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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한 세계의 인공지능 정비사3화

멸망한 세계의 인공지능 정비사

멸망한 세계의 인공지능 정비사

3화: 스크랩 견들의 습격

붉은 점 두 개가 모니터 가장자리를 천천히 돌았다.

지한은 화면을 노려보다가 손목을 털었다. 아르케에 역류했던 통증이 아직 손가락 끝에 남아 있었다. 해머를 잡을 때마다 뼈 사이에 얇은 전류가 끼어드는 느낌이었다.

카이론이 천장 스피커로 말했다.

“둘이라고 안심하지 마십시오. 지상 감시 카메라가 세 번째 열원을 놓쳤습니다. 고철 더미 아래로 들어갔군요.”

“입구는 찾았어?”

“아직입니다. 하지만 찾아낼 겁니다. 감염된 사냥개는 냄새 대신 진동과 열을 기억하니까요.”

정비대 위의 에바가 고개를 들었다. 청색 렌즈가 붉은 점을 훑었다.

“위협 개체 수 셋. 근접전 대응을 요청합니다.”

“네 몸부터 봐.”

에바의 오른팔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임시 안정화 폼과 케이블만 매달려 있었다. 왼쪽 다리는 무릎 아래가 없었다. 겨우 깨어난 바이오 셀의 출력도 한 번 세게 쓰면 다시 가라앉을 게 뻔했다.

“현재 손상률 71%. 그러나 마스터 보호 프로토콜은 대기 중입니다.”

건조한 보고였다. 지한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

“대기는 유지해. 움직일 때는 내가 말한다.”

“명령 수락.”

바로 그때 지상 해치 쪽에서 금속이 긁히는 소리가 났다. 길고 낮은 소리였다. 손톱으로 문을 긁는 듯했지만 그 끝에는 굶주린 톱날이 달려 있었다.

모니터의 붉은 점 하나가 멈췄다.

“찾았네.”

지한은 작업대 아래에서 전자기 해머를 꺼냈다. 배터리 경고등이 세 번 깜박였다. 카이론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자동 포탑을 올리겠습니다.”

“안 돼. 그거 켜면 주 전력이 떨어져.”

“그럼 정비소 문을 이빨로 지키시겠습니까?”

“자석 크레인만 살려. 생산 라인 3번도.”

지한은 말과 함께 바닥 패널을 열었다. 납작한 케이블 다발과 폐배터리 묶음이 먼지 속에서 나왔다. 그는 쪼그려 앉아 케이블 피복을 벗겼다.

카이론이 잠시 조용해졌다.

“그 조합은 크레인을 망가뜨릴 확률이 높습니다.”

“오늘 망가질 건 많아.”

“격려 감사합니다.”

해치가 한 번 크게 울렸다. 천장에 매달린 공구들이 덜컹거렸다. 지한은 폐배터리의 양극을 크레인 제어선에 물렸다. 손목의 저림이 심해졌지만 멈출 수 없었다.

정비소 입구는 지상에서 내려오는 짧은 경사로 끝에 있었다. 평소에는 고철 상자와 방수포로 숨겨 두는 곳이었다. 지금은 해치 바깥에서 검은 발톱이 틈을 넓히고 있었다.

지한은 경사로 위에 자석 크레인의 갈고리를 매달았다. 갈고리 아래에는 버려진 철판과 절단된 프레임 조각을 모아 두었다. 별것 아닌 고철이었다. 그러나 전류를 먹이면 무게는 충분했다.

“카이론. 해치 열리면 조명 전부 꺼.”

“안쪽까지 어두워집니다.”

“놈들 눈은 열에 반응해. 우리가 먼저 안 보이면 된다.”

“합리적이군요.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철판 너머에서 폭발음이 났다. 스크랩 견 하나가 포탑을 해치에 붙이고 짧은 탄환을 쏟아 냈다. 잠금장치가 하얗게 달아올랐다.

지한은 아르케 화면에 손가락을 눌렀다.

“지금.”

조명이 꺼졌다.

정비소는 완전한 어둠에 잠겼다. 해치가 안쪽으로 튀어 오르고 검은 형체가 경사로를 미끄러져 내려왔다. 붉은 안광이 하나 둘 어둠 속에서 흔들렸다.

첫 번째 견이 바닥을 디딘 순간 지한은 크레인 스위치를 내렸다.

쾅!

철판 더미가 놈의 등 위로 떨어졌다. 녹슨 프레임이 관절을 누르자 스크랩 견은 바닥을 긁으며 몸부림쳤다. 지한은 이어서 폐배터리 회로를 닫았다.

푸른 불꽃이 철판 사이를 달렸다.

견의 붉은 안광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 턱에서 검은 나노 먼지가 쏟아졌다. 그런데 놈은 멈추지 않았다. 머리만 비틀어 철판 바깥으로 기어 나오려 했다.

“전자기장에 내성이 생겼나?”

“감염 회로가 교란됐습니다. 정지는 아닙니다.” 카이론이 답했다. “물리적 파괴가 필요합니다.”

두 번째 견이 해치 틈으로 뛰어내렸다. 지한은 해머를 들고 경사로 옆으로 몸을 붙였다. 놈의 기관총 포탑이 열원을 찾으며 좌우로 돌아갔다.

그 순간 정비대의 레일이 날카롭게 갈리는 소리를 냈다.

에바가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내려오지 마.”

“위협 개체가 마스터에게 접근 중.”

“그건 내가 처리해.”

“마스터의 손목 떨림. 해머 출력 안정성 저하.”

지한은 대답할 틈이 없었다. 두 번째 견이 그의 열을 잡았다. 붉은 안광이 고정되고 포탑이 회전했다.

에바는 정비대의 고정 레버를 왼손으로 뽑았다. 풀린 레일이 기울며 그녀의 몸이 바닥으로 미끄러졌다. 남은 오른쪽 다리의 발끝이 콘크리트를 찍었다.

무너질 것 같던 몸이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에바는 지한과 견 사이로 몸을 던졌다.

총성이 터졌다. 에바의 왼쪽 어깨 장갑이 튀어 나갔다. 그녀는 멈추지 않고 회전했다. 남은 다리의 발꿈치가 견의 옆머리를 걷어찼다.

완전한 몸이었다면 한 번에 센서부를 부술 자세였다. 지금은 견의 포탑을 벽 쪽으로 돌리는 데 그쳤다. 그러나 지한에게는 그 짧은 틈이면 충분했다.

“지금입니다.”

지한은 해머를 양손으로 잡고 견의 목 아래를 내리쳤다.

코일이 울었다.

푸른 전자기 충격이 프레임을 꿰뚫었다. 견의 몸이 경련하고 턱에서 불꽃이 튀었다. 지한은 한 번 더 내리쳤다. 이번에는 붉은 안광이 완전히 꺼졌다.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에바가 비틀거렸다. 지한이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 차가운 인공 피부 아래로 바이오 셀의 진동이 불규칙하게 울렸다.

“멋대로 과출력하지 말랬지.”

“보호 성공률을 계산했습니다.”

“계산만 했다고?”

에바의 렌즈가 아주 조금 흔들렸다.

“마스터가 손상되면 정비가 중단됩니다. 저는 다시 정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논리로 포장한 말이었다. 그런데 지한은 그 안에서 계산식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것을 느꼈다. 막 깨어난 기계가 다시 꺼지지 않으려 자신을 밀어냈다는 사실이었다.

“다음에는 말하고 움직여.”

“명령으로 기록하겠습니다.”

천장 환기구에서 금속판이 휘었다.

카이론이 다급하게 말했다.

“세 번째 개체가 지상에서 물러났습니다. 아니군요. 환기구를 향하고 있습니다.”

지한은 고개를 들었다. 철망 너머로 붉은 안광이 보였다. 놈은 해치가 아니라 얇은 환기 덕트를 노리고 있었다. 그 너머에는 정비소의 중앙 제어실이 있었다.

“카이론. 차단문.”

“닫으려면 수동 잠금을 풀어야 합니다. 환기구 바로 아래에 있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지한이 움직이려 하자 에바가 그의 팔을 붙잡았다. 힘은 약했지만 분명한 저지였다.

“마스터는 코어 파괴를 수행하십시오. 제가 차단문을 조작합니다.”

“너 혼자 못 가.”

“명령하십시오.”

지한은 환기구와 에바의 부서진 어깨를 번갈아 봤다. 밖에서는 철망이 한 번 더 휘었다. 시간을 재는 소리 같았다.

“좋아. 차단문을 닫아. 무리하면 바로 멈춰.”

“수락.”

에바는 바닥에 떨어진 탄성 케이블을 왼손으로 움켜쥐었다. 케이블 끝을 환기구 아래의 수동 레버에 걸고 남은 다리로 몸을 밀었다. 손상된 몸은 움직일 때마다 멈칫거렸지만 그녀는 레버를 놓지 않았다.

지한은 해머를 들고 계단을 올랐다.

철망이 찢어졌다.

세 번째 견이 머리부터 덕트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놈의 등판 안테나가 붉게 켜졌다. 아르케가 경고음을 냈다.

[외부 송신 감지.]

“카이론. 저게 뭐야?”

“개체가 위치 정보를 송신 중입니다. 제 보안 목록에 없는 파형입니다.”

지한의 등줄기가 차갑게 식었다. 놈들은 먹이를 따라온 게 아니었다. 누군가 이 정비소를 찾고 있었다.

그는 아르케를 해머 손잡이에 붙이고 송신 파형을 향해 과부하 펄스를 밀어 넣었다. 화면이 하얗게 번졌다. 손목을 타고 통증이 올라왔지만 손을 떼지 않았다.

아래에서 에바가 케이블을 당겼다. 차단문이 조금 움직였다. 하지만 스크랩 견이 덕트 밖으로 앞발을 뻗어 에바의 어깨를 찍었다.

에바의 몸이 바닥에 밀렸다.

“에바!”

그녀는 대답 대신 케이블을 견의 목에 감았다. 남은 다리를 바닥에 고정하고 몸 전체를 뒤로 던졌다. 견의 머리가 아래로 꺾이는 순간 차단문이 반쯤 닫혔다.

지한은 송신이 끊긴 짧은 틈을 잡았다.

“아르케. 최대 출력.”

[사용자 신경 피드백 위험.]

“알아.”

펄스가 덕트를 가로질렀다.

견의 안테나가 터지며 붉은 빛이 꺼졌다. 놈은 마지막으로 턱을 벌렸지만 에바가 당긴 케이블과 닫히는 차단문 사이에 목이 끼었다. 금속이 비명을 질렀다.

쾅!

차단문이 완전히 닫혔다.

정비소에는 식은 냉각수 냄새와 타는 절연체 냄새만 남았다.

지한은 계단을 뛰어내려 에바 곁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의 청색 렌즈는 켜져 있었지만 바이오 셀 경고등이 빠르게 깜박였다.

“상태 보고.”

“바이오 셀 출력 7%. 감염 차단 프로토콜 안정. 전투 지속 불가.”

“그 말은 이제 그만 들어도 되겠다.”

에바는 잠시 지한을 바라보았다.

“마스터 보호 프로토콜. 수행 완료.”

카이론이 조용히 말했다.

“전투 분석은 나중에 하시죠. 파괴된 개체의 송신 칩을 확보했습니다.”

벽면 모니터에 깨진 파형 하나가 떠올랐다. 짧은 간격으로 반복되는 세 번의 맥박이었다. 군용 호출 코드도 황야 상단의 표식도 아니었다.

“발신지는?” 지한이 물었다.

“지워져 있습니다. 다만 이건 스크랩 견이 스스로 만든 신호가 아닙니다.”

모니터의 파형이 한 번 더 떨렸다.

“다음 반복까지 네 시간 십칠 분.”

지한은 꺼진 스크랩 견들과 에바를 바라봤다. 고철로 만든 벽은 지켰다. 하지만 누군가가 그 벽 너머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에바가 낮게 말했다.

“새 위협에 대비하십시오. 마스터.”

지한은 해머를 바닥에 세웠다.

“그래. 그러려면 네 다리부터 만들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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