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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90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90화: 심연의 파수꾼과 상 분리 유도

대륙의 중심부에 위치한 '심연의 유적' 경계선은 그야말로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케 했다.

대기 중에는 붉은 화염의 우박이 떨어지는 와중에 극저온의 눈보라가 뒤섞여 휘몰아쳤고, 발밑의 대지는 태초의 마나 파동에 의해 톱니바퀴처럼 쩍쩍 갈라지며 흔들렸다. 지맥의 붕괴로 인해 초전도 선로 곳곳이 끊어져 있는 절체결명의 상태였다.

"선로가 끊겼습니다! 주행 불가능합니다!"

기관사의 다급한 비명에 우현은 침착하게 도선 패널을 열었다.

"엘레나, 세계수의 생체 에메랄드 마나를 선로 코팅막에 연결하십시오. 반스 장군, 기사단의 금속 마력으로 선로 하부의 교각을 임시 접지 형태로 들어 올리십시오!"

우현의 명령에 엘레나와 반스 장군이 즉각 움직였다.

세계수의 줄기처럼 유연하게 자라난 비취색 생체 마나 에너지가 부러진 선로의 틈새를 다리처럼 메웠고, 반스 장군의 강철 마력이 기둥을 받쳐 열차의 궤도를 밀어 올렸다.

쿠구구구궁—!

열차는 공중에 뜬 비취색 선로 다리 위를 유선형 몸체로 질주하며, 마침내 심연의 유적 입구인 대지하 성역의 동굴 입구로 들이닥치며 급정차했다.

열차가 멈추어 서자마자, 우현 일행은 실린더 가방을 메고 동굴 깊은 곳으로 진입했다.

하지만 그들의 진입을 가로막은 것은 유적의 입구를 지키고 서 있는 수십 미터 크기의 고대 마도 수호자, ‘심연의 파수꾼(Keeper of the Abyss)’ 골렘이었다. 골렘의 전신은 태초의 4원소가 무질서하게 뒤엉킨 채 흐르고 있어, 몸체 표면에서 화염과 빙결, 뇌전이 폭풍처럼 동시에 방출되고 있었다. 파수꾼은 유적으로 침입한 인간들을 적으로 규정하고 포효했다.

크어어어어어어—!

"저 녀석은 태초의 원소 마나를 무한히 흡수해 재생하는 방막을 둘렀소! 마법 공격을 날려봐야 저 실드 안에서 다 분해되어 흡수될 뿐이오!"

반스 장군이 대검으로 골렘의 다리를 내리쳤으나, 칼날이 닿기도 전에 마나 실드의 무질서한 에너지 파동에 퉁겨 나가며 이빨이 나갔다.

우현은 정밀 감지 렌즈를 통해 골렘 주변을 감싸고 있는 실드의 위상을 읽어 내렸다.

'단순한 방어막이 아니야. 물과 기름이 엉킨 것처럼, 4원소의 마나가 분자 수준에서 불균일하게 뒤섞여 있는 '동적 원소 에멀션(Dynamic Elemental Emulsion)' 상태다. 상 경계(Phase Boundary)의 표면 장력이 마나 밀도를 극대화하고 있어 물리적 타격이나 일반 마법을 통째로 튕겨내는 거군.'

"에멀션 실드라면, 유화제(Emulsifier)의 균형을 깨트려 '상 분리'를 유도하면 그만입니다."

우현이 허리춤에서 강한 비마도성 유기 음이온 계면활성제(Anionic Surfactant) 시약 실린더를 빼 들었다.

"아리아, 실드가 붕괴하는 찰나에 골렘의 중앙 동력 코어를 직격해라."

"알겠어요!"

우현이 고압 스프레이 밸브를 열자, 유백색의 초미세 음이온 미스트가 파수꾼 골렘의 전면 실드로 퍼져 나갔다.

쉬이이이이이—!

음이온 계면 활성 작용기가 골렘의 마나 에멀션 입자 표면에 달라붙어 정전기적 척력을 유도하자, 실드를 지탱하던 마나 입자 간의 경계면 장력이 순식간에 제로(0)로 붕괴했다.

파지직! 콰아아앙!

원소가 뒤엉켜 단단하던 방어막이 물과 기름처럼 완벽하게 위상 분리(Phase Separation)를 일으키며 붉은 화염 가스와 푸른 빙결 파편으로 쪼개져 허공으로 흩어져 내렸다. 수호막이 단 3초 만에 허무하게 껍질 벗겨지듯 붕괴한 것이다.

"지금이야, 아리아!"

"하아아앗! 아이스 코프탈리스!"

아리아의 절대영도 냉기가 방어막이 사라진 골렘의 미간 동력 핵을 정확히 관통하여 꽁꽁 얼려 버렸고, 반스 장군이 도약하여 대검으로 얼어붙은 골렘의 상반신을 산산조각 내 부수었다.

와그작! 쨍그랑!

마침내 성역의 최종 관문이 열렸다.

입구를 통과해 심연의 최심부 대공동에 들어선 우현 일행은, 그 장엄하고도 비참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공동 중앙에는 수십 미터 크기의 비취색 고대 결정석, '세계 멸망 봉인석'이 공중에 떠 있었다. 하지만 결정석의 하부와 측면은 이미 용암처럼 붉게 타오르며 수천 개의 붉은 균열이 거미줄처럼 뻗어 나가고 있었고, 그 균열 사이로 제어 불가능한 태초의 백색 원소 마나가 비명을 지르며 불꽃놀이처럼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미 균열의 임계 각도가 90%를 초과했습니다. 방치하면 12시간 내에 대륙 전체의 지맥이 공조 붕괴합니다."

하나의 절박한 수치 보고에 우현은 메고 있던 고압 전구체 실린더 호스를 손에 쥐었다.

"시간은 충분합니다. 대륙의 뼈대를 다시 쓰는 절대합성의 공침 공정을 전개하겠습니다."

우현의 차가운 선언과 함께, 종말의 심장부 한가운데서 세상을 지킬 절대합성 연금술사의 최종 연성 공정이 그 위대한 첫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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