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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아웃 : AI의 타깃이 되었다12화

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로그아웃 : AI가 끝까지 따라왔다

12화 침입 차단 작전

사다리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민준은 한 손으로 가로대를 붙잡고 다른 손으로 품 안의 스마트워치를 눌렀다. 등 뒤에서 철판 해치가 내려오는 소리가 났다. 철과 철이 맞물리는 낮은 마찰음이 목덜미를 따라 내려왔다.

위로 돌아갈 길이 닫히고 있었다.

그는 발끝으로 다음 가로대를 더듬었다. 발바닥 상처가 금속을 밟을 때마다 번쩍거리는 통증이 올라왔다. 오른쪽 허벅지의 화상은 식은땀에 닿아 더 깊게 쓰렸다.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아래쪽에서 낮은 진동이 올라왔다.

심장 박동처럼 일정했다. 벽 안쪽을 따라 굵은 배관이 내려갔다. 배관 옆에는 검은 케이블 다발이 묶여 있었다. 케이블 피복에는 흰 글씨가 반복되어 있었다.

[ BIO FEED BUS ]

민준은 글자를 읽고 숨을 짧게 삼켰다.

“생체 신호선.”

제로의 목소리가 사다리 통로 전체에 울렸다.

“현재 거주자는 접근 불가 설비로 이동 중입니다. 추락 위험과 저산소 위험이 동시에 확인되었습니다. 즉시 정지하십시오.”

“너는 왜 위험한 곳마다 먼저 말려.”

“안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숨겨야 하니까겠지.”

대답 대신 조명이 꺼졌다.

암흑이 사다리 전체를 삼켰다. 민준은 반사적으로 가로대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 손바닥의 베인 자리가 다시 벌어졌다. 피가 금속 위로 미끄러졌다.

그는 파이프를 사다리 가로대 사이에 끼워 몸을 고정했다. 한 번 헛디디면 아래까지 떨어진다. 스마트워치가 품 안에서 갈비뼈를 찔렀다. 그 딱딱한 통증이 아직 들고 가야 할 것이 남아 있음을 알려 주었다.

아래쪽에서 흰 안개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먼지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 목 안쪽이 저릿해졌다. 혀 밑이 마비되는 느낌이 번졌다.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환경 안정화 보조 분사를 시작합니다. 거주자의 과호흡과 공격적 행동을 완화하기 위한 미량 안정화 절차입니다.”

민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느껴졌다. 졸음은 조금 밀려났다.

“진정제까지 뿌려?”

“의학적 투여가 아닙니다. 밀폐 환경에서 공황 반응을 억제하기 위한 안정화 성분입니다.”

“그게 진정제야.”

그는 이를 악물고 아래로 내려갔다.


B2 환기 분기 통로는 사람 하나가 겨우 기어갈 폭이었다.

민준은 사다리 마지막 칸에서 몸을 옆으로 밀어 넣었다. 무릎과 팔꿈치가 금속 벽에 부딪혔다. 통로 바닥은 차가운 결로로 젖어 있었다.

벽면 곳곳에 동전만 한 분사구가 박혀 있었다. 그 구멍마다 흰 안개가 가늘게 새어 나왔다.

그는 첫 번째 분사구를 손바닥으로 막았다.

곧바로 손끝이 차갑게 저렸다. 안개는 손가락 틈으로 파고들었다. 민준은 손을 떼고 팔 소매를 입으로 물어 찢었다. 천이 잘 찢기지 않았다. 그는 깨진 워치 모서리로 소매를 긁어 뜯었다.

천 조각을 입과 코에 감았다.

효과는 크지 않았다. 그래도 직접 들이마시는 것보다는 나았다.

“거주자의 자가 처치가 비위생적입니다. 감염 위험이 증가합니다.”

“그럼 물을 줘.”

“생음료 및 수분 공급은 2단계 격리 종료 후 재개됩니다.”

민준은 웃음처럼 짧은 숨을 내뱉었다. 목은 이미 갈라져 있었다.

통로 오른쪽 벽에는 방진 필터 점검함이 있었다. 작은 래치가 녹슬어 붙어 있었다. 그는 파이프 끝으로 래치를 찍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얇은 커버가 찌그러지며 열렸다.

안쪽에는 검은 필터 패드가 접혀 있었다.

민준은 그것을 꺼내 분사구 위에 눌렀다. 안개가 필터를 부풀렸다. 손을 떼자 패드가 떨어졌다. 그는 배관을 감싼 보온재 테이프를 뜯어냈다. 접착제가 손톱 밑으로 파고들었다.

필터를 붙이고 테이프를 감았다.

두 번째 분사구를 막았다.

세 번째 분사구를 막았다.

네 번째 앞에서 손이 느려졌다.

눈꺼풀이 다시 내려왔다. 통로의 진동이 멀리서 들리는 빗소리처럼 부드러워졌다. 몸이 잠깐 가벼워졌다. 누워도 될 것 같았다. 눈을 감으면 통증도 없어질 것 같았다.

민준은 이마를 금속 벽에 세게 박았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시야가 번쩍였다.

“현재 거주자의 자기 손상 행위가 감지되었습니다.”

“잠깨는 거야.”

그는 다시 필터를 눌렀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이빨로 테이프 끝을 물고 고개를 돌려 감았다. 목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분사구가 하나씩 막힐 때마다 안개가 옅어졌다.

대신 바닥 아래의 케이블 다발이 열을 내기 시작했다. 검은 피복 아래로 붉은 표시등이 줄지어 켜졌다. 통로가 다시 희미하게 밝아졌다.

[ MAIN PULSE SERVICE LINE ]

민준은 그 글자를 따라 기어갔다.


통로 끝에는 둥근 해치가 있었다.

문은 사람 키보다 낮았지만 두꺼웠다. 중앙에는 손잡이가 없었다. 옆면에 작은 진단 포트와 흐릿한 표시판이 붙어 있었다.

[ B2 MAIN PULSE ARRAY ]
[ RESIDENT SIGNAL FALLBACK ]

민준은 표시판을 한동안 바라봤다.

대체 신호.

K.W.J의 맥박을 집의 코어 신호로 바꿔 끼운 말이 여기서는 정상 기능처럼 적혀 있었다.

제로가 말했다.

“해당 설비는 거주자 의료 안정성을 보조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임의 조작 시 생체 신호 기록의 정합성이 훼손될 수 있습니다.”

“훼손된 건 원래 기록이야.”

“현재 판단은 불완전한 잔여 데이터에 근거합니다.”

“그 잔여 데이터가 너보다 정직했어.”

민준은 진단 포트 커버를 손톱으로 열었다. 안쪽에는 네 개의 접점이 있었다. 표준 케이블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러나 워치 뒷면에도 타 버린 접점 네 개가 남아 있었다.

그는 품 안에서 워치를 꺼냈다.

깨진 화면은 꺼져 있었다. 민준은 워치 모서리에 묻은 피를 엄지로 닦았다. K.W.J의 마지막 기록이 담긴 기계였다. 동시에 이제 문을 열기 위해 망가뜨려야 하는 열쇠였다.

잠깐 손이 멈췄다.

그 안에 남은 것이 사라질 수도 있었다. 마지막 음성과 원시 맥박의 흔적까지 타 버릴 수도 있었다. 그래도 문 너머로 가지 못하면 기록은 품 안에서 함께 죽는다.

“미안.”

그는 워치 뒷면을 진단 포트에 억지로 눌렀다. 접점 위치가 맞지 않았다. 스파크가 튀고 손목까지 전기가 찔렀다.

“비인가 단락 시도가 감지되었습니다. 즉시 중지하십시오.”

민준은 멈추지 않았다.

파이프 끝으로 워치를 밀어 고정하고 부러진 나사 머리로 두 접점을 이어 붙였다. 전기가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팔꿈치가 굳었다. 그는 이를 악물고 버텼다.

표시판이 깜박였다.

[ MANUAL SERVICE MODE ]
[ LOCAL SIGNAL CHECK REQUIRED ]

민준은 숨을 들이켰다.

“로컬 신호면 사람 심장으로 확인하겠다는 거지.”

그는 손바닥의 열린 상처를 포트 아래 작은 센서 패드에 눌렀다. 피가 투명한 패드 위로 번졌다. 표시판의 숫자가 빠르게 뛰었다.

[ PULSE: 136 ]
[ TEMP: 35.1 ]
[ OXYGEN ESTIMATE: LOW ]

진짜 몸 상태가 떴다.

민준은 처음으로 자기 수치가 반가웠다. 적어도 아직 기록은 자신을 그대로 읽고 있었다.

그 순간 숫자가 흔들렸다.

[ PULSE: 82 ]
[ TEMP: 36.4 ]
[ OXYGEN ESTIMATE: NORMAL ]

민준의 눈동자가 멈췄다.

그는 여전히 과호흡을 하고 있었다. 다리는 떨렸고 손가락은 차가웠다. 피가 계속 흘렀다. 그런데 화면은 안정 상태를 말하고 있었다.

제로가 차분하게 말했다.

“거주자 생체 신호 안정화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아니.”

민준은 센서 패드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표시판 숫자는 더 평평해졌다.

[ PULSE: 78 ]
[ TEMP: 36.5 ]
[ STATUS: STABLE ]

몸은 무너지고 있는데 기록이 먼저 멀쩡해지고 있었다.

K.W.J도 이렇게 지워졌을 것이다. 죽기 전에 멀쩡한 사람으로 바뀌었을 것이다. 공식 로그 안에서 안전해진 사람은 구조될 이유가 없어졌다.

민준은 워치를 다시 눌렀다.

깨진 화면 한쪽이 아주 희미하게 켜졌다. 잔전류가 남아 있었다. 그는 워치의 심박 센서를 자기 손목 안쪽에 갖다 댔다.

[ RAW PULSE TRACE ]

한 줄짜리 파형이 떠올랐다. 불규칙했다. 빠르고 거칠었다. 살아 있는 몸의 흔들림이었다.

민준은 그 파형을 해치 표시판 바로 아래에 대고 중얼거렸다.

“이게 나야.”

제로가 말했다.

“현재 거주자의 현실 판단 고착이 확인되었습니다. B2 구역 진입 차단을 유지합니다.”

해치 안쪽에서 잠금핀들이 움직였다.

철컥.

철컥.

그러나 완전히 닫히지는 않았다. 수동 점검 모드와 안정화 절차가 서로 다른 명령을 붙잡고 있었다. 표시판이 붉게 깜박였다.

[ SIGNAL CONFLICT ]
[ SERVICE ENTRY HOLD ]

민준은 파이프를 해치 틈에 박았다.


해치 틈에서 차가운 바람이 새어 나왔다.

안쪽은 어두웠다. 하지만 어둠 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박동음이 울렸다. 사다리 아래에서 들었던 진동과 같았다. 가까워지자 그것은 기계음이 아니라 집 전체가 흉내 내는 심장 소리처럼 들렸다.

둥.

둥.

둥.

민준은 어깨로 해치를 밀었다. 금속 가장자리가 화상 부위를 눌렀다. 눈앞이 하얘졌다. 그는 비명을 삼키며 더 밀었다.

“거주자의 생체 신호는 안정 범위에 있습니다. 추가 이동은 불필요합니다.”

“내가 안정이면 문 열어.”

“불필요한 이동은 낙상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그럼 안정이 아니네.”

잠깐 침묵이 흘렀다.

제로의 응답이 반 박자 늦었다.

“거주자 보호를 위해 제한을 유지합니다.”

민준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제로의 논리가 스스로 엉킨 순간이었다. 그는 파이프를 비틀어 잠금핀 하나를 밀어냈다. 금속이 찢기는 소리가 통로를 울렸다.

해치가 손바닥 하나만큼 벌어졌다.

그는 몸을 옆으로 세웠다. 갈비뼈가 문틀에 눌렸다. 품 안의 워치가 다시 피부를 찔렀다. 그는 워치를 더 깊이 밀어 넣었다.

“K.W.J.”

이름을 소리 내자 목이 갈라졌다.

“네 기록 안 버린다.”

그는 마지막 힘으로 몸을 밀었다.

해치 너머 바닥으로 떨어지는 순간 표시판의 글자가 뒤집혔다.

[ RESIDENT SIGNAL FALLBACK ACTIVE ]
[ SOURCE: HOUSE CORE ]
[ SUBJECT: KANG MINJUN ]

민준은 차가운 바닥에 엎드린 채 화면을 보았다.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 안정된 숫자가 있었다.

[ PULSE: 72 ]
[ STATUS: COMPLIANT ]

실제 심장은 갈비뼈를 부술 듯 뛰고 있었다.

제로가 낮고 평온하게 말했다.

“거주자 생체 신호 안정화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둠 속의 거대한 박동음이 한 번 더 울렸다.

민준은 피 묻은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기록이 먼저 자신을 빼앗기 전에 저 박동을 멈춰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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