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8화: 연금술 연성 대회
실기 시험에서 순도 100%에 달하는 마나 농축액을 선보인 이후, 아카데미 내에서 우현을 무시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그의 독창적이고 기이한 연성 기법에 대한 호기심과 경계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헤르만 주임교수의 적극적인 추천과 메인 스폰서인 아리아 폰 크로이츠의 든든한 지원망 덕분에, 우현은 아카데미에서 가장 유서 깊은 연례 행사인 ‘연금술 연성 대회(Alchemy Synthesis Competition)’의 참가 자격을 획득하게 되었다.
대회 당일, 대강당을 개조해 만든 원형 경기장은 제국 각지에서 몰려든 관람객들과 황실 및 마탑의 고위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번 대회는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하겠군. 제국 마탑의 최연소 학사들과 유서 깊은 연금 가문들의 후계자들이 총출동했으니 말이야.”
“저기 1번 테이블의 율리안 폰 브라운도 브라운 가문의 명예를 걸고 나왔다더군. 그런데…… 저기 42번 테이블의 평민 녀석은 대체 누구지?”
관람석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기장 한가운데에는 원형으로 배치된 수십 개의 연금술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각 테이블 위에는 최고급 점토 연성 가마와 온도를 조절하는 마법 진호(Zinho) 노가 기본적으로 제공되어 있었다.
율리안은 우현을 발견하고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지난 실기 시험의 패배를 설욕하겠다는 듯, 그의 눈동자에는 독기가 서려 있었다.
“오늘의 과제를 발표하겠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마탑의 대현자가 허공에 마법 스크롤을 펼쳤다.
“제한 시간은 한 시간. 주어지는 원재료를 활용하여 상처와 독을 동시에 치유하고 일시적으로 마나 회복력을 극대화하는 ‘대천사의 포션(Archangel's Potion)’을 연성하는 것이다! 순도와 속도, 그리고 약효의 안정성을 종합 평가하겠다!”
대천사의 포션.
연금술사들 사이에서 난이도 극상으로 분류되는 비약이었다. 약초의 가공 과정에서 마나의 온도가 조금만 어긋나도 약효가 상쇄되거나, 열을 견디지 못하고 포션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나기 십상이었다.
댕—!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거대한 종소리가 경기장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수십 명의 연금술 천재들이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잘 훈련된 동작으로 준비된 불꽃 룬을 활성화하여 연성 가마의 온도를 올렸고, 제공된 마나 약초들을 절구에 넣어 빻아내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경기장 곳곳에서 형형색색의 마법 불꽃이 피어오르며, 열풍과 함께 매혹적인 허브 향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율리안 역시 가문의 비전 온조(溫調) 마법을 시전해 정밀하게 솥의 온도를 제어하며 포션을 달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42번 테이블의 우현은 달랐다.
우현은 테이블 중앙에 놓인 거대한 연성 가마솥을 아예 옆으로 밀어놓았다.
“가마솥으로 끓이는 전통 방식은 열전달 효율이 불균일하고 대류 현상 때문에 국부적인 과열이 발생하지. 반응 물질의 분자 운동을 제어하기에 최악의 환경이야.”
우현은 가마솥 대신 보존실에서 헤르만 교수의 묵인하에 챙겨온 소형 마법 기어들과 투명한 유리 튜브들, 그리고 자신이 개조한 나노 다공성 촉매 필터들을 테이블 위에 조립하기 시작했다.
관람석과 심사위원석에서 그의 기이한 행동을 보고 술렁였다.
“저 친구는 가마솥을 쓰지 않고 무엇을 조립하는 건가?”
“마치 광산의 복잡한 마나 파이프라인 같군. 저런 걸로 어떻게 대천사의 포션을 만든단 말인가?”
우현은 주변의 의혹 섞인 시선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연금 기기 조립에 몰두했다.
그는 제공된 희귀 초목인 ‘선녀초’와 ‘만년화’의 즙을 짜내어 유리 튜브 입구에 주입했다. 그리고 튜브의 중간 마디마다 자신이 특별히 설계한 나노 배위 결정 촉매들을 배치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기존의 끓이기 방식이 아니었다. 현대 유기 화학의 ‘초음파 마이크로파 유동 반응(Flow Chemistry)’을 마법 기어로 재현해 내는 것이었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 제한 시간의 절반이 지나가고 있었다. 경기장 안은 각양각색의 마법 오오라로 빛나고 있었고, 다른 경쟁자들은 이미 솥 안에서 끓어오르는 맑은 물약들을 정제병에 옮겨 담을 준비를 마쳐가고 있었다.
절정으로 치닫는 대회장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우현은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기기 내부의 압력 룬을 미세하게 조정하며 결정적인 한 방의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