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10화: 심연의 균열과 최초의 방어전
지하 6층으로 향하는 비상 계단실은 이미 자욱한 먼지와 붉은 포자 안개, 그리고 피비린내로 진동하고 있었다.
“사격! 사격해! 계단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막아!”
방공호 수비대원들의 절박한 외침과 함께 소총의 불꽃이 어둠을 가르고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그러나 그들의 사격은 심연의 마수들에게 큰 타격을 주지 못했다. 무너진 지하 7층의 균열에서 기어 올라온 괴수들은 지상에서 보던 기존의 마수들과 완전히 달랐다.
온몸이 검은 진흙 같은 마력 액체로 뒤덮여 있고, 붉은색 포자 버섯들이 등 뒤에 종양처럼 자라난 괴물들. 총탄이 그들의 썩어 문드러진 몸을 관통해 지나가도, 검은 마력 액체가 꿈틀거리며 순식간에 상처를 메워버렸다. 재생 속도가 일반적인 사격 피해를 아득히 상회하는 기괴한 불사신들이었다.
“안 됩니다! 일반 탄환으로는 이 괴물들의 코어를 파괴하지 못합니다! 벌써 전방 초소가 무너졌습니다!”
소대장의 절망적인 보고와 함께, 검은 진흙 괴수들이 포효하며 계단 난간을 타고 맹렬하게 기어 올라왔다. 짐승의 주둥이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액체가 계단 바닥에 닿자, 단단한 콘크리트 바닥이 치익 소리를 내며 녹아내렸다. 산성 독소마저 뿜어내는 괴물들이었다.
수비대원들이 공포에 질려 방어선을 버리고 뒤로 밀려나기 시작하는 찰나, 차가운 공기와 함께 구두 굽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탁. 탁. 탁.
“밀리지 마라! 자리를 사수해라!”
한종학 대장이 권총을 쏘며 대원들을 다잡았고, 그 옆으로 한강진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침착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강진은 기어 올라오는 검은 괴수들의 기괴한 형상을 눈살을 찌푸리며 관찰했다.
“저건 일반적인 마수가 아니군요. 심연의 기운으로 오염된 액상 마력체입니다. 충격 피해로는 죽일 수 없어요. 세포 단위로 소각하거나 마력 흐름을 차단하는 정화 마법이 필요합니다.”
“한 소장! 그런 무기가 지금 우리에게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방공호에 보관 중인 화염방사기는 연소 가스 때문에 밀폐된 지하에서 쓸 수가 없네!”
한 사령관이 다급하게 외쳤다. 그 말대로 지하에서 산소를 급격하게 소비하는 화기나 화학 가스 무기는 수비대조차 질식사시킬 수 있는 자살행위였다.
강진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당신들에게는 없겠지만, 저에게는 있죠.”
강진은 허공의 시스템 화면을 손끝으로 빠르게 터치했다.
[만능 보급 상점 (등급: EX) - 심연 대비 특수 무기 카테고리]
상품명: 성스러운 은빛 정화 폭탄 (E등급 아티팩트 소모품)
효과: 폭발 시 반경 5미터 내의 심연 및 언데드 계열 몬스터의 재생력을 영구 상쇄하고 신성 속성의 빛으로 정화함. 산소 소비 없음.
가격: 개당 30 SP
상품명: 마도 플라즈마 융합 엽총 탄환 (12게이지)
효과: 초고온의 푸른 마도 열선 불꽃을 방출하여 산소를 소비하지 않고 마력을 연소시킴.
가격: 상자당 (10발) 15 SP
보유 포인트는 2,253.5 SP. 망설일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시스템. 은빛 정화 폭탄 30개와 플라즈마 엽총 탄환 20상자 구매.”
[900 SP와 300 SP를 소모하여 특수 소모 무기들을 소환합니다.]
- 현재 보유 SP: 1,053.5 SP
강진의 손길 아래, 눈부신 은빛 룬 문자가 표면에 정교하게 새겨진 둥근 구형 수류탄들과 푸른색 빛이 감도는 엽총 탄환 상자들이 바닥에 무더기로 소환되었다. 강진은 곧바로 은빛 정화 폭탄 두 개를 집어 들어 아래층 계단실 깊숙한 곳으로 사정없이 투척했다.
데굴데굴. 핀이 뽑힌 폭탄이 검은 괴수들의 무리 한가운데로 굴러떨어졌다.
스으으으으- 팟!
폭발은 거창한 불꽃이나 굉음을 내지 않았다. 그 대신 눈이 시릴 정도로 눈부신 백색의 은빛 마력 파동이 파도처럼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끼에에에에에엑!
은빛 파동에 닿은 검은 진흙 괴수들이 마치 뜨거운 불판 위에 올라간 얼음처럼 격렬한 스팀을 뿜어내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절대적인 불사 재생 능력이 순식간에 차단된 것이었다.
“지금입니다. 이 탄환들을 장전하고 쏘십시오.”
강진의 명령에 한종학 대장과 정예 사수들이 정신을 차리고 신형 마도 탄환들을 자신들의 산탄총과 소총에 허겁지겁 장전했다.
탕-! 콰아아앙!
사격 소리와 함께 총구에서 뿜어져 나온 것은 붉은 불꽃이 아닌, 눈부신 푸른색의 플라즈마 화염 줄기였다. 푸른 불꽃이 은빛 파동으로 재생력이 억제된 마수들의 몸에 닿자, 검은 진흙 같은 마력 액체가 기름처럼 활활 타올랐다. 지하의 산소를 전혀 소모하지 않는 순수한 마도 고열 화염이었기에 복도 내부의 공기는 깨끗함을 유지했다.
타타타타탕!
방어벽 뒤에서 대원들이 신나게 총을 쏘아댔다. 방금 전까지 무적의 불사신처럼 느껴졌던 괴물들이 이제는 탄환을 맞을 때마다 비명을 지르며 하얀 재로 변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막아냈다! 우리가 괴물들을 밀어내고 있어!”
소대장의 환호성이 계단실에 울려 퍼졌다. 대원들의 눈에는 더 이상 절망이나 공포가 없었다. 한강진이 공급한 신비로운 보급 무기들이 있는 한, 그 어떤 괴물이 쳐들어와도 이길 수 있다는 절대적인 신뢰감이 그들의 가슴속에 싹트고 있었다.
단 10분 만에, 지하 6층으로 기어 올라오던 심연의 괴수들은 완전히 전멸했다. 계단실 바닥에는 하얀 마정석 가루와 괴수들이 흘린 검은 마력의 잔해들만이 뒹굴고 있었다.
한종학 대장이 소총을 내리며 숨을 헐떡였다. 그의 얼굴에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깊은 경외감이 서려 있었다.
“살았군…… 한 소장, 자네가 아니었다면 이 방공호는 오늘로 끝장났을 걸세. 진심으로 감사하네.”
“감사는 거래가 완전히 마무리된 뒤에 하십시오.”
강진은 냉정하게 대답하며 계단 아래의 어두컴컴한 지하 7층을 내려다보았다.
지하 7층의 붕괴된 틈새 너머로, 보라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불길한 심연의 차원 균열이 마치 살아 있는 눈동자처럼 껌벅이며 불길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이건 일시적인 방어일 뿐입니다. 균열을 근본적으로 봉쇄하지 않는 한, 저 아래에서 더 강력한 심연의 거수들이 떼를 지어 올라올 겁니다.”
임태수 대령이 지하 6층으로 내려와 그 광경을 보고 사색이 되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방공호를 버리고 지상으로 올라가야 합니까? 하지만 지상도 포자 안개로 가득 차 있는데…….”
“버릴 필요는 없습니다.”
강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이 균열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제가 직접 내려가 확인하겠습니다. 그리고 그곳의 마력맥을 차단할 아티팩트를 설치하죠. 물론, 이번 탐사에서 얻는 지하의 모든 자원과 고대 유물의 소유권은 전적으로 저에게 귀속되는 조건입니다. 동의하십니까?”
임 대령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택지가 없었다. 보급의 주인인 한강진이 가리키는 길이 곧 그들의 유일한 생존로였다.
강진은 장갑을 고쳐 끼며 심연의 균열을 매서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곳은 위험한 지옥이었지만, 동시에 시스템의 숨겨진 최고급 보상을 획득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