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13화: 다가오는 종말과 자원의 대집결
충격적인 비디오 로그가 끝나고, 네오 코리아 연구동 내부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대원들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서울 지하에 잠들어 있는 거대한 용이 내쉬는 숨결이 바로 세상을 뒤덮은 붉은 포자 안개라는 사실. 그리고 그 용이 완전히 깨어나는 순간 한반도 자체가 붕괴할 것이라는 경고는 군인들의 모든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한강진의 표정은 여전히 고요했다. 아포칼립스 세상을 살아가는 장사꾼에게, 다가오는 파멸은 절망이 아닌 역대급 비즈니스의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넋 놓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이 시설 내부의 모든 설계도 상자와 정밀 부품 박스들을 지상으로 끌어올리십시오.”
강진의 냉정하고 침착한 지시에 한종학 대장이 정신을 번쩍 차렸다.
“하, 하지만 한 소장…… 용이 깨어난다면 우리의 모든 발버둥이 다 무의미해지는 것 아닌가? 땅 자체가 무너져 내린다는데 대체 무얼 한단 말인가?”
“그럼 그냥 여기 주저앉아서 기침을 하다가 용의 먹이가 되실 겁니까?”
강진은 철제 선반 위를 훑어보며 마도 연동 칩을 가동시켰다.
“용이 깨어난다면 그전에 우리가 더 강력한 힘을 길러 용의 심장을 꿰뚫으면 그만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이 방공호에 잠들어 있던 구시대의 자원들과 기술 설계도들이 반드시 필요하죠. 시스템 스캔 및 흡수.”
위이이잉-! 강진의 손끝에서 뻗어 나간 푸른빛 마력이 군용 무기 연구실 내부의 보존 가치가 높은 자재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연동 완료! 구시대 군 연구소의 극비 설계도 및 자재들을 시스템 보관함에 등록합니다.]
- 획득 항목: ‘마도 가열로 코어 설계도 (정밀)’, ‘자동 탄약 조립 생산 라인 모듈’, ‘고정형 마력 증폭 배리어 제어 장치’.
- 효과: 대아 자치구의 비밀 군수 공장 생산 시설에 해당 모듈을 이식합니다. 탄약 및 중장비 생산 속도가 300% 증가하며, 생산 시 소모되는 SP 비용이 기존 상점가 대비 20% 수준으로 초극감합니다.
지하의 비밀 연구 시설을 고스란히 자신의 생산 거점으로 동기화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이로써 대아 자치구는 무한한 탄약과 최상급 방어 장비를 대량으로 생산해 유통할 수 있는 완벽한 ‘군수 기지’로 최종 변모하게 되었다.
탐사를 마친 수색대는 획득한 설계도 상자들을 짊어지고 지하 6층의 균열을 임시로 마도 봉인 필터로 메운 뒤, 마침내 방공호 지휘부로 귀환했다.
방공호 중앙 상황실에 모인 네오 코리아 임시 정부의 고위 장교들과 생존 세력의 대표단들은 수색대가 가져온 비디오 로그의 백업본을 확인하고 집단 패닉에 빠져들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지상도 지옥인데 지하에서 용이 깨어난다니! 우린 다 죽었어!”
“임 대령! 당장 피난 계획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닌가? 남부 지방이나 바다 너머로 도망쳐야 하오!”
일부 관료들과 장교들이 고함을 지르며 책상을 두드렸다. 그들의 눈에는 이미 이성을 잃은 두려움이 가득했다.
그 난장판 속에서 임태수 대령이 단상으로 올라서며 마이크를 잡았다.
“조용히 하십시오! 다들 품위를 지키십시오!”
임 대령의 우렁찬 호통이 상황실에 울려 퍼졌다.
“남부 지방으로 도망친다고 해서 용의 숨결로부터 안전할 것 같습니까? 지금 지상의 포자 안개는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도망칠 곳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우리의 유일한 길은 한강진 소장님이 이끄는 대아 자치구와 손을 잡고, 다가올 전쟁을 준비하는 것뿐입니다!”
임 대령의 단호한 선언에 시선이 자연스럽게 회의실 뒷벽에 기대 서 있던 한강진에게 쏠렸다. 강진은 천천히 걸어 나와 회의 테이블 중앙에 지도를 펼쳤다.
“임 대령님의 말이 맞습니다. 도망칠 곳은 없습니다. 우리는 이제 하나의 깃발 아래 뭉쳐야 합니다. 네오 코리아와 대아 자치구, 그리고 인근의 모든 생존자 커뮤니티를 통합한 ‘인류 생존 연합’을 창설할 것을 정식으로 제안합니다.”
강진의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실려 있었다.
“연합의 모든 보급과 물류, 그리고 무기 생산 통제권은 대아 자유무역 자치구가 독점합니다. 네오 코리아 군부는 잔존 병력 전체를 연합군의 기동 부대로 전환하고, 자치구의 지휘 아래 지상과 지하의 마정석 및 희귀 자원 발굴에 전념하십시오.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광물을 캐오면, 대아 자치구는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깨끗한 물, 그리고 저 심연의 괴물들을 도륙할 수 있는 최첨단 마도 무기를 무한정 보급하겠습니다.”
말은 동맹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보급권을 쥔 한강진이 모든 군사력과 자원을 통제하는 절대적 군사 보급 총사령관이 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건 너무 지나치게 독점적인 권한이 아닙니까? 아무리 보급을 책임진다고 해도 군 통제권까지 넘기라니…….”
장교 중 한 명이 불만을 제기하려 했으나, 강진은 그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을 잘라버렸다.
“그럼 당신들이 알아서 총알을 만들고, 포자 필터를 생산하고, 밥을 지어 드십시오. 저는 협조하지 않는 세력에게는 단 한 방울의 물도 제공하지 않을 겁니다.”
결국 상황실의 그 누구도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했다. 보급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생존의 무기가 군부의 자존심을 완전히 꺾어버린 것이었다. 네오 코리아 군부와 관료들은 공식 서류에 서명하며 한강진을 연합군의 ‘총보급관 및 연합 의장’으로 추대했다.
[‘인류 생존 연합’(Humanity Survival Coalition)이 결성되었습니다!]
- 네오 코리아 군부 및 잔존 국가 기관이 자치구의 연합 관할 하에 합류합니다.
- 대아 자치구의 지배 세력 범위가 서울 지하 구역 전역으로 확장됩니다.
- 일일 획득 SP가 징수된 특별세와 채굴 수수료를 통해 대폭 상승합니다. (+500 SP/day)
- 시스템 상점의 최종 등급 카테고리인 ‘신화급 성궤’의 잠금 해제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동맹 조약의 도장이 찍히는 그 순간.
쿠구구구구궁-!
방공호 너머 지상 깊은 곳에서,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대지의 찢어지는 소리가 고막을 강타했다. 상황실 전술 화면에 지상 위성 관측소의 실시간 전송 영상이 강제로 띄워졌다.
화면 속에 비친 서울 한강 마포대교 인근의 강바닥이 쩍 갈라지며, 그 균열 사이로 하늘을 뚫을 듯한 거대하고 붉은색 광선 기둥이 수백 미터 상공으로 거칠게 쏘아 올려지고 있었다. 그 붉은 광선이 대기에 닿자마자 주변의 붉은 안개가 미친 듯이 소용돌이치며 사방으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마침내, 동면하던 심연의 용이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는 대재앙 2차 파멸의 본 전조가 서울 중심부에서 장엄하고도 흉포하게 터져 나온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