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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1화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내 눈에만 배우들의 스탯이 보인다

시놉시스

대한민국 최대 기획사에서 해고당한 만년 꼴찌 매니저 강시우.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그에게 사람들의 '재능 스탯'과 '미래 흥행도'가 보이기 시작한다.
버려진 원석들을 발굴해 최고의 스타로 키워내는 '신의 손' 시우의 통쾌한 연예계 정복기!

1화: 끝이 아닌 시작

“강시우 씨, 오늘부로 짐 싸세요.”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
신성 엔터테인먼트 개발 3팀 사무실.
화려한 도심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창가 앞에 선 박철우 실장은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말을 이었다.

“회사가 자선단체도 아니고, 7년이나 기회를 줬으면 본인이 알아서 물러날 때도 됐잖아? 이번에 네가 맡았던 이태준, 걔 초코 엔터로 옮긴다더라. 너 몰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7년.
강시우가 이 바닥에서 버틴 시간이었다.
배우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그들이 던진 담배꽁초를 치우고, 술에 취해 난동을 부리는 뒷수습을 도맡아 하면서도 언젠가는 나만의 배우를 키워보겠다는 꿈 하나로 견뎌온 세월이었다.

“...태준이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다음 작품 캐릭터 분석 같이...”

“꿈 깨, 이 자식아.”

박 실장이 드디어 몸을 돌렸다.
번들거리는 구두와 잘 다려진 수트.
그의 입가에는 비열한 비웃음이 걸려 있었다.

“태준이가 그러더군. 너랑 있으면 앞이 안 보인다고. 매니저가 능력이 있어야 배우를 밀어주지, 맨날 성실 타령만 하는 놈이랑 무슨 미래를 그리겠냐? 태준이는 내가 잘 연결해줬으니까 걱정 말고, 넌 조용히 나가.”

“실장님!”

“나가라고 할 때 곱게 나가. 소란 피우면 이 바닥에 발도 못 붙이게 해줄 테니까.”

시우의 주먹이 하얗게 떨렸다.
성실함이 죄였을까.
담당 배우가 뜨기 시작하자마자 소속사 실장이 직접 나서서 배우를 빼돌리고, 그 책임을 매니저에게 물어 해고한다.
연예계의 흔한 시나리오였지만, 그 주인공이 자신이 될 줄은 몰랐다.

사무실을 나오는 시우의 등 뒤로 직원들의 수군거림이 들려왔다.
동정보다는 비웃음에 가까운 소리들.
시우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낡은 가방을 챙겨 건물을 빠져나왔다.

밖에는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7년 동안 내가 뭘 한 거지?’

우산을 챙길 정신도 없었다.
비를 맞으며 걷는 시우의 머릿속에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배우의 도시락 배달부터, 촬영장 밤샘 대기, 감독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며 프로필을 돌리던 순간들.
그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 사라졌다.

터벅터벅, 횡단보도 앞에 섰다.
신호등의 불빛이 번져 보였다.
비에 젖은 시야 사이로 육중한 트럭의 전조등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쿠우웅-!

엄청난 충격과 함께 몸이 공중으로 붕괴하듯 떠올랐다.
비명조차 지를 수 없는 짧은 순간.
아스팔트 위로 떨어지는 감각과 함께 의식이 급격히 멀어져 갔다.

‘...이렇게 끝인가.’

억울했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는데.
단 한 번이라도 빛을 보고 싶었는데.

차가운 빗물이 입가로 흘러드는 것을 느끼며 시우는 눈을 감았다.


삐- 삐- 삐-

규칙적인 기계음이 고요한 방 안을 채우고 있었다.
코끝을 찌르는 진한 소독약 냄새.
시우는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렸다.

하얀 천장.
그리고 코에 끼워진 산소호흡기.
몸을 움직이려 했지만, 전신을 조여오는 통증에 신음이 터져 나왔다.

“으윽...”

“환자분! 정신이 드세요?”

간호사가 급히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달려오는 간호사의 머리 위로 투명한 창 하나가 떠오른 것이다.

[이름: 김미영]
[직업: 간호사 (5년 차)]
[상태: 피로함, 보람]
[재능: 간호(B), 공감(A)]

‘...이게 뭐지?’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싶어 눈을 비벼보려 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시우는 멍하니 허공에 뜬 창을 바라보았다.
간호사가 그의 상태를 체크하는 동안에도 그 창은 사라지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 불러올게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간호사가 나간 뒤, 시우는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정리하려 애썼다.
교통사고.
분명 트럭에 치였다.
살아있는 게 기적일 정도의 사고였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이 이상한 창들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의사가 들어왔다.
중년의 의사 머리 위에도 역시 창이 있었다.

[이름: 최현석]
[직업: 신경외과 전문의]
[재능: 수술(A+), 진단(A)]
[미래 성공운: ★★★]

의사가 차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시우 씨, 정말 운이 좋으십니다. 그 정도 사고에서 뼈 몇 군데 부러진 걸로 끝난 건 조상님이 도우신 거예요.”

의사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시우의 시선은 의사의 머리 위에 떠 있는 ‘재능’과 ‘별점’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것은 마치 게임 속의 상태창 같았다.

“저... 선생님.”

“네, 말씀하세요. 어디 불편한 데 있습니까?”

“선생님 머리 위에... 뭐가 보이는데요.”

의사가 흠칫하며 자신의 머리를 만져보았다.

“머리요? 아, 머리카락이 좀 빠졌나... 스트레스가 심해서 말이죠. 허허.”

의사는 가벼운 농담으로 넘겼지만, 시우는 확신했다.
이것은 오직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무언가라는 것을.

의사가 나가고 다시 혼자가 된 병실.
시우는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통증은 여전했지만, 머릿속은 오히려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만약 이 능력이 진짜라면.
사람들의 재능을 수치로 볼 수 있고, 그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면.

‘박철우 실장.’

시우의 눈에 서늘한 안광이 서렸다.
자신을 쓰레기처럼 버린 그 인간.
그리고 배신한 배우들.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때, 병실 한쪽 벽면에 걸린 TV에서 뉴스 속보가 흘러나왔다.

화면 속에는 박철우 실장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시우는 TV 화면 속 박 실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화면 속에서도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름: 박철우]
[재능: 정치(S), 기획(C), 인성(F)]
[미래 흥행도: ★★]

‘인성 F... 역시나.’

그리고 그 옆에 작게 떠 있는 알림 하나.

[알림: 스타메이커 시스템이 활성화되었습니다.]
[현재 레벨: 1]
[보유 스킬: 인재 감별 (D)]
[첫 번째 퀘스트: 숨겨진 원석을 발견하라!]

시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절망의 끝이라고 생각했던 그 순간.
새로운 인생의 커튼이 올라가고 있었다.

“기다려라, 박철우. 내가 진짜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강시우의 새로운 반격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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