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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62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62화: 수소 결합 분해와 녹아내린 장갑

요새 성벽 너머의 짙은 눈보라 속에서, 시커먼 마수의 장막이 지평선을 가득 메우며 몰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얼어붙은 심연의 최고 포식자들이자 빙결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빙결 야만족(Frost Demons)’의 정예 군대였다. 그들의 몸집은 일반인보다 배는 컸으며, 온몸은 마력으로 압축해 만든 푸른색의 ‘빙설 장갑(Ice Armor)’으로 감싸여 있었다. 그들의 선두에는 집채만 한 거대 마수인 ‘빙결 베헤모스(Frost Behemoth)’ 세 마리가 웅장한 지진을 일으키며 돌격해 오고 있었다.

베헤모스들의 목표는 명확했다. 방금 보수한 장벽의 결절점 구역에 물리적인 충격을 가해, 접합부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 강제로 분쇄하려는 속셈이었다.

“포병대! 화염 유탄 일제 격발! 마법사들은 화염구(Fireball)를 전방에 투사하라!”

공작 에드워드가 성벽 위에서 장검을 치켜들며 사자후를 토했다.

요새의 포탄들과 수십 개의 거대한 화염구들이 흑한의 대기를 가르며 마수 군단 중앙으로 떨어졌다.

콰콰콰콰앙—!

요란한 화염 폭발이 일어났으나, 북부의 혹독한 찬 바람과 마수들이 두른 빙설 장갑의 강력한 한기 저항력 때문에 화염의 열기는 1초도 가지 못하고 눈보라 속에서 속절없이 식어 소멸해 버렸다. 화염 폭풍을 뚫고 나온 빙결 베헤모스들은 몸에 그을음 하나 묻지 않은 채 성벽을 향해 돌진해 올 뿐이었다.

“불길이 통하지 않습니다! 녀석들의 빙설 장갑은 일반 화염의 열기로는 녹일 수 없을 만큼 빙결 격자가 견고합니다!”

요새 마법대장이 당황하여 보고했다.

성벽 위에서 그 광경을 냉정하게 관찰하던 우현은, 녀석들의 몸을 둘러싸고 있는 빙설 마력의 주파수를 스캐닝 프리즘으로 분석해 냈다.

“녀석들의 갑옷은 단순한 얼음이 아니라, 마나를 매개로 한 ‘수소 결합형 빙결 격자(Hydrogen-bonded Ice Lattice)’입니다. 온도만으로 녹이려 하면 북부의 칼바람이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에 불가능합니다. 화학적으로 수소 결합의 손을 강제로 놓게 만들어야 합니다.”

우현은 요새 한편에 배치되어 있던 마도 송풍기(Mana Fan) 장치들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송풍기 공기 흡입구에 주먹만 한 특수 실린더 가스 백들을 결속했다.

“‘빙결 결합 분해 촉매 에어로졸(Eutectic Depolymerization Catalyst)’을 전방 살포합니다.”

우현의 신호에 따라 엔지니어들이 마도 송풍기를 최대 출력으로 기동했다.

위이이이이이잉—!

강력한 돌풍과 함께, 송풍구에서 뿜어져 나온 미세한 황금색 촉매 안개 가스가 눈보라의 기류를 타고 돌격해 오던 마수 군단의 전면을 덮쳤다.

황금빛 안개가 휘몰아치던 순간, 빙결 야만족들의 전신에서 기묘한 연쇄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익—!

마수들의 단단하던 푸른 빙설 장갑 표면이 촉매 가스와 접촉하자마자 거품을 내며 순식간에 차가운 물로 흘러내려 증발하기 시작했다. 가스 내의 공융 분해 촉매 분자들이 얼음 결정 구조를 유지하던 수소 결합(Hydrogen Bonding) 부위를 1초 만에 해체하여 물의 빙점을 상온 이상으로 올렸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악! 내 갑옷이…… 갑옷이 녹는다!”

갑옷을 잃고 헐벗은 맨살이 차가운 북부의 칼바람에 노출되자, 마수들은 살이 찢어지는 듯한 동상 통증에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더 치명적인 것은 거대 마수인 빙결 베헤모스들이었다. 녀석들은 거대한 몸집의 관절 결합을 유지하기 위해 빙결 마력을 지지대(Support)로 사용하고 있었다. 관절의 빙결 마력이 한순간에 녹아 물이 되자, 거대 괴수들은 무게중심을 잃고 다리가 뒤틀려 성벽 직전에서 요란하게 미끄러지며 사방으로 뒹굴었다.

쿠구구구궁—!

돌격 진형이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하며 완전히 붕괴된 것이다.

우현은 성벽 난간을 짚으며 옆에 선 아리아를 보았다.

“아리아. 갑옷이 녹아내린 저 적들의 표면에 빙설 가시 폭풍을 투사하십시오. 껍데기가 사라졌으니 아주 가벼운 타격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예, 우현 님!”

아리아가 촉매 반지를 낀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고드름의 비(Rain of Icicles)!”

샤아아아아아앙—!

반지를 통해 고속 응축된 차갑고 예리한 수천 개의 고농도 얼음 화살들이 하늘을 뒤덮더니, 갑옷이 완전히 녹아 맨살이 드러난 마수들과 무너진 베헤모스들의 등에 가차 없이 쏟아져 내렸다.

푸수수수숙—!

“끄아아아악!”

방어 수단을 상실한 삭센의 괴수들과 야만족들은 고스란히 얼음 화살에 온몸이 관통당하며 절규 속에 얼어붙어 굳어갔다. 단 3분 만에 요새를 위협하던 혹한의 선봉 부대 전체가 피 한 방울 튀기지 않고 성벽 아래에서 싸늘한 시체가 되어 침묵했다.

성벽 위에는 눈보라 소리만이 차갑게 맴돌았다.

공작 에드워드는 턱이 빠질 것 같은 경악 어린 표정으로 성벽 아래의 참상을 멍하니 내려다보았다. 수십 명의 마법사가 한 시간 동안 불꽃을 뿜어도 흠집조차 내지 못하던 철벽의 군대가, 우현의 작은 가스 실린더 몇 개와 아리아의 단 한 번의 마법 폭풍에 흔적도 없이 소멸했다.

“이…… 이것이 정밀 화학의 전쟁인가.”

공작의 전율 섞인 고백에 우현은 담담하게 옷깃을 여몄다.

“전쟁 역시 물질의 강도와 결합 원리를 이용한 응용 공학일 뿐입니다. 적의 장갑이 단단하다면 장갑의 화학 결합을 끊으면 되고, 적이 저항한다면 그 저항의 법식을 해체하면 됩니다.”

절대합성의 연금술사가 제국의 북쪽 국경 한복판에서 선보인 파괴적인 분자 분해 전술은, 혹한의 심연이 보낸 위협적인 파도를 단숨에 정화하며 크로이츠 공작가 전체에 뼈에 사무치는 경외심을 깊이 아로새겨 주었다. 혹한 정벌의 세 번째 전투는 완벽하고 참혹한 승리로 끝을 맺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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