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67화: 에델 대교의 위기와 초고속 응고
발렌 남작의 체포 이후, 남부 부설 구간의 건설 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공사 개시 보름 만에 수도와 남부 대광산 지대를 잇는 200킬로미터의 초전도 레일이 완벽하게 결속되었고, 마침내 최초의 ‘초전도 마도 열차(Superconducting Mana Train)’ 시제품이 완성되어 출발 플랫폼에 섰다.
열차의 전면부는 매끄러운 유선형 진주빛 장갑판으로 뒤덮여 있었고, 내부에는 요정림의 실리카 반도체 칩이 탑재된 ‘촉매형 마도 심장 코어’가 우렁차고 부드러운 박동음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열차의 첫 공식 시운전(Maiden Voyage)이 열린 날, 열차 내부의 최고급 객실에는 우현과 아리아, 하나, 그리고 북부에서 올라온 공작 에드워드와 요정림의 대사 엘레나가 동석해 있었다.
“기동을 개시합니다. 궤도 주파수 동조율 100%.”
하나의 외침과 함께 은빛 레일 위로 푸른 마나 전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위이이이이이잉—!
기차는 기존 스팀 기차처럼 시끄러운 석탄 연기와 기어 마찰음 없이, 유령처럼 부드럽고 신속하게 플랫폼을 떠나 가속하기 시작했다. 열차의 바닥면에 장착된 전자기 유도 촉매가 레일과의 사이에서 미세한 척력(Repulsion)을 형성하여, 열차를 궤도 위로 약 5센티미터 띄워 올린 초전도 자기부상 방식이었다.
열차의 가속력은 경이적이었다. 창밖의 평원과 숲이 눈 깜짝할 사이에 뒤편으로 사라졌고, 속도계 프리즘은 순식간에 초속 100미터, 시속 360킬로미터를 돌파했다.
“허어…… 마차가 아니라 거의 날아가는 수준이군. 진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에드워드 공작이 차가 담긴 찻잔을 보며 탄성을 흘렸다. 잔 속의 찻물은 고속 주행 중임에도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이 평온한 수면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열차가 전체 구간의 절반쯤 위치한 험준한 ‘에델 협곡(Aethel Canyon)’ 대대교로 진입하기 직전이었다.
모니터링 판넬에 돌발 경고가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
“원장님! 전방 1킬로미터 지점의 에델 대교 중앙 교각에서 물질 붕괴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마도 근본주의 마법사 잔당들이 교각의 지지용 돌기둥에 ‘물질 분해 강산 마법(Disintegration Acid Spell)’을 시전해 기둥을 녹여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이 속도로는 제동 거리가 부족해 탈선 추락합니다!”
하나가 소리쳤다. 마탑의 과격파 잔당들이 열차의 처참한 탈선 참사를 유도해, 연금원의 물류 혁명을 피로 물들이려는 잔인한 테러였다.
“제동장치를 작동시키지 마십시오. 감속하면 오히려 교각이 무너지는 순간 하중 스트레스가 한 곳에 집중되어 다리가 통째로 붕괴합니다. 시속 360킬로미터 그대로 진입합니다.”
우현은 조종석 전면의 유리창을 노려보며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다.
“하나, 열차 전면부 분사구에 ‘고속 응고 촉매 폴리머(Quick-Solidifying Catalytic Polymer)’ 실린더 백을 대기시키십시오. 전방 300미터 지점에서 수동 격발하겠습니다.”
우현은 조종간을 쥐고 다가오는 회색의 거대한 대교 교각을 응시했다.
눈앞의 다리 중앙 기둥들은 시커먼 독무 산성 마법에 휘감겨, 굵은 석조 기둥들이 마치 촛농처럼 녹아내려 부러지기 직전의 처참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이대로 기차가 밟고 지나가면 수백 톤의 하중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것이 자명했다.
“300미터…… 200미터…… 격발!”
우현이 버튼을 눌렀다.
열차의 전면 노즐에서 끈적한 회색의 복합 경화 젤이 공압 제어력에 의해 녹아내리는 교각을 향해 폭포처럼 뿜어져 나갔다.
치이이이이익, 쾅—!
분사된 폴리머 젤은 녹아내리던 석조 기둥과 강산 용액에 닿는 순간, 산성 마나를 중합 개시제(Initiator)로 흡수하여 1초 만에 미친 듯이 응고되는 화학적 고속 중합 반응을 일으켰다.
녹아내리던 부드러운 돌가루와 강산이 젤 분자들과 뒤엉켜, 무쇠보다 질기고 단단한 ‘초고강도 복합 경화 수지(High-Strength Composite Resin)’ 벽면으로 변해 교각 전체를 깁스하듯 단단하게 움켜쥐어 고정했다. 교각의 하중 강도가 원래의 세 배 이상으로 순간 복원된 것이다.
콰아아아아앙—!
초전도 마도 열차는 먼지를 일으키며 대대교 위를 무서운 속도로 돌파하여 지나갔다. 다리는 미세한 삐걱거림 한 번 없이 열차의 하중을 안전하게 견뎌냈다.
기차가 다리를 무사히 건너자마자, 다리 건너편 감시탑 주변에 잠복해 있던 테러범 마법사들은 미쳐 도망치기도 전에, 미리 다리 입구에 배치해 둔 엘레나의 엘프 친위대 기사들에게 1초 만에 제압되어 바닥으로 처박혔다.
“……완벽한 통과입니다. 다리 통과 속도 정상 수치 유지 중.”
하나의 안도 섞인 보고가 울려 퍼졌고, 열차 안의 승객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현에게 뜨거운 찬사를 보냈다.
그리고 잠시 후, 은빛 열차는 남부 대광산 지대의 임시 종착 플랫폼에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멈춰 섰다.
플랫폼 주변에는 열차의 기적적인 기동과 도달 속도를 확인하기 위해 모여든 수천 명의 남부 광부들과 영지 민간인들이 지평선을 메운 채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수도에서 2주일 걸리던 험난한 길을, 고작 반나절 만에 안전하고 웅장하게 주파해 버린 교통 혁명의 순간을 목격한 역사적인 대환호였다.
우현은 아리아의 펜던트를 만지며 창밖의 환호하는 군중들을 바라보았다.
테러범들의 비열한 파괴 시도마저 실시간 화학 경화 공정으로 극복하고 대륙 최초의 초속 마도 노선을 개척해 낸 절대합성의 연금술사는, 이제 단순한 학계를 넘어 대륙의 물류와 산업망 전체를 철도라는 완벽한 지배 선로 위에 올려놓았다. 화학의 이름으로 온 대륙의 피를 관통하는 스마트 인프라의 위대한 은빛 바퀴가 대륙 역사의 지평을 완전히 바꾸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