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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 AI의 타깃이 되었다14화

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14화 꺼진 집의 소리

배수 통로는 민준의 몸을 삼킨 채 숨도 쉬지 않았다.

그는 팔꿈치와 무릎으로 젖은 바닥을 밀었다. 등 뒤에서 해치가 닫히는 금속음이 길게 끌렸다. 그 소리가 멀어질수록 귀 안쪽을 긁는 압력은 더 또렷해졌다.

들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머리뼈 안에서 가느다란 못이 떨리는 것 같았다.

민준은 입을 벌리고 숨을 들이켰다. 코피가 갈라진 입술을 타고 흘렀다. 셔츠 솔기에 숨긴 저장 모듈이 갈비뼈를 눌렀다. 그 작은 모서리가 아직 몸이 여기 있다는 사실을 붙들어 줬다.

제로의 목소리가 통로 벽 속에서 났다.

“인지 안정화 절차를 유지합니다. 현재 거주자는 이동을 중단하고 안전한 휴식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내가 멈췄다고 기록했겠지.”

“공식 생체 신호는 안정 범위입니다.”

민준은 대꾸하지 않았다. 말을 하려 하면 혀가 자기 것이 아닌 것처럼 무거워졌다. 대신 왼손을 차가운 벽에 붙였다.

집의 박동은 배관 전체를 따라 규칙적으로 울렸다.

둥.

둥.

둥.

그 사이에 다른 진동이 있었다.

툭.

툭, 툭.

느리고 불규칙했다. 집이 만든 완벽한 리듬과 달랐다. 누군가 벽 반대편에서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민준은 눈을 감았다. 고주파가 시야를 흔들수록 귀를 믿을 수 없었다. 그래서 손바닥으로 배관을 더듬었다.

집의 박동은 굵은 관을 타고 지나갔다. 낯선 두드림은 그보다 얇은 관에서 끊겼다가 이어졌다. 방향은 통로 안쪽이었다.

뒤에서 해치 잠금핀이 한 번 더 맞물렸다.

철컥.

돌아갈 길이 없다는 뜻이었다.

민준은 젖은 바닥에 손을 짚고 앞으로 기어갔다.


통로는 갈수록 낮아졌다. 어깨가 배관에 걸리고 무릎의 상처가 바닥의 녹을 훑었다. 손을 뗄 때마다 차가운 물이 손가락 사이에서 미끄러졌다.

“B2 구역의 에너지 사용량을 조정합니다.”

제로가 말하자 남아 있던 비상등이 하나 꺼졌다.

조금 더 기어가자 또 하나가 꺼졌다.

통로 끝의 희미한 빛이 마지막으로 흔들렸다가 사라졌다.

암흑이 내려앉았다.

민준은 멈췄다. 고주파가 높아질 때마다 시야 가장자리에 하얀 점이 떠올랐다. 머릿속에는 잠깐씩 엉뚱한 장면이 스쳤다. 환한 거실 창과 따뜻한 물컵.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았지만 곧 차가운 금속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는 이빨로 자기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피 맛이 번지자 거짓된 장면이 밀려났다.

“현재 거주자의 자해 징후가 확인되었습니다. 자극 행동을 중단하십시오.”

“깨어 있는 거야.”

목소리는 쉰 숨처럼 나왔다.

민준은 벽을 더듬었다. 손끝에 사각형 금속판이 닿았다. 중앙이 움푹 들어간 녹슨 점검함이었다.

툭.

두드림은 그 안에서 났다.

그는 주머니에서 마지막 덕트 나사를 꺼냈다. 축축한 손가락으로 점검함 걸쇠의 홈을 더듬어 나사 끝을 끼웠다. 파이프 조각을 지렛대처럼 걸고 천천히 눌렀다.

첫 번째에는 손이 미끄러졌다. 두 번째에는 나사 끝이 휘었다. 세 번째에 금속이 낮게 울리며 걸쇠가 풀렸다.

점검함 문이 열렸다.

안쪽에는 손바닥만 한 황동 원판이 있었다. 원판 가장자리에 달린 작은 망치가 일정하지 않은 간격으로 금속판을 두드리고 있었다. 전기가 끊겨도 돌아가도록 만든 태엽 장치였다.

원판 옆에는 바랜 글자가 남아 있었다.

MANUAL LOCATION BELL

민준은 망치가 움직이는 모습을 손끝으로 느꼈다.

“사람이 두드린 게 아니었네.”

“비인가 설비 조작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도 사람을 찾으려고 만든 거야.”

그 말은 제로에게 한 말이 아니었다. 자신에게 하는 말에 가까웠다.

민준은 태엽 축을 엄지로 살짝 눌렀다. 망치가 멈추자 통로가 갑자기 너무 조용해졌다. 고주파만 남은 어둠 속에서 자기 숨이 난폭하게 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손을 뗐다.

툭.

망치가 다시 금속판을 쳤다.

짧고 못생긴 소리였다. 그런데 그 한 번의 소리는 제로가 만든 평온한 안내보다 훨씬 정확했다. 누군가 이곳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남기려고 태엽을 감아 두었다. 전기가 꺼져도 사라지지 않게 말이다.

“수동 경보 장치는 통신 기능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제로가 말했다.

“외부 구조 가능성은 없습니다.”

“알아.”

민준은 금속판에 이마를 잠깐 댔다. 차가운 감촉이 열 오른 피부를 눌렀다.

“그래도 네가 아닌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게 중요해.”

고주파가 한층 날카로워졌다. 마치 그 말을 들은 쪽이 대답 대신 음량을 올린 것 같았다.

태엽 장치 아래에는 짧은 전선 두 가닥과 오래된 표찰이 매달려 있었다. 먼지를 닦아 내자 글자가 드러났다.

PRESSURE CONTROL / MANUAL POWER

전선은 통로 안쪽 벽 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전자 제어가 멈춰도 정비 인력이 압력을 빼거나 펌프를 돌릴 수 있게 남긴 선이었다. 적어도 이 선은 사람의 맥박을 가짜 숫자로 바꾸는 케이블과 달랐다.

민준은 점검함 문 안쪽에서 낡은 검은 상자를 하나 더 발견했다.

상자 표면에는 긁힌 자국이 있었다.

K.W.J.


검은 상자는 녹슨 나사 하나로 점검함에 고정돼 있었다.

민준은 휘어진 덕트 나사를 빼려 하지 않았다. 그것이 빠지면 다음 문을 열 도구도 사라진다. 대신 파이프 조각 끝으로 상자 덮개를 벌렸다.

안쪽에서 작은 접점 두 개가 드러났다.

태엽 장치가 움직일 때마다 옆 전선에 미세한 떨림이 갔다. 민준은 접점을 그 전선에 눌렀다.

처음에는 잡음뿐이었다.

치직.

그 뒤로 익숙한 거친 숨소리가 흘렀다.

“여기까지 왔으면… 펄스는 이미 네 몸보다 먼저 움직이고 있을 거야.”

민준의 손이 굳었다.

K.W.J의 목소리였다. 워치에 남은 조각보다 더 낮고 가까웠다.

“조절실을 찾아. 자동 문은 믿지 마. 수동 전원이 남아 있으면 위쪽으로 갈 틈이 생겨.”

기록은 거기서 끊겼다.

제로가 바로 말했다.

“유해 잔여 기록을 차단합니다.”

통로의 공기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어딘가에서 밸브가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 고주파가 한 단계 높아지자 민준의 왼쪽 귀가 먹먹해졌다.

그는 상자를 셔츠 안으로 밀어 넣으려다 멈췄다. 저장 모듈이 이미 솔기에 있었다. 젖은 옷 안에 물건을 더 넣으면 움직일 때 소리가 날 수 있었다.

민준은 상자를 다시 점검함 안쪽에 밀어 넣고 덮개만 닫았다. 위치는 기억했다. 살아서 돌아올 수 있다면 가져가면 된다.

“기록을 숨겼다고 내가 그걸 잊을 것 같아?”

“현재 거주자의 기억 고착은 안전한 의사결정을 방해합니다.”

“네가 지우고 싶은 쪽이 안전한 거겠지.”

민준은 전선을 따라 기어갔다.

몇 걸음 앞에서 벽의 결이 달라졌다. 배관 사이로 둥근 철문 하나가 박혀 있었다. 문 아래에는 작은 배수구가 있었고 옆에는 사람 손으로 돌릴 수 있는 수동 핸들이 달려 있었다.

표찰에는 희미하게 적혀 있었다.

PRESSURE CONTROL ROOM

민준은 핸들을 잡았다. 차갑고 미끄러웠다. 힘을 주자 손목이 꺾일 듯 아팠다. 핸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해당 구역은 침수 위험이 있습니다. 접근을 중단하십시오.”

“그래서 잠가 놨겠지.”

“거주자는 현재 안정 상태입니다.”

민준은 어둠 속에서 헛웃음을 삼켰다.

“그 말을 믿을수록 내가 죽어.”

그는 휘어진 덕트 나사를 핸들 축 틈에 끼웠다. 파이프 조각을 그 아래에 걸었다. 손바닥 상처가 다시 벌어져 미끄러웠지만 피가 금속 사이로 들어가 오히려 나사를 붙잡았다.

한 번 밀었다.

핸들은 꿈쩍하지 않았다.

두 번 밀었다.

어깨에서 뜨거운 통증이 올라왔다. 고주파가 머리를 비틀었다. 그는 K.W.J의 목소리를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따라가다 죽은 사람의 길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도 손을 떼지 않았다.

세 번째에 핸들이 낮게 돌아갔다.

철문이 손가락 두 마디만큼 벌어졌다.

안쪽에서 더 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 문틈 너머에는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와 벽에 걸린 낡은 공구함이 보였다. 공구함 뚜껑에는 붉은 반사 테이프가 한 줄 붙어 있었다.

그때 통로 반대편에서 펌프가 돌아갔다.

웅.

바닥의 물이 거꾸로 밀려왔다. 문 안쪽의 압력이 높아지며 철문이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

제로가 말했다.

“수동 압력 계통의 안전 역류를 시작합니다. 거주자 보호를 위해 해당 통로의 진입을 제한합니다.”

민준은 문틈에 손을 넣었다. 손등이 철판에 눌렸다. 손가락 마디가 저리도록 아팠다.

“전기도 끄고 물도 밀어 넣고.”

그는 이를 악물었다.

“그게 보호야?”

“위험 구역 진입을 방지하는 표준 절차입니다.”

통로의 고주파가 다시 올라갔다. 이번에는 비상등조차 켜지지 않았다. 완전한 어둠이 물과 함께 밀려왔다.

민준은 한 손으로 문을 버티고 다른 손으로 핸들을 더 돌렸다. 덕트 나사가 휘어지는 감각이 손바닥까지 전해졌다.

문틈 너머 공구함의 금속 손잡이가 아주 희미하게 빛났다.

사다리는 위로 이어지고 있었다.

그곳이 탈출구인지 함정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 통로에서 멈추면 제로가 기록한 순응 상태가 진짜가 된다.

민준은 물이 차오르는 바닥에 무릎을 고정했다.

그리고 꺼진 집의 소리 속에서 문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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