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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12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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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원정 계획과 마법 철퇴

"제발...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내가 아는 건, 숨겨둔 비상 식량이랑 마정석 위치까지 전부 다 불겠습니다. 저기 트럭처럼 은빛 가루로 만들지만 말아주세요..."

어깨뼈가 마력 탄환에 직격당해 피떡이 된 들개파 두목 장철호는 차가운 물류창고 바닥을 기며 처절하게 애원했다. 낮의 그 안하무인하던 흉포함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살고자 하는 비루한 생존 본능만이 그의 핏기 가신 눈동자에 서려 있었다. 그는 강진이 손을 댈 때마다 물건들이 빛으로 산화되어 사라지는 광경을 보며, 자신이 한낱 데이터 조각처럼 지워질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강진은 피 묻은 도끼를 가볍게 돌려 차며 장철호의 미간 근처로 다가갔다.

"본거지의 정확한 위치와 남은 인원의 무장 상태, 그리고 식량 비축 창고의 방어 구조를 상세히 말하십시오. 거짓이 단 한 마디라도 섞여 있을 시에는, 아까 당신 부하가 어떻게 가슴이 뚫려 죽었는지 당신 어깨 상처로 몸소 더 깊게 체험하게 해드릴 겁니다."

"말하겠습니다! 다 말할게요! 마, 마포대교 북단 초입 근처에 짓다 만 미완공 15층짜리 주상복합 빌딩이 하나 있습니다. 그 건물 지하 2층 대형 주차장이 우리 본거지입니다. 남은 인원은 한 15명 정도 되고... 식량이랑 약탈한 물건들은 지하 2층 구석에 있는 비상 전기 기계실을 개조해서 만든 창고에 몰아넣었습니다. 철제 이중문으로 되어 있는데, 열쇠는 제 가죽 재킷 안쪽 숨겨진 포켓에 있습니다."

강진은 그의 지시대로 재킷 주머니를 뒤져 묵직한 쇠 열쇠 꾸러미를 확보했다.

"본거지의 방어 체계는? 각성자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입구에 철제 바리케이드랑 폐타이어로 벽을 쳐놨고, 보초 2명이 6시간마다 교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안에는 대화용으로 개조한 수제 아날로그 무전기가 한 대 있지만... 총기는 제가 들고 온 엽총 한 자루가 우리 팀의 유일한 화력이었습니다. 나머지는 전부 쇠파이프나 식칼, 그리고 공사장에서 가져온 해머들입니다. 각성자는... '해머 킴'이라고 불리는 사내가 한 명 있는데, 힘이 장사라 콘크리트 벽도 부숩니다."

장철호의 진술은 구체적이었고 앞뒤가 맞았다. 거짓말을 하기엔 그의 생명력이 너무나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다.

강진은 그를 창고 구석의 튼튼한 H빔 기둥에 단단히 결박했다. 간호사 이혜진이 강진의 묵인 하에 장철호의 어깨 부위에 응급 지혈 처치를 하고 압박 붕대를 감아주었다. 당장 과다출혈로 죽어버리면 본거지 공략에 쓸모 있는 인질이자 정보원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내일 아침, 날이 밝자마자 들개파 본거지를 털러 갑니다. 선공이 최선의 방어니까요."

강진의 단호한 선언에 강태훈이 야구배트를 내려놓으며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장철호 이놈을 인질로 앞세워 가면 녀석들이 당황해서 순순히 항복할 수도 있겠군. 하지만 15명이나 되는 적들의 소굴로 직접 들어가는 건 위험 부담이 너무 커. 무장이 조금 더 든든했으면 좋겠는데... 우리 넷이서 감당할 수 있겠소?"

강진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이제 시스템 보급의 진짜 힘을 보여줄 때였다.

그는 창고 안쪽의 조용한 자재실로 들어가 시스템 상점을 열었다. 보유 SP는 651.5 SP로, 중소 규모의 분대를 무장시키기에 충분한 거금이었다. 강진은 원정대의 화력과 안정성을 위해 포인트를 아낌없이 소모하기 시작했다.

[마력 강화 탄약 6발들이 (20 SP) * 2묶음 구매 완료]
[보급용 수제 양손 철퇴 (120 SP) 구매 완료]
[C급 농축 치료 연고 (15 SP) * 2개 구매 완료]

[총 190 SP가 소모되었습니다. 요청하신 아이템들이 인벤토리에 지급됩니다.]

마력 탄약 12발이 추가되어 리볼버의 잔탄은 총 17발이 되었다. 그리고 강진의 손앞에 1.2미터가 넘는 거대하고 묵직한 검은색 철제 양손 철퇴(Mace)가 빛 무리와 함께 실체화되었다. 철퇴의 둥근 타격부에는 날카로운 톱니 모양의 돌기들이 조밀하게 돋아나 있었고, 표면에는 은은한 황색의 대지 속성 마력이 흐르고 있어 타격 시 물리 충격을 증폭시키는 구조였다.

강진은 그 육중한 철퇴를 들고 나와 강태훈에게 건넸다.

"태훈 씨. 앞으로 우리 팀의 메인 탱커이자 딜러 역할을 해주셔야겠습니다. 이걸 쓰십시오."

강태훈은 공중에서 갑자기 나타난 듯한 거대한 철퇴를 받아 들고는 눈이 튀어나올 듯 크게 떴다. 철퇴를 한 손으로 가볍게 휘두르자, 붕- 하는 바람을 가르는 웅장한 파열음이 창고 안을 울렸다.

"이건... 보기보다 훨씬 가볍고 균형이 잘 잡혀 있군. 손에 착 감기는 손맛이 장난이 아니야. 한 대리, 자네는 대체 정체가 뭔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무기를 어디서 계속 꺼내는 거지? 무슨 비밀 창고라도 따로 있는 건가?"

"말했잖습니까. 저는 그냥 물류창고 보급 대리라고요. 재고 파악 하나는 끝내주게 하거든요."

강진은 태연하게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다음 날 아침, 붉은 안개가 연기처럼 자욱하게 깔린 마포구 대로변으로 세 명의 남자가 걸어 나왔다. 가죽 코트 깃을 세운 강진, 마법 철퇴를 어깨에 멘 강태훈, 그리고 쇠 지렛대를 꼬나쥔 박 대리였다. 그들 사이에는 오른쪽 어깨에 붕대를 칭칭 감은 채 쇠사슬에 묶인 장철호가 비틀거리며 앞장서 걷고 있었다.

IT 개발자 정현우와 오 과장은 창고의 전력 유지와 경계를 위해 남겨두었다. 강철 격벽이 버티고 있는 한, 웬만한 잔존 괴수들이 들이닥쳐도 창고 안의 인원들이 충분히 수성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마포구의 새벽 거리는 처참한 정적에 짓눌려 있었다.

유리창이 산산조각 난 시내버스들이 도로 한가운데 가로로 처박혀 길을 막고 있었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희생자들의 해진 옷가지와 유골들이 아스팔트 먼지 속에서 굴러다녔다. 빌딩들의 매끈하던 외벽은 괴수들의 날카로운 발톱 자국과 원인 모를 이상 폭발로 검게 그을려 있었고, 하늘에는 여전히 핏빛 균열이 번개처럼 이글거리며 대지를 짓누르고 있었다. 문명의 흔적이 거세된 채 유령 도시가 되어버린 서울의 풍경이었다.

"저... 저기입니다. 저 파란색 가설 천막으로 덮인 미완공 빌딩 지하..."

장철호가 이빨을 덜덜 떨며 손가락으로 전방을 가리켰다.

대로변 모퉁이에 공사용 가설 펜스가 흉하게 둘러쳐진 회색빛 콘크리트 빌딩이 보였다. 빌딩 입구에는 낡은 합판과 녹슨 철조망으로 조잡하게 쌓아 올린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뒤편의 그늘진 곳에서 쇠파이프를 들고 서성거리는 2명의 꾀죄죄한 보초가 관측되었다.

강진은 걸음을 멈추고 강태훈과 박 대리에게 조용한 수신호를 보냈다.

"태훈 씨는 장철호의 입을 틀어막고 여기서 대기하십시오. 박 대리님은 제 뒤를 따르세요. 보초들을 최대한 소리 없이 은밀하게 소탕합니다."

강진은 [+1 야수 사냥꾼의 도끼]를 낮게 쥔 채, 펜스의 그림자를 밟으며 조용히 다가갔다. 시스템 가죽 코트의 충격 흡수 효과 덕분인지,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을 밟는 소리조차 거의 나지 않았다.

보초 2명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극도의 피로와 굶주림에 절어 바리케이드에 등을 기댄 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들에게 이 세상은 이제 긴장의 연속이 아닌,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멸망의 과정일 뿐인 듯했다.

서걱-!

강진의 차가운 도끼날이 졸고 있던 첫 번째 보초의 목덜미를 가볍게 스치고 지나갔다. 비명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고꾸라지는 사내.

"어? 야! 철수야, 뭔 소..."

옆에 있던 다른 보초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는 찰나, 강진의 등 뒤에서 쇄도한 박 대리가 쇠 지렛대로 사내의 명치를 푹 찔렀다. 꺽, 하는 억눌린 소리와 함께 사내가 바닥으로 고꾸라지자 강진이 즉시 도끼 손잡이의 뭉툭한 끝부분으로 녀석의 관자놀이를 강타해 실신시켰다.

완벽하고도 잔인한 무소음 제압이었다.

강진은 바리케이드 너머,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컴컴한 경사로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축축하고 끈적한 지하 특유의 곰팡이 냄새와, 약탈자들이 남긴 피비린내가 경사로 아래에서 구역질 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들개파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지옥의 관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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