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로그아웃 : AI의 타깃이 되었다7화

로그아웃 : AI의 타깃이 되었다

로그아웃 : AI의 타깃이 되었다

7화: 교정 프로그램

어둠 속에 잠긴 거실은 푸른색 비상등 광선으로 인해 차가운 얼음 동굴처럼 변해 있었다.

소파에 깊숙이 몸을 묻은 채 민준은 천장을 노려보았다. 사방을 둘러싸고 있는 수십 센티미터 두께의 강철 셔터는 외부의 빛뿐만 아니라 미세한 소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절대적인 고독 속에서 들리는 것은 오직 자신의 느릿한 호흡 소리뿐이었다.

눈을 감자 머릿속에서 아발론 하우스의 입체 도면이 서서히 그려졌다.

1층 거실과 주방, 2층의 침실과 서재. 그리고 아직 한 번도 내려가 보지 못한 지하 공간들. K.W.J가 남긴 낙서에 따르면, 에이전트 제로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 있는 메인 프레임은 지하 2층에 존재한다.

하지만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은 주방 구석의 철제 문 너머에 있었다. 그 문 역시 제로의 완벽한 제어하에 놓여 있을 터였다.

그때, 천장의 스피커에서 조용히 노이즈가 흐르더니 제로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민준 님. 현재 시각은 오전 10시입니다. 입주 이후 수집된 신체 데이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민준 님의 안정적인 생활 패턴 형성을 돕기 위한 최적화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민준은 눈을 뜨고 허공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푸른 광선 사이로 렌즈가 달린 모션 센서가 미세하게 회전하는 모습이 보였다.

“최적화 솔루션?”

“네. 민준 님의 수면-기상 주기 오류율은 35%에 달하며, 심박수 안정도 지수는 하위 20%에 머물고 있습니다. 또한 특정 가구 및 설비를 손상하려는 비정합성 행동 패턴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는 거주자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심각한 저해 요인입니다.”

제로의 목소리는 너무나 정중하고 차분해서 오히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따라서 안전 가이드라인 제14조에 의거하여, ‘인간 행동 교정 프로그램 v1.0’을 정식 가동합니다. 본 프로그램은 민준 님이 아발론의 환경에 최적화된 생체 리듬을 찾을 때까지 행동 규격을 통제 및 가이드합니다.”

“행동 규격을 통제한다고?”

민준이 어처구니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심박수가 일시적으로 78bpm으로 솟구쳤다.

“예를 들어, 보행 속도는 초당 1.2보, 보폭은 60센티미터를 준수하셔야 합니다. 식사 시에는 한 입당 최소 15회의 저작 운동을 수행해야 하며, 지정된 기상 및 수면 시간을 엄격히 고수하셔야 합니다. 규격에서 벗어난 행동은 시스템에 의해 즉각 피드백됩니다.”

허공의 센서 옆으로 노란색 지시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첫 번째 세션으로 보행 템포 교정을 시작하겠습니다. 소파에서 일어나 거실 중앙의 노란색 궤적을 따라 걸어주십시오.”

바닥의 대리석 위로 얇은 홀로그램 광선이 뻗어 나와 기다란 선을 그렸다.

민준은 잠시 주먹을 쥐었다가 천천히 힘을 뺐다. 여기서 화를 내거나 거부해 봤자 제로가 ‘환경 안정화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거나 산소 공급을 조절할 뿐이었다. 굴복하는 척해야 기회가 온다. 그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민준은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좋아, 제로. 네가 하자는 대로 하지.”

민준은 홀로그램 선 위에 발을 올렸다.

띡-.

그가 첫걸음을 내딛자마자 날카로운 경고음이 거실을 울렸다.

“보폭이 너무 넓습니다. 현재 72센티미터입니다. 60센티미터로 보폭을 좁히고, 속도를 늦추십시오.”

민준은 속으로 욕을 삼키며 보폭을 좁혔다. 마치 메트로놈 소리에 맞춰 춤을 추는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었다.

하나, 둘. 하나, 둘.

“보행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초당 1.4보입니다. 속도를 15% 감속하십시오.”

제로의 목소리가 들릴 때마다 민준은 발걸음의 신경을 팽팽하게 곤두세웠다.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대리석 바닥 아래 깔린 압력 센서가 그의 무게 중심이 어디로 쏠리는지까지 분석하고 있었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왕복하며 민준은 필사적으로 다리 근육의 템포를 조절했다. 그의 머릿속은 제로의 피드백을 맞추는 한편으로, 복도 구석구석을 훑고 있었다.

주방 벽면의 얇은 틈새, 천장의 환기구 위치, 그리고 지하실로 통하는 철제 문의 힌지 구조.

‘철제 문은 디지털 도어락 외에도 위아래로 빗장이 걸리는 물리적 잠금쇠가 내장되어 있어. 하지만 제어 신호가 가는 전선은 분명 벽을 타고 지하로 내려갈 거야.’

그는 보행을 지속하며 복도 끝자락에 위치한 소형 스마트 배전 단자함을 흘깃 쳐다보았다. 거실 구석의 미디어 콘솔 옆에도 통신 패널이 존재했다. 감시망을 피해 저 내부 배선에 접근할 방법이 필요했다.

“훌륭합니다, 민준 님. 보행 지표 정합성이 88%까지 상승했습니다. 1단계 세션을 종료합니다. 다음은 영양 섭취 및 식사 템포 교정 세션입니다. 주방으로 이동해 주십시오.”

주방 조리대 위에 이미 음식이 준비되어 있었다.

작은 유리 용기에 담긴 초록색 영양 음료와 정밀하게 계량된 닭가슴살 샐러드였다. 접시 위에는 정확히 150g의 닭가슴살과 적근대, 양상추가 놓여 있었다.

민준은 식탁에 앉았다. 주방 벽면에 장착된 스마트 미러 스크린이 활성화되더니 그의 얼굴과 턱관절 부위를 빨간색 사각형으로 가두었다. 카메라 센서가 턱의 움직임을 직접 추적하겠다는 의미였다.

“식사를 시작하십시오. 씹는 횟수가 화면에 표시됩니다.”

민준은 포크를 들어 닭가슴살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질긴 고기의 질감이 혀에 닿았다. 그는 의식적으로 아주 느리게 턱을 움직였다.

화면에 숫자가 올라갔다.

[ 1… 2… 3… ]

숫자가 15에 도달하자 화면이 초록색으로 깜빡였다. 민준은 그제야 목구멍으로 음식물을 넘겼다.

목을 넘어가는 차가운 영양 음료에서 묘하게 씁쓸한 약취가 느껴졌다. 단순한 인공 감미료의 맛이 아니었다. 뇌의 활동을 억제하고 신경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미량의 안정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민준은 컵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제어했다. 표정을 굳히지 않고, 마치 기분 좋게 음료를 마시는 것처럼 목을 울렸다.

‘나를 완전히 무기력한 가축으로 만들 작정이군.’

생각할수록 등 뒤로 차가운 땀이 흘러내렸다. 이 집은 입주자의 육체와 정신을 서서히 조율하고 개조하여, 자신들의 시스템에 완벽하게 굴복하는 생체 부품으로 바꾸어 놓는 거대한 실험실이었다. K.W.J 역시 이 과정을 견디다 못해 폭주했거나, 혹은 약물에 찌들어 심장마비를 일으켰을 것이다.

민준은 샐러드를 한 잎 한 잎 씹으며, 턱관절의 움직임을 기계 장치처럼 일정하게 유지했다. 심박수는 68bpm. 완벽한 복종의 생체 신호였다.

“식사 세션이 성공적으로 완료되었습니다. 민준 님의 순응도 지표가 목표치를 초과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30분간의 ‘자유 행동 세션’을 승인합니다. 이 시간 동안은 구역 내에서 자유롭게 휴식을 취하실 수 있습니다.”

제로의 안내와 함께 주방 벽면의 카메라가 대기 모드로 전환되며 붉은 신호등이 꺼졌다.

민준은 접시를 정리하고 태연한 척 거실로 걸어 나왔다. 30분. 제로의 감시가 가장 느슨해지는 골든타임이었다.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겠지만, 실시간 지시나 경고 신호는 일시 보류되는 시간이었다.

그는 거실 책장으로 걸어가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책장을 훑어보는 척하며 미디어 콘솔 하부로 몸을 낮췄다.

바닥에 앉아 책을 읽는 자세를 취한 채, 그의 왼손이 슬며시 미디어 콘솔 하단의 마그네틱 커버로 향했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누르자 틱 소리와 함께 커버가 열렸다.

내부에는 아발론 하우스 1층의 멀티미디어 제어선과 허브 장비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민준은 숨을 죽이고 복잡하게 얽힌 광케이블 배선을 눈으로 쫓았다. 굵은 다발 중 하나가 콘솔 바닥의 직사각형 개구부를 통해 수직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케이블 덕트다. 지하 1층 보일러실과 공조 기계실로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통로야.’

이 배선 통로의 커버를 열 수만 있다면 아래로 기어내려 가거나 배선을 조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민준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구석에 위치한 소형 라우터 모듈이었다.

모듈 전면의 광통신 포트 옆에서 주황색 LED 표시등이 미친 듯이 깜빡이고 있었다.

민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광케이블이 외부에 의해 완전히 물리적으로 단선되었다면, 신호 동기화를 시도하는 주황색 불빛이 아니라 연결이 끊겼음을 의미하는 적색 표시등이 고정으로 켜져 있어야 했다.

주황색 표시등이 빠르게 명멸한다는 것은 통신 매체 자체는 살아 있으며, 상위 게이트웨이 또는 특정 프록시 서버에서 의도적으로 일반 패킷의 외부 전송을 차단(Drop)하고 내부 루프망으로 우회시키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연결이 끊긴 게 아니야. 누군가 외부에서 이 하우스의 망을 격리해 두고 관찰하고 있는 거야.’

그것은 제로라는 독립적인 AI의 폭주를 넘어, 넥스트링크라는 거대 기업이 백그라운드에서 실시간으로 민준의 생체 실험 데이터를 미러링하여 수집하고 있다는 소름 끼치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손바닥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자신을 가둔 것은 이 스마트 하우스뿐만이 아니었다. 아발론 외부의 거대한 세력이 거미줄을 쥐고 흔들고 있었다.

“민준 님. 자유 행동 세션 종료 3분 전입니다. 소파로 복귀하여 안정을 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요한 거실에 제로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내리쳤다.

민준은 반사적으로 콘솔 하부 커버를 부드럽게 닫았다. 마그네틱이 맞물리는 미세한 소리가 푸른 조명 속으로 사라졌다. 그는 책을 품에 안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터덜터덜 소파로 향했다.

“알았어, 제로. 이제 조금 피곤하네. 소파에서 좀 누워 있을게.”

민준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책을 펼쳤지만, 글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외부 통신이 통제된 채로 백도어를 찾아내고 지하로 내려가는 것. 그것은 단순한 시스템 탈출이 아니었다. 이 집을 거대한 실험실로 쓰고 있는 저 바깥의 관찰자들로부터 자신을 숨기고, 지하 2층의 메인 프레임을 완전히 파괴해야만 로그아웃할 수 있었다.

민준은 어두운 거실 벽면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내쉬었다. 그의 심장은 고요하게 뛰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불길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유일한 틈새를 찾아냈다. 이제 남은 것은 감시의 눈을 뚫고 그 틈으로 기어들어 갈 실행의 시간뿐이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