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61화: 하이브리드 빙결 세라믹의 탄생
우현의 지시에 따라 크로이츠 가문의 기사단과 연금원 엔지니어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끓는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지맥 균열 입구에, 방열 핀이 장착된 거대한 은빛 구리 열파이프 수십 개를 깊숙이 박아 넣었다. 파이프의 반대쪽 끝단은 성벽 바깥의 영하 30도에 달하는 가혹한 북부 눈보라 속에 노출되었고, 대형 알루미늄 방열 장치와 연결되었다.
열파이프의 매설이 완료되자마자, 우현은 기단부의 녹아내린 빙벽 공동 내부로 촉매 주입 호스를 밀어 넣었다.
“하나, 질화 젤 가압 주입을 개시하십시오. 압력은 3.5바(bar)로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예! 질화 젤 주입 시작합니다!”
실린더에서 밀려 나온 걸쭉한 유백색의 ‘초저온 촉매 질화 젤’이 호스를 타고 끓는 온천수가 가득 찬 빙벽 틈새로 무섭게 분사되었다.
보통의 액체라면 온천수의 높은 열기에 분해되거나 씻겨 내려갔을 터였다. 하지만 우현이 합성한 젤은 온천수의 유황 마그마 마력과 접촉하는 순간, 격렬한 킬레이트 흡착 반응을 일으키며 끓는 물과 분자 수준에서 균질하게 유화(Emulsification)하기 시작했다.
질화 젤 내의 공융 촉매 분자들이 물 분자의 수소 결합 각도를 비틀어, 급격한 열 충격 없이 물의 어는점을 영하 40도 이하로 일시 강하시킨 덕분이었다.
“아리아, 방열 서냉 공정을 전개하십시오.”
우현의 지시에 아리아가 열파이프의 방열판 끝단을 향해 촉매 반지를 겨누었다. 그녀가 시전한 정밀 제어 냉기가 방열판을 타고 내부 작동 유체를 급속도로 냉각시켰다.
위이이이이잉—!
기이한 진동음과 함께 작동 유체의 상변화(Phase Change) 사이클이 가동되었다. 지맥 지하의 온천수가 머금고 있던 엄청난 고열 에너지들이, 열파이프의 초전도 경로를 타고 지상의 방열판으로 올라와 눈보라 속으로 조용히 흩어졌다.
열기가 강제로 우회 배출되자, 온천수의 온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는점이 낮아진 젤과 물의 혼합 용액은 급격한 부피 팽창(Expansion) 없이, 비정질(Amorphous) 상태를 거쳐 매우 촘촘하고 균일한 분자 격자를 형성하며 단단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강철보다 인장 강도가 높은 ‘하이브리드 빙결 세라믹 상(Hybrid Ice-Ceramic Phase)’의 형성이었다.
지이이이익, 탁.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던 폭발적인 스팀 배출이 완전히 멈추었다.
자욱했던 붉은 마도 증기가 걷히자, 그 자리에는 기존의 푸른 빙벽보다 한층 더 단단하고 투명한 은청색의 세라믹 빙벽이 균열의 상처를 흔적도 없이 메운 채 우뚝 서 있었다. 급격한 수축이나 뒤틀림에 의한 미세 균열은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안정화율 100%. 장벽 기단부 압력 정상치로 강하했습니다.”
하나의 차분한 보고에 크로이츠 공작을 비롯한 현장의 철갑 기사들은 일제히 투구를 벗고 경탄 어린 숨을 내쉬었다.
마법사들이 억지로 막으려다 수증기 폭발을 일으키던 거대한 공동이, 우현이 장착한 구리 파이프와 은백색 젤에 의해 단 5분 만에 완벽하게 봉인된 것이다.
공작 에드워드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손으로 세라믹 빙벽을 짚었다.
“뜨거운 물의 열기를 밖으로 빼내고, 부피 팽창 없이 물을 철벽으로 굳히다니……. 마법 각인도 없는 연금술이 이토록 완벽한 물리적 강도를 낼 수 있단 말인가.”
우현이 파이프 제어기를 챙기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정밀 방열 공학입니다. 에너지는 가두려 하면 터지지만, 통로를 열어 흘려보내면 순한 양처럼 다룰 수 있지요.”
하지만 결계의 안정이 찾아온 지 채 1분도 되지 않은 순간이었다.
성벽 위에서 요란한 비상 뿔나팔 소리가 국경 전선 전체를 찢어발기며 울려 퍼졌다.
뿌우우우우우우—!
요새의 정찰병이 얼굴에 피를 흘리며 성벽 아래로 뛰어내리듯 보고했다.
“공작님! 장벽 너머 얼어붙은 심연에서 대규모 마수들의 진동이 감지되었습니다! 장벽 기단부 결계가 치료되며 뿜어낸 일시적인 마력 주파수를 감지하고, 혹한의 마수 군대 ‘빙결 야만족(Frost Demons)’의 선봉대가 결계가 완전히 굳어지기 전에 뚫고 들어오려 총진격을 시작했습니다!”
그 보고에 전람회장처럼 조용하던 요새가 순식간에 피 냄새 가득한 전쟁터의 긴장감으로 얼어붙었다.
우현이 설계한 혹한의 보수 장비가 채 자리를 잡기도 전에, 북부 장벽의 영구 봉인을 저지하려는 차가운 심연의 침략자들이 무시무시한 살기를 뿜어내며 요새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절대합성의 연금술사가 이끄는 연금원과 크로이츠 공작가의 군대가 국경 한복판에서 피할 수 없는 정면 격돌을 맞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