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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109화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아포칼립스의 만능 보급상인

109화: 쉘터 속의 빨간 상점과 지하의 고동

조약이 체결된 지 단 하루 만에, 네오 코리아 임시 정부의 심장부인 정부방공호 지하 광장에는 믿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대아 자치구로부터 파견된 기술팀과 보급 차량들이 지하 통로를 통해 진입했고, 그들의 지휘 아래 방공호 곳곳에 푸른 마력이 깃든 육각형의 마도 정화 노드들이 설치되었다. 웅웅거리는 나직한 가동음과 함께 공기 순환계로 나노 필터가 장착되자, 방공호 내부를 짓누르던 매캐하고 찌르는 듯한 포자 냄새가 신기루처럼 씻겨 나갔다.

“콜록…… 어, 어라? 숨이 쉬어지네?”

“기침이 안 나와! 붉은 안개가 사라졌어!”

지하 3층과 4층의 일반 거주 구역에 수용되어 있던 수천 명의 생존자들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허공에 대고 코를 킁킁거렸다. 항상 목구멍을 찌르던 유독성 가스가 걷히고 가슴 속 깊이 시원한 공기가 차오르자, 여기저기서 눈물을 흘리며 환호성을 지르는 이들이 속출했다. 이어서 오염된 흙탕물만 뚝뚝 떨어지던 공용 급수대에서는 한강진이 복구한 간이 정수 아티팩트 덕분에 맑고 투명한 냉수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에게 한강진이라는 이름은 이제 단순한 민간 자치구의 소장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숨줄을 쥐고 흔드는, 구세주이자 절대적인 권력자의 이름이었다.

하지만 한강진의 행보는 단순히 자선 사업에 머무르지 않았다.

방공호 중앙 광장 한구석에 대아 자치구의 상징인 붉은 톱니바퀴 마크가 새겨진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들어섰다. 가로 세로 각각 3미터에 달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이 기계는 검은색 강화유리와 금속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세련된 키오스크 형태를 띄고 있었다.

[대아 무역 보급 터미널 (1호점)]

강진은 임태수 대령과 군 수뇌부 인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키오스크의 전원을 켰다. 은은한 푸른 광원과 함께 화면 위에 수많은 아이템 목록과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었다.

“이게…… 뭡니까?”

임 대령이 신기한 듯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대아 무역 보급 터미널입니다. 네오 코리아 방공호 내부의 생존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무인 보급 상점이죠.”

강진이 화면을 가볍게 터치하며 설명했다.

“여기에 괴수에게서 채취한 마정석이나 시스템에 등록 가능한 가치 있는 구시대 문명의 기술 서적, 혹은 희귀 광물을 넣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가치를 감정하여 포인트로 환산해 줍니다. 그리고 그 포인트로 필요한 식량이나 물, 의약품을 즉시 교환해 갈 수 있죠. 24시간 언제나 가동됩니다.”

설명을 듣던 참모들의 얼굴에 감탄과 동시에 묘한 위기감이 교차했다.

그동안 방공호 내부의 생존자들은 정부와 군부가 배급하는 한 줌의 배급품에 목을 매고 있었다. 그 배급을 통제하는 것이 군부의 가장 강력한 지배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생존자들은 정부의 배급을 기다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스스로 지상이나 노선 통로에서 마수를 사냥해 마정석을 얻거나, 버려진 건물에서 가치 있는 자원을 발굴해 이 빨간 기계에 집어넣기만 하면 군부가 제공하는 것보다 훨씬 우수한 품질의 식량과 약품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즉, 네오 코리아 방공호 내부의 실질적인 경제적 주도권이 임시 정부에서 한강진의 손으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의미했다.

“한 소장님, 이건 우리 방공호의 배급 통제 체계를 완전히 흔드는 일입니다. 생존자들이 통제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치안 유지가 불가능해집니다.”

한 참모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러자 강진이 피식 웃으며 참모를 돌아보았다.

“통제란 생존을 보장해 줄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겁니다. 당신들이 굶겨 죽이면서 통제하는 게 옳습니까, 아니면 제 기계를 통해 스스로 먹고살 길을 찾게 만드는 게 옳습니까? 게다가 이 터미널에서 거래되는 모든 마정석의 10%는 군부의 운영 수수료로 적립되어 군용 탄약이나 장비로 환전할 수 있게 해두었습니다. 당신들 입장에서도 손해 볼 장사는 아닐 텐데요?”

그 말에 임태수 대령의 눈빛이 번쩍였다. 마정석을 수집해 오는 것만으로도 골머리를 앓던 탄약 보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알겠습니다. 터미널 설치를 공식 허가하고, 사용을 적극 권장하도록 하지요.”

결국 임 대령은 강진의 손을 들어주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쿠구구구구궁-!

방공호의 두꺼운 콘크리트 벽면 전체가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를 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상에서 느꼈던 지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고 불길한 고동이었다. 광장의 천장에서 시멘트 가루와 흙먼지가 비처럼 쏟아졌고, 조명등이 거칠게 깜빡였다.

“지진인가? 아니, 지하에서 진동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임 대령이 비틀거리며 벽을 붙잡았다. 기둥을 잡고 버티던 강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의 귓가에 차원의 틈새에서 들려오는 듯한, 소름 끼치는 울림이 나직하게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지각 변동이 아니라, 거대한 무언가가 깨어나며 내지르는 무형의 포효였다.

삐이이이이이-!

방공호 사령실의 비상 연락망이 다급하게 울렸다. 수신기를 잡은 임 대령의 귀로 통신 장교의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새어 나왔다.

지하 7층의 붕괴. 그리고 심연의 출현.

강진은 허공의 시스템 창을 띄웠다. 붉은색 경고 창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경고! 서울 지하 심층부의 마력 밀도가 임계치를 초과했습니다.]

“용의 그림자가 지상뿐만 아니라 지하까지 뒤흔들고 있군.”

강진이 차갑게 혼잣말을 읊조리며 벨트에 차고 있던 마도 권총을 꺼내 들었다. 바깥의 안개만 피하면 안전할 줄 알았던 방공호조차, 이제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진정한 대전쟁의 소용돌이가 지상과 지하 양면에서 그들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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