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81화: 다상 평형의 한계와 피드백 지연
볼타 현자가 제어반의 황동 레버를 서서히 올리자, 마탑의 황금빛 다상 평형 코어가 장착된 첫 번째 마도 엔진이 부드러운 구동음과 함께 기동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이잉—!
엔진 주위의 마력 계측 프리즘들이 눈부신 황색 광채를 발하며 출력이 급격히 차올랐다. 볼타 현자의 정교한 동적 평형 공식에 의해 조율된 다중 연동 기어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아갔고, 기화된 마나가 관로를 통해 일정한 압력으로 피스톤을 왕복 운동시켰다.
"오오! 안정적이군! 마나 맥동 편차가 3% 이내에 머물고 있어!"
회의장 상석에 앉아 있던 재무부 장관이 모니터 스크린을 보며 연방 감탄했다.
볼타 현자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레버를 한 단계 더 밀어 올렸다.
"100% 정상 출력 도달. 에너지 순환 효율 92%입니다. 제국 기존 마도 엔진들의 평균 효율이 75% 선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는 학문적 쾌거라 할 수 있지요."
구즈만을 대신해 마탑의 대표로 참석한 대원로가 의기양양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게다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볼타 현자께서 조율하신 코어는 과출력 상태에서도 마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상쇄하는 자가 평형 능력이 탑재되어 있어, 한계 출력인 150%까지 안정적으로 구동이 가능합니다!"
오스본 공작 역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회의장 안의 보수 귀족들은 우현을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아카데미의 낙제생 녀석이 아무리 남부에서 기적을 부렸어도 대륙 1인자 볼타의 백 년 내공 앞에서는 그저 조잡한 속임수에 불과할 것이라 확신한 분위기였다.
웅웅웅웅—!
레버가 한 단계 더 올라가 가동 출력이 130%를 돌파하자, 엔진 내부의 구동음이 날카로운 금속성 진동음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황금빛 빛 무리가 성벽처럼 타오르며 출력 눈금이 붉은 위험 경계선 바로 아래까지 도달했다.
우현은 냉정하게 대마탑 엔진의 진동 패턴과 마나 주파수 스펙트럼을 스캔했다.
'제어 공학의 관점에서 전형적인 피드백 지연(Feedback Delay)이군. 볼타는 다상 평형을 기계적 기어 조율과 마력 유동식 피드백 루프로 제어하도록 설계했어. 하지만 마나의 압력이 일정 한계를 넘는 순간, 제어기 신호가 실제 유동 변화보다 늦게 동조되면서 미세한 위상 차이가 발생하고 만다. 이것은 결국 제어 불능의 공명 진동(Resonance Oscillation)으로 이어지지.'
피드백 제어에서 시간 지연이 유발하는 위상 여유(Phase Margin)의 상실. 이는 현대 제어 이론을 모르는 이 판타지 대륙의 거장이 극복하지 못한 절대적인 물리 법칙적 한계였다.
"원로원장, 진동이 살짝 불규칙해지는 것 같소만?"
황실 대리인 중 한 명이 불안한 듯 조용히 지적했다.
"하하,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신형 기어가 초기의 고속 마찰에 적응해 가는 아주 지극히 정상적인 길들이기 과정일 뿐입니다. 150% 최대 과부하 테스트를 진행하겠습니다!"
대원로가 호기롭게 소리치며 레버를 끝까지 올려 밀어붙였다.
쿠구구구구궁—!
하지만 그 순간, 엔진의 황금빛이 갑자기 붉은 자색으로 강렬하게 번쩍이더니, 고주파의 비명이 회의장 천장을 찢을 듯 울려 퍼졌다.
끼이이이이이익—!
"주파수 평형 채널 붕괴! 마나 압력이 역류합니다! 폭주 제어 기어가 맞물리지 않습니다!"
엔진을 모니터링하던 조교들이 당황하여 비명을 질렀다.
볼타 현자의 얼굴에서도 평온한 미소가 걷히고 당혹감이 서렸다. 그는 급히 마법 지팡이로 에너지를 진정시키려 했으나, 한계를 넘어선 고조파 마나 서지(Mana Surge)는 이미 엔진 내의 황동 관로를 사정없이 비틀며 균열을 내고 있었다.
쩌적! 쩌저적!
압력 피스톤의 실린더 접합부에서 뜨거운 고압 마나 증기가 하얗게 뿜어져 나왔고, 장치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이 요동치며 대폭발의 징조를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