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84화: 황실 수석 자문관과 요정림의 초대
황궁 어전 경합의 충격적인 결과는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제국 전체로 퍼져나갔다. 마탑의 권위를 상징하던 수정 프리즘 폭발에 이어 차세대 마도 엔진 경합에서의 완패는 중앙 마탑의 천년 가치관을 통째로 산산조각 냈다. 황제의 명에 의해 대마탑의 연구 예산 절반이 회수되어 에센셜 아카데미 연금원으로 즉각 이관되었고, 마탑과 결탁해 철도권과 엔진권을 찬탈하려던 오스본 공작은 황실의 눈 밖에 나 정치적으로 완벽하게 고립되었다.
아카데미 연금원 소장실 테라스 평상에 앉아 맑은 바람을 쐬고 있던 우현의 어깨 위로 날개 다람쥐 알렉스가 쪼르르 기어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알렉스는 테이블 위의 꿀과자를 양손으로 쥐고 오물거리며 맛있게 씹었다.
"원장님, 황궁에서 정식 칙령서가 도착했습니다. 소장님을 '제국 황실 수석 연금 자문관(Imperial Chief Alchemical Advisor)'으로 보임한다는 임명장입니다."
하나가 고급스러운 실크 리본이 묶인 칙령서를 경건하게 올렸다.
우현은 칙령서를 힐끗 본 뒤 옆으로 밀어두었다. 명예나 직위 따위는 그에게 본질적인 가치가 없었다. 그저 황실 자문관이라는 타이틀이 가져다줄 광물 독점 채굴권과 무제한 연구 지원금만이 유용할 뿐이었다.
"축하해요, 우현 님. 이제 제국에서 연금술사로서 당신의 권위에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아리아가 미소를 지으며 차를 따라주었다.
바로 그 순간, 연금 연구실 대문이 부드럽게 열리며 고풍스러운 바람의 마력 향기와 함께 한 명의 귀빈이 걸어 들어왔다. 은빛 나뭇잎 자수가 새겨진 녹색 가운을 입은, 요정림의 대사이자 엘프 친위대장 엘레나였다.
"우현 원장님, 아리아 영애. 오랜만에 뵙습니다."
엘레나가 두 손을 가슴에 모으며 요정림의 정중한 예법으로 인사했다.
"대사님, 수도에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우현이 담담하게 물었다.
"원장님을 요정림으로 정식 초대하기 위해 여왕 폐하의 친서를 들고 직접 왔습니다."
엘레나가 품에서 은백색으로 빛나는 세계수 잎사귀 편지를 건넸다.
"원장님께서 보수해 주신 초전도 정령 코어와 스마트 마력 그리드 덕분에 요정림 전체의 생명력 전력망이 완벽한 안정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숲의 모든 엘프 장로들과 주민들이 원장님의 은혜에 감복하고 있지요. 이에 여왕 폐하께서는 원장님을 '엘프 여왕의 수석 연금 고문(Chief Alchemical Advisor to the Elven Queen)'으로 공식 임명하는 서임식을 거행하고자 하십니다."
엘레나의 눈빛에는 깊은 존경심이 담겨 있었다.
인간이 엘프 왕국의 수석 고문관 지위를 받는 것은 대륙 역사상 전례가 없는 초유의 사태였다. 폐쇄적이고 오만한 엘프들이 스스로 장벽을 허물고 인간을 최고의 자리에 앉히는 것은, 우현의 절대합성 기술이 그들의 생존과 번영에 절대적인 열쇠임을 인정한 명백한 증거였다.
"수석 연금 고문이라……."
우현은 세계수 편지를 만져보았다. 잎사귀 내부에서 요정림 특유의 고순도 활성 규산염 성분과 나노 입자들이 맥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좋습니다. 요정림의 정류 네트워크를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할 생각이었는데, 잘되었군요. 아리아, 준비해서 출발하도록 하지."
"네, 기쁜 마음으로 동행할게요!"
아리아의 눈이 반짝였다.
하루 뒤, 우현과 아리아, 하나, 그리고 헤르만 교수와 알렉스를 태운 초전도 마도 열차가 요정림을 향해 수도를 출발했다.
열차 창밖으로 뻗어 나가는 에메랄드빛 세라믹 레일을 바라보며, 우현은 머릿속으로 제국 전체의 거대한 마도 네트워크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남부의 대광산 지대, 동부의 철벽 요새, 요정림의 친환경 전력망, 그리고 수도의 아카데미까지. 절대합성의 연성 공정으로 만들어진 초전도 마도 레일과 송전망이 제국 전역을 하나로 연결해 가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었다. 대륙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배위 결합 격자로 묶어 세우는, 절대합성의 연금술사가 설계한 장엄한 신세계의 골격이었다.
열차는 바람을 가르며 푸른 숲의 요정림을 향해 고속으로 주파해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