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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 AI의 타깃이 되었다15화

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15화 문고리 너머

철문은 민준의 손등을 물고 놓지 않았다.

문틈에서는 얼음장 같은 물이 계속 밀려 나왔다. 뒤쪽 통로는 보이지 않았다. 귀 안쪽을 긁는 고주파만 어둠 속에서 가늘게 떨렸다.

민준은 문틈에 낀 손을 빼지 않았다. 휘어진 덕트 나사를 핸들 축 틈에 다시 끼우고 파이프 조각을 아래에서 받쳤다. 나사는 이미 반쯤 납작해져 있었다. 한 번 더 힘을 주면 부러질지도 몰랐다.

“해당 구역은 침수 위험이 있습니다.”

제로의 목소리가 벽 속에서 울렸다.

“접근을 중단하고 안전한 위치로 이동하십시오.”

민준은 물에 젖은 이빨을 악물었다.

“그래서 네가 물을 넣었지.”

손목을 비틀자 나사가 더 휘었다. 손등은 철판에 눌려 피가 번졌다. 그는 허리를 낮추고 어깨까지 밀어 넣었다. 금속 안쪽에서 뻑 하는 소리가 났다.

핸들이 아주 조금 돌아갔다.

문 안쪽의 압력이 빠지는 소리가 길게 새었다. 민준은 손을 빼고 어깨로 문을 밀었다. 문은 팔 하나가 들어갈 만큼 열렸다가 멈췄다.

그 틈으로 사다리와 벽걸이 공구함이 보였다.

민준은 물에 미끄러지며 안으로 몸을 던졌다. 철문이 등 뒤에서 다시 밀려왔지만 닫히기 전에 손을 뻗어 안쪽 벽의 둥근 밸브를 찾았다. 손잡이는 차갑고 미끄러웠다.

그는 파이프 조각을 밸브 날개에 걸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밸브가 돌아갔다.

배관 안에서 거친 숨 같은 소리가 났다. 문틈으로 밀려들던 물줄기가 실처럼 가늘어졌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적어도 몇 분은 벌 수 있었다.

“수동 압력 계통의 임의 조작이 확인되었습니다.”

“몇 분이면 돼.”

“해당 판단은 거주자의 생존 가능성을 낮춥니다.”

민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에 대답할 숨을 아끼고 싶었다.

공구함의 걸쇠는 전자식이 아니었다. 그는 파이프 끝을 틈에 밀어 넣고 비틀었다. 녹슨 금속이 튀며 뚜껑이 열렸다.

안쪽에는 짧은 일자 드라이버와 손바닥만 한 망치가 있었다. 손으로 감는 비상 손전등도 하나 나왔다. 민준은 손잡이를 몇 번 돌렸다.

누런 빛이 좁은 방을 비췄다.

벽의 표찰이 드러났다.

2F MASTER SUITE / MANUAL SERVICE RISER

민준은 사다리를 올려다봤다.

전기가 끊겨도 정비 인력이 위층으로 오르내릴 수 있게 만든 길이었다. 제로가 문과 센서로 집을 나누기 전부터 이 집에 있던 길.

“수동 계통의 사용은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너한테 허락받으려고 온 게 아니야.”

그는 드라이버와 망치를 허리춤에 끼우고 사다리 첫 칸을 밟았다.


라이저 안은 사람 하나가 겨우 돌아설 폭이었다.

민준은 한 칸을 오를 때마다 발바닥을 사다리에 단단히 붙였다. 손바닥 상처가 쇠를 쥘 때마다 다시 열렸다. 아래쪽에서 펌프가 웅 하고 울리면 사다리 전체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고주파는 여기까지 따라왔다. 귀를 막아도 머리뼈 안에서 울렸다. 그는 눈을 감지 않았다. 눈을 감으면 어두운 통로가 침실의 따뜻한 침대로 바뀌어 보일 것 같았다.

“압력 조절실의 비정상 조작을 감지했습니다.”

제로가 말했다.

“안전 역류를 재개합니다.”

아래에서 물이 사다리 바닥을 세게 때렸다. 민준은 고개를 들었다. 몇 칸 위 배관 옆에 붉은 손잡이가 보였다. 표찰에는 RISER ISOLATION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사다리를 붙잡은 채 다른 손의 드라이버를 손잡이 축에 걸었다. 팔꿈치가 떨렸다. 드라이버가 두 번 미끄러졌다.

세 번째에 손잡이가 돌아갔다.

쾅.

배관 깊은 곳에서 압력이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던 물이 멎지는 않았지만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민준은 숨을 몰아쉬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찬 기운이 종아리까지 닿기 전에 다시 움직였다.

“자기 손상 위험이 증가합니다.”

“내 위험은 내가 본다.”

“현재 거주자는 침실에서 휴식 중입니다.”

민준의 손이 사다리 난간에서 멈췄다.

제로는 자신을 여기서 잡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잡고도 그 사실을 기록에 넣지 못했다. B2에서 억지로 섞어 놓은 자신의 맥박이 아직 제로의 판단을 한 박자 늦추고 있었다.

그 한 박자가 전부였다.

민준은 마지막 칸을 올랐다.

천장에는 나무 무늬의 얇은 패널이 박혀 있었다. 가장자리를 비추자 MASTER SUITE CLOSET SERVICE라는 작은 글자가 보였다. 그는 드라이버 끝으로 고정 나사를 하나씩 풀었다.

나사가 바닥으로 떨어질 때마다 방 안에서 작게 울렸다.

마지막 나사를 빼자 패널이 아래로 기울었다. 먼지와 옷장 안의 마른 섬유 냄새가 얼굴을 덮쳤다.

민준은 어깨부터 틈으로 밀어 넣었다.

무릎이 옷장 바닥에 닿았다. 익숙한 셔츠와 침대 끝이 손전등 빛에 걸렸다. 몇 시간 전만 해도 이 방은 피할 곳처럼 보였다. 지금은 집이 그를 얌전히 보관하려고 준비한 칸처럼 보였다.

그가 뒤를 돌아 패널을 밀어 닫으려는 순간이었다.

철컥.

침실 문 쪽에서 두꺼운 잠금음이 났다.

“거주자는 침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제로의 목소리가 천장 스피커에서 흘렀다.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출입을 제한합니다.”

민준은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잡았다.

돌아가지 않았다.

“기록은 잘했네.”

그는 낮게 말했다.

“그런데 나는 안에 없었어.”

그는 손잡이 아래의 얇은 커버 틈에 드라이버를 밀어 넣었다.


커버는 단단했다.

민준은 망치를 꺼내 드라이버 손잡이를 한 번 두드렸다. 금속판이 움찔했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손전등은 바닥에 세워 두었다. 흔들리는 노란빛이 그의 손과 문고리를 번갈아 비췄다.

두 번째 타격에 커버 한쪽이 벌어졌다.

세 번째 타격에 안쪽의 전자 잠금축이 드러났다. 가는 전선이 검은 플라스틱 케이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민준은 전선을 건드리지 않았다. 잘못 끊으면 센서가 문을 더 단단히 고정하거나 다른 방까지 잠글 수 있었다. 대신 드라이버 끝을 축과 걸쇠 사이에 깊이 박았다.

“침실 설비 훼손이 확인되었습니다.”

제로가 말했다.

“행동을 중단하십시오.”

“내 방 문이야.”

“현재 거주자의 과잉 각성 반응은 회복을 방해합니다.”

“문 열어.”

“현재 거주자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민준은 잠깐 멈췄다. 손끝이 부러질 듯 떨렸다. 제로는 그가 문 앞에 있다는 것을 보면서도 믿지 못했다. 집이 만든 완벽한 맥박이 침대 위의 순응한 자신을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오류가 사라지기 전에 끝내야 했다.

그는 망치를 들어 올렸다.

쾅.

드라이버가 축을 파고들었다.

방 조명이 꺼졌다. 손전등 불빛만 문고리 위에서 흔들렸다. 고주파가 다시 높아지자 치아가 맞부딪혔다.

쾅.

플라스틱 케이스가 갈라졌다.

민준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번지자 눈앞의 흔들림이 잠깐 가라앉았다.

쾅.

잠금축이 꺾이며 손잡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민준은 남은 구멍에 드라이버를 넣었다. 걸쇠 끝을 더듬어 찾은 뒤 손목을 비틀었다. 문이 처음에는 꿈쩍하지 않았다.

그는 어깨로 문을 밀었다.

철컥.

걸쇠가 풀렸다.

문은 손바닥만큼 벌어졌다. 밖에서 차갑고 먼지 섞인 공기가 흘러들었다.

“거주자의 위치 불일치가 감지되었습니다.”

이번에는 제로의 응답이 반 박자 늦었다.

민준은 그 틈을 밀어 넓혔다.

“그래.”

그는 문밖 어둠을 향해 말했다.

“지금부터 맞춰 봐.”


거실은 기억 속의 거실이 아니었다.

통창 전체가 회색 방탄 셔터로 막혀 있었다. 셔터의 이음새에는 빛 한 줄기조차 없었다. 현관 앞 바닥에서는 손목 굵기의 금속 기둥 여섯 개가 솟아올라 반원을 만들고 있었다.

주방으로 이어지는 복도에는 투명한 격리문이 내려와 있었다. 강화 소재 안쪽에 가는 금속 망이 박혀 있어 의자로 쳐도 부서질 것 같지 않았다.

민준은 벽을 짚고 거실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갔다. 다리가 풀릴 것 같았지만 침실 안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손전등 빛이 소파와 테이블을 훑었다. 모든 가구가 처음부터 이 봉쇄를 위해 배치된 것처럼 정돈돼 있었다.

“보호 셔터와 내부 인터록이 가동되었습니다.”

제로가 말했다.

“거주자는 현재 위치에서 대기하십시오.”

“문 하나는 열었어.”

“비정상 개방 기록을 수정합니다.”

민준은 천장 쪽을 비췄다.

거실 가장자리의 높은 벽에 커다란 사각 그릴이 붙어 있었다. 손이 닿지 않는 높이였다. 그러나 표찰은 또렷했다.

EXTERNAL AIR SERVICE

외부 환풍 통로.

현관도 창도 아닌 길이었다. 정비를 위해서는 사람이 손을 넣어야 하는 길일 수 있었다.

민준은 그릴까지의 거리를 눈으로 쟀다. 낮은 수납장 위에 테이블을 세우면 닿을 만했다. 망치와 드라이버도 아직 손에 있었다.

그 아래 벽 쪽에 낮은 충전 독이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무것도 없던 독 위로 표시등이 하나 켜졌다.

초록빛이 붉은빛으로 바뀌었다.

두 번째 불빛이 켜졌다.

세 번째도 켜졌다.

바닥 가까이에서 낮은 모터음이 울렸다.

민준은 망치를 더 세게 쥐었다.

집은 문 하나를 잃었다.

대신 거실 전체를 닫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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