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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75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75화: 격자 내부의 적과 탈수소 환원 공정

철벽 요새의 최하부 지하 기단부는 마치 오래된 폐갱도처럼 어둡고 습했다. 벽면을 따라 굵은 배관처럼 얽혀 있는 고대 철마도 합금의 대들보들은 군데군데 누렇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그 표면에는 시커먼 녹과 함께 녹색의 찐득한 산성 점액질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눈을 따갑게 만드는 황산과 염산 계열의 비릿한 가스가 가득해, 아리아는 코를 찌푸리며 마법으로 미세한 냉기 필터를 만들어 일행의 주변을 감싸 안았다.

"이 꼴을 보아라. 이게 우리가 지난 삼십 년간 어떻게든 마법 장벽을 덧대어 버텨온 결과물이다."

반스 장군이 벽면의 부풀어 오른 철 기둥 하나를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툭 쳤.

바스스스—

놀랍게도 성인 세 명이 팔을 벌려도 다 안기지 않을 만큼 굵은 철 기둥의 표면이, 마치 썩은 나무 껍데기처럼 맥없이 부스러져 내리며 붉은 녹 가루가 바닥에 쌓였다.

"제국 대마탑의 일류 연금술사들이 와서 온갖 금속 강화 포션과 연성 마법을 쏟아부었지만, 며칠도 못 가 벽면 안쪽에서부터 균열이 다시 시작되어 무너지더군. 놈들은 대지의 마나 밀도가 낮아져서 그렇다는 둥 뜬구름 잡는 소리만 지껄이다 도망쳤지."

반스 장군의 말투에는 짙은 멸시와 허탈함이 섞여 있었다.

우현은 부서져 내린 붉은 녹 가루를 손가락으로 집어 들고 냄새를 맡은 뒤, 휴대용 고배율 현미경 프리즘으로 단면을 확대해 보았다.

"단순히 겉면만 보수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우현이 손가락을 털어내며 냉정하게 말했다.

"뭐라고?"

"이 부식은 대지의 마나 밀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마수들이 뿜어내는 강산성 독무에 포함된 고농도의 '수소 이온($H^+$)'이 문제입니다. 이 이온들이 철 합금 결정 격자 틈새로 확산되어 들어가, 금속 내부에서 수소 가스($H_2$) 분자로 결합합니다. 그렇게 내부 분자 틈새가 가스 압력으로 팽창하면서 미세 균열을 일으키는 겁니다. 야금학에서는 이를 '수소 취화(Hydrogen Embrittlement)'라고 하죠."

"수소…… 취화?"

반스 장군이 처음 듣는 해괴한 야금학 단어에 눈을 좁혔다.

"안쪽 격자가 이미 수소 가스로 가득 차 균열이 생기고 있는데, 그 위에 덧방 용접이나 마법 장벽을 아무리 발라봐야 내부 가스 압력 때문에 새로운 금속판까지 함께 밀려나며 으스러질 뿐입니다. 제대로 고치려면 이미 침투한 수소 가스를 화학적으로 완전히 추출해내는 '탈수소 환원 공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현의 논리적이고도 명쾌한 물리화학적 분석에 반스 장군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우현의 손끝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금까지 요새를 다녀간 그 어떤 고위 연금술사도 이토록 정확하게 원인을 짚어낸 적이 없었다.

"방법이 있다는 말이군. 어떻게 그 수소라는 가스를 빼낸단 말인가?"

반스 장군이 꿀꺽 침을 삼키며 물었다.

"지맥 코어의 마력 방출 패턴을 이용해 금속 격자에 특정 진동수의 마이크로파(Microwave)를 인가하고, 외부 표면에 강산성 수소를 급격히 끌어당겨 안정한 물($H_2O$)이나 암모늄 화합물로 환원시키는 '유기 질소 수소화 촉매 시약'을 도포할 겁니다. 격자 내부의 수소가 밖으로 빠져나오면, 비어버린 틈새를 고분자 세라믹 폴리머 접착제로 영구 결속하는 거죠."

우현이 새로운 공법을 구상해 내자, 어깨 위에서 눈을 반짝이던 알렉스가 "찌직!" 하고 동조하듯 꼬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우현이 본격적인 촉매 시약을 배합하기도 전이었다.

요새 상부의 경보용 봉수대 마탑에서 날카롭고 다급한 종소리가 갱도 전체를 울렸다.

뎅! 뎅! 뎅! 뎅!

"장군님! 비상 상황입니다! 동부 경계 장벽 너머 '녹슨 계곡'에서 대규모의 '산성 부식 비룡(Acidic Drakes)' 군락이 서풍을 타고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선두 진격로인 4호 노드 장벽 전면이 비룡들이 뱉은 강력한 산성 타액에 직격당해 용융(Melting)이 진행 중입니다!"

보고를 들은 반스 장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전원 최전선 전투 배치! 비룡들의 화망을 분산시켜라!"

반스 장군이 거대한 대검을 빼 들며 통로 밖으로 도약하듯 나아갔다.

"우현 님, 우리도 가요. 4호 장벽이 무너지면 요새 하부 전체가 산성 독무로 가득 차서 보수 공사 자체를 할 수 없게 돼요."

아리아가 다급히 지팡이를 쥐었다.

우현은 냉정하게 촉매 가방을 어깨에 메며 걸음을 옮겼다.

"가도록 하지. 마수들의 산성 공격이 얼마나 대단한지 화학적으로 직접 확인해 볼 기회다."

일행은 요새 상부의 철갑 격벽을 통과해, 강한 황산성 바람이 불어 닥치는 요새 외곽의 4호 노드 성벽 위로 올라섰다. 붉은 저녁노을이 지는 동부의 하늘 위로, 온몸이 녹색 점액질 비늘로 뒤덮인 수십 마리의 비룡들이 괴성을 지르며 요새를 향해 강산성의 백색 타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치이이이이익—!

타액이 닿은 강철 성벽 장벽은 순식간에 녹색 거품을 내뿜으며 아이스크림처럼 녹아내리기 시작했고, 요새는 거대한 붕괴의 위기 앞에 직면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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