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20화: 전야의 무장과 결전의 서막
결전을 하루 앞둔 대아 자유무역 요새는 용광로처럼 뜨겁게 끓어오르고 있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비룡 떼가 요새의 황금빛 아이기스 장막을 연신 두드렸지만, 그 어떠한 공격도 강진이 완성한 철옹성을 흔들지 못했다. 요새 내부의 대원들과 연합군 병사들은 이 완벽한 보호막 아래에서, 생존 연합 결성 이래 가장 거대하고 파격적인 보급 폭풍을 몸소 경험하고 있었다.
“현 시간부로 모든 돌격 연대와 포병 부대는 지급되는 대룡 장비 세트를 수령하십시오!”
태훈의 확성기 방송과 함께 요새 무기고에 탑처럼 쌓인 검은 상자들이 차례대로 개방되었다.
강진은 이번 한강 진격전에 모든 자금을 쏟아붓기로 결심한 상태였다. 그는 보유하고 있던 12,603.5 SP 중 1만 포인트를 일시에 소모하여 최정예 부대의 무장을 신화급 대전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만능 보급 상점 (등급: EX) - 최상위 대룡(對龍) 결전 카테고리]
상품명: 대룡용 마도 대공 발리스타 (C+ 등급 거치형 병기)
효과: 거대한 마력 관통 창을 발사하여 비행 마수들의 날개와 가죽을 꿰뚫고 마력 흐름을 봉쇄함.
가격: 대당 800 SP (10대 구매: 8,000 SP)
상품명: 나노 대포자 항체 백신 (대량 패키지)
효과: 접종자에게 48시간 동안 결정형 포자 독소에 대한 완전 면역력을 부여함.
가격: 패키지당 (1,000인분) 500 SP (2개 구매: 1,000 SP)
상품명: 중장갑 장갑차 마도 개조 키트
효과: 장갑 차량의 외벽에 푸른 마력 코팅을 입혀 산성 부식을 막고 플라즈마 터렛을 탑재함.
가격: 세트당 500 SP (2세트 구매: 1,000 SP)
[총 10,000 SP를 소모하여 대룡 장비와 면역 백신, 개조 키트를 대량 소환합니다.]
- 현재 보유 SP: 2,603.5 SP
강진의 어마어마한 보급품 구매가 끝나자마자, 그의 머릿속에 시스템의 요란한 격상 알림음이 울렸다.
[알림: 시스템 상점 누적 소모 포인트가 임계치를 초과했습니다!]
- 시스템 상점 등급이 ‘마스터(Master)’ 단계로 강제 격상됩니다.
- 혜택: 시스템 합성 기능이 최고 수준으로 강화되어 하위 아티팩트 합성 시 패널티가 0%로 고정됩니다.
- 신규 잠금 해제: ‘지배 상인의 영광’ 버프 가동 가능 (전투 중 아군 무기 내구도 무한 소모 차단).
“드디어 마스터 단계인가.”
강진은 자신의 손끝에 서리는 한층 더 강력해진 시스템의 제어 권능을 느끼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무기고 광장에서는 백신을 접종받은 2천여 명의 연합군 정예 대원들이 환호하고 있었다. 독소 면역 백신 덕분에 그들은 이제 포자 방독 마스크 없이도 자유롭게 호흡하며 지상 전장에서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대아 요새와 네오 코리아 군부가 보유한 중형 장갑차들의 차체 표면에는 눈부신 푸른색 마도 아머 코팅이 입혀졌고, 상단 해치에는 굵직한 플라즈마 파쇄 포탑들이 장착되어 위용을 뽐냈다.
단 하루 만에 오합지졸 생존자 연합군이 최첨단 마도 과학으로 무장한 정예 기계화 사단으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그날 저녁, 요새 지하 작전 회의실.
강진과 임태수 대령, 한종학 대장은 테이블 위에 띄워진 서울 전역의 3D 입체 홀로그램 지도를 보며 최종 작전 수립을 마쳤다.
“우리의 진격로는 오직 지하철 5호선 선로입니다. 지상의 비룡 떼를 피해 지하를 통해 마포대교 지하 환승역까지 은밀하고 빠르게 이동합니다.”
강진이 레이저 포인터로 지하 경로를 가리켰다.
“한강 중심부에 도달하면 지상으로 해치를 뚫고 급습하여 붉은 광선 기둥 주변에 휴대용 정화 오벨리스크 4개를 사방으로 설치해 임시 안전 장벽을 구축합니다. 그리고 이 기계, ‘마도 굴착 코어 대포’를 한강 바닥에 방출하여 지하 2천 미터 아래에 잠든 용의 심장맥을 정밀 타격할 계획입니다. 용의 둥지를 부수어 억지로 지상으로 끌어올린 뒤, 화력을 집중해 도륙하는 겁니다.”
그의 거침없고 치밀한 계획에 임 대령과 장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용의 동면 상태를 역이용해 선제 타격을 날려 전 주도권을 쥐겠다는 상인의 잔혹하고 철저한 계산이었다.
“의장님의 지시대로 전 병력 대기시키겠습니다. 내일 아침, 인류의 운명을 건 사냥을 시작합시다.”
임 대령이 경례를 표하며 방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운명의 시간이 도래했다.
24시간의 카운트다운이 00시 00분 00초를 가리키며 완전히 소멸한 순간.
쿠구구구구구구궁-!
지하 2천 미터 지맥 아래에서, 대지를 지탱하던 거대한 지반이 절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파멸적인 지진이 서울 중심부를 강타했다. 한강의 붉은 광선 기둥은 하늘의 구름을 뚫고 올라가 폭발적인 붉은 에너지를 사방으로 뿌렸고, 대낮이었던 서울의 하늘은 피처럼 붉다가 순식간에 칠흑 같은 암흑으로 완전히 뒤덮였다.
용이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었다.
지하 해치가 굉음을 내며 열리고, 궤도차와 장갑차로 무장한 최후의 연합군 철갑 행렬이 암흑과 포자가 울부짖는 지옥의 도심을 향해 엄숙하고 장엄하게 진격을 개시했다. 그들의 선두에는 보급으로 신세계를 지배하려는 상인 한강진이 차가운 눈빛으로 어둠을 헤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