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14화: 붉은 광선과 생존 연합의 첫 출진
한강 한복판에서 솟구쳐 오른 검붉은 마력의 광선 기둥은 서울의 하늘을 완전히 붉게 물들였다.
대기 중의 포자 밀도는 단 몇 시간 만에 수십 배로 급증했다. 지상의 포자 안개는 이제 단순한 연기를 넘어, 숨쉬기 조차 버거운 붉은색 액체 분진처럼 변하여 도로와 건물 표면을 진득하게 적셨다. 강도가 가해진 산성 안개는 기존 생존자들의 조잡한 비닐 막이나 임시 방어벽들을 차례대로 부식시키기 시작했고,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특히, 대아 자치구와 일찍이 생수 무역 협정을 맺고 연명하던 마포대교 인근의 독자 생존자 커뮤니티인 ‘마포 캠프’의 사정이 급박했다.
- “보급 소장님! 아니, 총보급관님! 마포 캠프의 김영두 대표입니다! 붉은 안개의 밀도가 급상승하면서 저희의 기존 필터가 완전히 녹아내렸습니다! 대원들의 절반 이상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고, 안개 속에서 미쳐버린 포자 변종 괴수 무리가 방어벽을 부수고 안으로 밀고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발…… 제발 구원 물자와 병력을 보내주십시오!”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김 대표의 목소리는 피와 절규로 젖어 있었다. 수십 마리의 괴수들이 내지르는 포효 소리가 무전기 너머 배경음으로 어지럽게 섞였다.
강진은 무전기를 내려놓고 상황실 중앙의 연합군 장교들을 둘러보았다.
“인류 생존 연합의 첫 번째 공식 임무입니다.”
강진의 목소리에는 단호한 결의가 실려 있었다.
“네오 코리아의 정예 돌격 연대는 대아 자치구의 마도 장갑차 세 대에 분승하십시오. 새로 가동한 군수 공장에서 방금 생산된 신형 대포자 방호복과 플라즈마 화기들이 장갑차 내부에 보급되어 있습니다. 마포 캠프의 생존자들을 구출하고, 그곳에 우리의 거점을 확장합니다.”
“출진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의장님!”
임태수 대령이 절도 있게 경례했다.
과거 반란군 세력에게서 몰수하여 시스템으로 강화한 세 대의 육중한 마도 장갑차들이 시동을 걸었다. 콰르릉거리는 묵직한 마도 엔진 소리와 함께, 장갑차들의 배기구에서 푸른 마력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대원들은 강진이 보급한 나노 섬유 재질의 검은색 대포자 방호 군복을 입고, 마도 고글을 쓴 채 전술 총기를 손에 쥐었다. 이 방호복은 붉은 안개의 강산성 포자를 완벽하게 튕겨내는 아포칼립스 시대 최강의 전술 장비였다.
강진 역시 직접 선두 장갑차의 조수석에 탑승했다.
우우우웅-!
비밀 공장의 강철 해치가 열리고, 세 대의 장갑차가 붉은 안개로 가득 찬 지상 도로를 향해 맹렬하게 튀어 나갔다.
지상의 풍경은 그야말로 종말 그 자체였다. 사방이 피처럼 붉은 안개로 차단되어 가시거리가 5미터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도 장갑차의 전면 유리창에 탑재된 시스템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덕분에 수색대는 장애물과 도로의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하며 시속 80킬로미터가 넘는 속도로 질주할 수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포대교 초입에 도달하자, 참혹한 전투의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무너진 바리케이드 너머로 수십 명의 마포 캠프 생존자들이 찢어진 방독면을 쓴 채 권총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고 있었다. 그들을 둘러싼 것은 등 뒤에 붉은 마정석이 돋아나고 이빨에서 부식성 침을 흘리는 변종 포자 괴수들이었다. 방어벽은 이미 군데군데 무너져 내렸고, 포자 괴수 한 마리가 방어선 내부로 난입해 비명 지르는 여성을 덮치기 직전이었다.
쿠구구구궁-!
그 절체절명의 순간, 선두에 서 있던 마도 장갑차가 괴수를 정면으로 들이받으며 잔혹하게 깔아뭉갰다.
끼에에엑!
괴수가 뼈가 바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튕겨 나갔고, 장갑차의 해치가 열리며 완전히 무장한 연합군 돌격대원들이 지상으로 쏟아져 나왔다.
“사격 개시! 생존자들을 보호하고 전방의 괴수들을 소각해라!”
임 대령의 포효와 함께 대원들이 사격을 개시했다.
타타타타탕! 슈우우우웅!
플라즈마 탄환들이 붉은 안개를 가르며 푸른색 궤적을 뿜어냈다. 탄환이 변종 괴수들의 몸에 박힐 때마다 눈부신 마력 전자기 폭발이 일어나며 괴수들의 두꺼운 가죽을 녹여버렸다. 산소를 소모하지 않는 푸른 마도 불꽃이 괴수들의 포자 세포를 즉각적으로 연소시켰다.
대아 자치구의 압도적인 화력 보급을 받은 대원들은 한 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방호복 덕분에 붉은 안개의 산성 피해를 전혀 입지 않은 대원들은, 안개 속에서 고통받으며 비틀거리는 괴수들을 사냥개처럼 도륙해 나갔다.
강진은 장갑차에서 내려 마포 캠프의 광장 중앙으로 걸어갔다. 그의 등 뒤로 보급품 상자를 든 수송 대원들이 따랐다.
“김영두 대표님, 늦지 않아서 다행이군요.”
강진이 다가가자, 얼굴에 피와 흙먼지를 묻힌 김 대표가 눈물을 흘리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한 소장님! 아니, 총보급관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은혜는 거래로 갚으시면 됩니다.”
강진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의 손끝에서 거대한 은빛 금속 오벨리스크가 소환되어 광장 한가운데 쿵 하고 내려앉았다.
[대형 대기 정화 오벨리스크 (C등급 아티팩트 장비)를 설치합니다.]
- 효과: 반경 300미터 내의 대기 중 포자와 미세 독성 물질을 영구 정화하여 완전한 ‘안전지대(Safe Zone)’를 구축합니다.
- 유지비: 일일 50 SP (해당 구역 거래 수수료로 자동 충당됩니다.)
오벨리스크가 가동되자, 눈부신 은빛 마력 파동이 원형으로 뻗어 나가며 마포 캠프를 짓누르던 붉은 안개를 순식간에 밀어냈다. 붉은 하늘 아래, 오직 마포 캠프 상공만이 맑고 투명한 푸른 대기를 되찾았다.
숨을 쉬지 못해 숨을 헐떡이던 마포 캠프의 수백 명의 생존자들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며 만세를 불렀다. 그들에게 이 푸른 구역은 신이 내린 구원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다.
“김 대표님. 이제 마포 캠프는 공식적으로 인류 생존 연합의 마포 지부로 합류합니다. 모든 자원 수집과 안전 관리는 연합의 규칙을 따르게 됩니다.”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의장님의 지시라면 지옥 끝까지라도 가겠습니다!”
김 대표와 생존자들은 강진의 발밑에 기꺼이 고개를 숙였다.
강진은 정화 오벨리스크가 빛나는 마포 캠프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붉은 광선 기둥이 쏘아 올려진 한강을 중심으로, 그의 절대적인 보급 제국이 지상 위로 그 세력을 본격적으로 뻗어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