이잉-! 쿵!
하늘로 솟구친 제어기가 폭발적인 황금빛 마력을 방출하며, 연합군의 전방 모래사장 위에 가로 50미터, 높이 3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황금색 거울 형태의 장벽을 즉각 가동시켰다.
용이 뿜어내던 두 번째 브레스의 잔여 줄기와 날카로운 수정 비들이 황금빛 거울 장벽에 부딪치는 순간, 팅! 팅! 거리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사방으로 튕겨 나가며 소멸했다. 단 1인치의 침투도 허용하지 않는 완전한 지배적 무적 결계였다.
“하, 한 소장님이 우리를 지켜주셨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황금 장벽의 수호를 목격한 대원들의 얼굴에 다시금 생기가 돌았다.
강진은 레일건을 굳게 쥔 채 마도 고글의 전술 분석 스캔 창을 띄웠다.
[시스템 분석: ‘심연의 용’의 마력 순환 계통]
- 특징: 용의 몸체 표면에는 외부 충격을 99% 무효화하는 심연의 마력 보호막이 상시 가동 중입니다.
- 약점: 용의 전신에 박힌 5개의 ‘지맥 안개 쐐기’(Crystalline Anchors)가 마력 순환의 핵심 노드입니다. 양 날개깃, 가슴 윗부분, 꼬리 끝, 그리고 머리의 뿔에 거대하게 돌출된 붉은 마정석 쐐기들을 파괴하기 전에는 본체에 대미지를 줄 수 없습니다.
“약점이 잡혔군요.”
강진은 무전기를 통해 전 병력에 타겟 오더를 지시했다.
“놈의 몸통을 직접 쏘지 마십시오! 탄약 낭비일 뿐입니다. 놈의 몸 구석구석에 박힌 다섯 개의 거대한 붉은 수정 쐐기들이 타겟입니다! 저것들이 용의 방막을 유지하는 마력 노드입니다.”
강진의 분석 오더가 내려지자, 임 대령과 한 사령관이 일제히 지시를 내렸다.
“1소대와 2소대는 좌우 날개에 박힌 쐐기를 노려라! 대공 발리스타 3호부터 8호는 꼬리와 머리의 뿔을 조준해라! 저격수들은 가슴의 쐐기를 노린다!”
“쏠 준비 해라! 3, 2, 1, 사격!”
콰아아아아앙-! 타타타타탕!
황금빛 거울 장벽 뒤에서, 연합군의 모든 대공 발리스타와 플라즈마 분쇄포, 그리고 저격 소총들이 일제히 다섯 개의 붉은 수정 쐐기들을 향해 화력을 일점사하기 시작했다.
빛줄기들과 거대한 마력 관통 창들이 하늘을 가르며 용의 몸체 구석구석을 타격했고, 붉은 수정 쐐기 표면에서 요란한 불꽃과 광석 파편들이 비산하기 시작했다.
용은 자신의 약점 노드가 타격당하기 시작하자, 끔찍한 비명을 지르며 공중에서 난폭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마침내, 문명의 운명을 결정지을 진정한 거룡 사냥의 최종 결전이 그 피 튀기는 막을 올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