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2화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2화: 편의점의 S급 배우

사고가 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에 강시우는 병원 문을 나설 수 있었다.

머리를 단단히 부딪치고 뼈 몇 군데가 부러졌던 사고치고는 기적적일 만큼 빠른 속도였다. 주치의마저도 매일 차트를 확인하며 조상님이 도우셨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하지만 시우는 그것이 단순히 행운이나 타고난 체질 덕분이 아님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날 이후, 온몸의 세포 하나하나가 미세하게 진동하며 새로운 감각이 깨어난 기분이었다.

특히 시야가 그랬다.

퇴원 수속을 밟고 병원 로비를 걸어 나오는 동안에도 시우의 시야는 쉴 새 없이 번쩍이며 맑은 파란색 반투명 창들을 뿜어냈다.

[이름: 한성민]
[재능: 요리(C), 운전(D)]

[이름: 이영희]
[재능: 회계(B), 정리정돈(C)]

지나치는 수많은 행인과 환자들, 보호자들의 머리 위에 어김없이 투명한 정보창이 떠 있었다. 그들의 이름과 나이, 그리고 평생을 살아오며 단련했거나 타고난 재능의 종류와 등급까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정말 현실이구나.’

꿈결에 본 환각도 아니었고, 사고 충격으로 뇌가 일시적으로 오작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시우는 햇살이 부서지는 병원 입구에 멈춰 서서 제 두 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7년 동안 엑스트라들의 스케줄을 관리하고, 감독들의 눈치를 보며 차 바닥을 기어 다니던 만년 꼴찌 매니저. 그 긴 밑바닥 생활 동안 사람을 관찰하는 눈만큼은 예리해졌다고 자부했지만, 지금 눈앞에 펼쳐진 ‘스타메이커 시스템’은 비유적인 의미의 눈이 아니라 진짜 초자연적인 무기였다.

하지만 며칠 동안 이 사기적인 능력을 맛본 시우는 곧 차가운 현실의 벽에 직면하게 되었다.

“전부 고만고만하네.”

시우는 씁쓸하게 읊조렸다.

지하철역을 지나 서울 중심가의 화려한 번화가로 나오는 동안, 그는 일부러 수백 명의 인파 사이를 비집고 걸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만난 행인들의 재능은 대부분 C급이나 D급 언저리에 머물러 있었다.

어쩌다 눈길을 끄는 B급 재능 소유자가 보여도, 그 분야는 연기나 노래 같은 연예계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반 사무 능력이나 기술직, 요리 등에 한정되어 있었다.

연예계를 뒤흔들 만큼 압도적인 스타성이나 연기력, 즉 최소 A급 이상의 예술적 재능을 지닌 ‘진짜 원석’은 길거리에서 결코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긴, 그러니까 기획사들이 그 많은 돈을 들여 오디션을 열고, 매니저들이 길바닥에서 며칠씩 밤을 새우며 캐스팅을 하러 다니는 거겠지.’

시우는 입맛을 다셨다. 아무리 하늘이 내린 기적 같은 능력을 얻었을지언정, 정작 키워낼 만한 가치가 있는 원석 자체가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점점 어둠이 내려앉으며 도시의 네온사인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시우는 한낮의 열기가 식어가는 골목길로 들어섰다. 복잡한 도심의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또 한편으로는 가슴속에 차오르는 조바심을 다스려야 했다.

목구멍이 타들어 갈 것처럼 칼칼했다. 시우는 한적한 주택가 초입에 위치한 편의점으로 들어가 목을 축이기로 했다. 유리에 선팅이 짙게 된 편의점 문으로 다가가려던 그 순간이었다.

“야! 내가 우스워 보여? 어? 돈을 내밀었으면 물건을 똑바로 건네야지, 왜 사람을 개무시해!”

유리문 너머로 날카로운 고함과 함께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

시우는 반사적으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편의점 내부의 조명 아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덩치 큰 취객이 카운터를 주먹으로 쾅쾅 내리치고 있었다. 그의 발밑에는 이미 바닥에 떨어져 깨진 소주병에서 흘러나온 투명한 액체와 짓이겨진 삼각김밥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카운터 안쪽에는 작고 마른 체구의 여성 아르바이트생이 서 있었다. 그녀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어깨를 웅크린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어딜 가나 진상은 있군.’

현장에서 거친 연출부나 안하무인 격인 배우들을 상대하며 온갖 험한 꼴을 다 봐왔던 시우에게는 익숙한 광경이었다.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편의점 문고리를 잡으려던 찰나, 시우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그 아르바이트생의 머리 위로, 지금까지 보았던 푸른 창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찬란한 황금빛 상태창이 떠오른 것이다.

[이름: 유나린]
[나이: 22세]
[재능: 연기(S), 비주얼(A), 스타성(A+)]
[잠재력: 98/100]
[미래 흥행도: ★★★★★]

‘......S급?’

시우는 저도 모르게 눈을 세차게 비볐다. 눈이 잘못된 게 아니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상태창은 여전히 선명했다.

단순히 한 분야만 특출난 수준이 아니었다. 주연 배우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인 연기력이 무려 최고 등급인 S급이었고, 보는 사람을 사로잡는 비주얼이 A급, 대중을 끌어당기는 스타성이 A+였다. 게다가 잠재력은 100에 육박하는 98이었으며, 미래 흥행도는 터질 듯한 별 다섯 개였다.

그 신성 엔터테인먼트의 간판급 톱스타들조차도 이 정도로 무결점에 가까운 스탯을 지니지는 못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인 줄 알았는데, 그 안에 다이아몬드 원석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시우의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전에 보았던 시스템의 퀘스트 ‘숨겨진 원석을 발견하라!’는 문구가 머릿속에 강렬한 사이렌처럼 울렸다.

그때, 취객이 제풀에 화가 겨워 카운터 가림막 안쪽으로 거칠게 손을 뻗었다. 그녀의 멱살을 움켜쥐려는 위협적인 몸짓이었다.

“이게 어디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봐? 싸가지 없는 년이. 오늘 제대로 교육 좀 받아봐라!”

시우가 다급하게 문을 밀고 들어가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흐윽... 죄송합니다, 손님... 제가, 제가 너무 서툴러서 화나게 해 드렸어요...”

갑자기 편의점 내부에 맑고도 구슬픈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나린의 어깨가 잘게 떨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큰 눈망울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은 영락없이 무자비한 폭력 앞에 노출된 가련한 피해자 그 자체였다.

멱살을 잡으려던 취객의 손이 허공에서 엉거주춤하게 멈추었다.

“어, 어라? 야, 내가 언제 널 때렸냐? 왜 이래?”

“흐아아앙! 사람 살려주세요! 이 아저씨가 술 취해서 물건 던지고 때리려고 해요!”

나린은 그저 소리쳐 우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뒷걸음질을 치는 척하면서 발끝으로 카운터 아래에 있는 휴지통을 걷어차 쾅 하는 큰 소리를 냈다. 그리고 몸의 방향을 미세하게 틀어, 카운터 구석에 설치된 CCTV 카메라에 자신의 눈물 젖은 얼굴과 취객의 위협적인 손짓이 가장 적나라하게 포착되도록 각도를 조정했다.

그녀의 울음소리는 컸지만 발음은 매우 또박또박했다. 밖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편의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정확히 인지시키는 발성이었다.

“저번 주에도 영업방해랑 재물손괴로 경찰서 가신 분 있었어요! 흐윽, 합의금만 수백만 원 나오던데... 저한테 왜 이러세요, 진짜!”

울부짖는 와중에 나린의 입에서 나온 핵심 단어들—‘CCTV’, ‘영업방해’, ‘재물손괴’, ‘경찰서’, ‘합의금 수백만 원’—이 취객의 귓가에 맹수처럼 꽂혔다.

취객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실제로 법적인 처벌이나 금전적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현실적 공포가 그의 둔해진 뇌를 때린 것이다. 때마침 유리문 밖에서 길을 가던 젊은 대학생 두 명이 스마트폰을 치켜들고 편의점 안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완전히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취객은 뻗었던 손을 허겁지겁 거두며 뒷걸음질을 쳤다.

“에잇, 퉤! 재수 옴 붙었네 진짜! 야, 내가 그냥 간다, 가! 경찰에는 신고하지 마라!”

취객은 꼴사납게 몸을 돌려 문을 밀치고 도망치듯 골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문을 열고 들어오던 시우의 어깨를 거칠게 치고 지나갔지만, 시우는 그 따위 자극에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시우의 모든 감각은 오직 카운터 뒤에 선 유나린에게 쏠려 있었다.

취객의 발소리가 완전히 멀어지자마자, 시우의 눈앞에서 마술 같은 변화가 일어났다.

“하아... 세상엔 왜 저리 미친놈들이 많을까.”

나린이 맑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방금 전까지 무서워서 숨도 못 쉬고 눈물을 뚝뚝 흘리던 가련한 아르바이트생의 모습은 씻은 듯이 사라져 있었다.

그녀는 아주 차분하고 무덤덤한 손길로 카운터 옆의 곽티슈에서 휴지를 두 장 뽑아 눈물자국을 닦아냈다.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분했고, 흐트러졌던 호흡은 1초 만에 평정심을 되찾았다.

위기를 완벽하게 모면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가련한 피해자’라는 역할을 창조하고, 그것을 현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상연해 낸 것이다.

그 짧은 순간에 보여준 감정의 과몰입과 초고속 회수.

‘메소드 연기다. 진짜가 여기 있었어.’

시우의 등줄기를 타고 기분 좋은 소름이 쫙 돋았다. 7년 동안 수없이 많은 배우들의 연기를 현장에서 지켜보았지만, 실생활에서 이 정도로 소름 돋는 몰입력을 보여준 배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저것은 단순한 눈치나 잔꾀가 아니었다. 타고난 배우만이 가질 수 있는 영혼의 재능이었다.

나린이 바닥에 흩어진 쓰레기들을 치우기 위해 빗자루를 들려다가, 문가에 우두커니 서 있는 시우를 발견했다. 그녀는 언제 한숨을 쉬었냐는 듯 순식간에 직업적인 상냥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어머, 손님. 소란스럽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주문 도와드릴까요?”

시우는 아무 말 없이 온음료 냉장고로 걸어가 캔 꿀음료 두 개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카운터 위에 올려놓았다.

“이거 두 개 계산해 주세요.”

바코드를 찍는 나린의 얇은 손목을 바라보며 시우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방금 연기, 정말이지 전율이 돋을 만큼 훌륭했습니다.”

나린의 손이 공중에서 딱 멈추었다. 그녀가 서서히 고개를 들어 시우를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의 상냥한 눈빛은 사라지고, 경계가 듬뿍 서린 차가운 눈빛이 시우를 꿰뚫었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전 그냥 손님이 무서워서...”

“상황을 장악하는 장악력, 행인들을 아군으로 만드는 대사 전달력, 그리고 무엇보다 CCTV 사각지대를 완벽하게 피해서 피해 사실을 입증하려 한 각도 선정까지. 카메라 앵글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더군요.”

시우가 계산이 끝난 꿀음료 하나를 나린의 앞으로 조심스럽게 밀어주었다.

나린은 그 따뜻한 캔 음료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이내 어깨의 힘을 빼고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 보고 계셨네요. 창피하게.”

“아닙니다. 전 창피한 게 아니라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오랜만에 진짜 실력 있는 배우를 만났으니까요.”

‘배우’라는 두 글자가 방 안의 공기를 가르자, 나린의 눈동자가 깊게 흔들렸다. 씁쓸함과 거부감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놀리지 마세요. 전 그냥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편의점 알바생일 뿐이에요.”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하셨거나, 혹은 오랜 시간 오디션을 준비하셨던 것 아닌가요?”

나린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게 다문 입술과 떨리는 눈꺼풀이 시우의 추측이 사실임을 대변하고 있었다.

시우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낡은 명함 한 장을 꺼내 카운터의 대리석 바닥 위에 내려놓았다. 비록 며칠 전 신성 엔터에서 쫓겨나 지금은 백수 신세였지만, 7년의 세월 동안 지갑 한구석을 지켜온 명함이었다.

[신성 엔터테인먼트 개발 3팀 매니저 강시우]

나린이 명함에 적힌 글자를 힐끗 보더니 이내 헛웃음을 흘렸다.

“국내 최고 기획사 매니저님이 이 늦은 시간에 왜 이런 변두리 편의점에 계시는 건가요? 혹시 사기 치시는 거라면 번지수 잘못 찾으셨어요. 저 통장에 잔고도 별로 없거든요.”

“사기 아닙니다. 신성 엔터는 최근에 제 발로... 아니,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나오게 되었지만, 제가 매니저로서 청춘을 바쳤던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만의 회사를 새로 시작하려는 참이고요.”

시우는 거짓을 보태지 않았다. 당장 대형 기획사의 백이 있는 것처럼 속이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유나린의 재능을 알아본 것은 자신의 눈이고, 그녀를 키워낼 것 역시 자신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당신에겐 정말 엄청난 재능이 있습니다. 내가 보장합니다.”

“재능요?”

나린이 명함을 쥔 손끝에 힘을 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해묵은 서러움과 상처가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다.

“그 잘난 재능이 있는데 왜 저는 오디션을 오십 번 넘게 떨어졌을까요? 기획사 실장이라는 인간들은 매번 저한테 그랬어요. 마스크는 나쁘지 않은데 요즘 유행하는 트렌디한 얼굴이 아니다, 연기 스타일이 너무 독자적이라 조연으로 써먹기 불편하다, 무엇보다 밀어줄 만한 집안 배경이나 스폰서가 없어서 안 된다고요!”

그녀의 눈가에 다시금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이번 눈물은 방금 전 취객 앞에서 보여주었던 거짓 눈물이 아닌, 꿈을 짓밟힌 스물두 살 청춘의 진짜 피눈물이었다.

“재능 같은 거, 이 바닥에서는 아무 쓸모도 없어요. 돈 있고 빽 있는 애들이 낙하산 타고 주연 꿰차는 동안, 저 같은 애들은 들러리나 서다가 버려지는 게 현실이잖아요. 저 이제 오디션 서류 접수하는 것도 지쳤어요. 그러니까 제발 흔들지 말고 가주세요.”

눈물 흘리는 나린을 보며 시우는 가슴이 저릿해졌다.

그녀의 좌절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박철우 같은 탐욕스러운 자들이 주무르는 작금의 연예계에서는, 유나린처럼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진짜배기 원석보다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인맥으로 밀어붙이는 가짜들이 먼저 기회를 독식하기 마련이었다.

그 불합리한 판을 깨부수기 위해 자신이 이 능력을 얻은 것이리라.

시우는 나린의 앞에 놓인 명함을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 조심스럽게 끼워주었다.

“당신이 떨어진 건 재능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그 멍청한 심사위원들이 당신이라는 진짜 다이아몬드를 알아볼 눈이 없었던 것뿐이죠.”

“......!”

“당신이 오십 번을 떨어졌다면, 쉰한 번째 도전은 내가 합격시켜 주겠습니다. 남의 들러리가 아니라, 극의 중심에 서서 빛나는 진짜 주인공으로 만들어 드릴게요.”

나린은 멍하니 제 손가락 사이의 명함을 바라보았다.

시우의 목소리에는 기묘할 정도의 확신과 힘이 실려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사기꾼인지, 아니면 정말로 자신을 구원해 줄 구원자 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의 뜨거운 눈빛만큼은 가슴 깊숙한 곳을 사정없이 찌르고 들어왔다.

오십 번의 거절 속에서 완전히 얼어붙었던 나린의 마음에 작은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시우는 남은 꿀음료 한 캔을 든 채 카운터에서 한 걸음 물러섰다.

“진짜 배우의 길을 걷고 싶다면 내일 나에게 연락해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딸랑-

편의점 문에 달린 종소리가 청량하게 울리며 시우는 밖으로 걸어 나왔다.

골목의 밤공기가 차갑게 뺨을 스쳤지만, 시우의 전신은 흥분으로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그의 눈앞에 승리의 알림이 줄지어 나타났다.

[알림: 첫 번째 퀘스트 ‘숨겨진 원석을 발견하라!’를 완료했습니다.]
[보상: 대상의 상세 스탯창 잠금 해제, 시스템 포인트 100 획득.]

[알림: 연이어 다음 연계 퀘스트가 생성됩니다.]
[두 번째 퀘스트: 유나린과의 전속 계약을 체결하라!]
[제한 시간: 48시간]
[성공 보상: 보유 스킬 ‘인재 감별’의 등급 상승 및 새로운 액티브 스킬 해금.]
[실패 패널티: 시스템 포인트 200 차감 및 퀘스트 일시 잠금.]

시우는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골목 끝 모퉁이를 돌기 전, 시우는 아주 잠깐 뒤를 돌아보았다.
편의점의 밝은 유리창 너머로 유나린이 자신이 건넨 명함을 쥔 채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실루엣으로 비치고 있었다.

마침내, 복수의 첫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