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63화: 얼음을 베는 칼날과 돌격의 서막
빙결 야만족의 선봉 부대가 성벽 아래에서 전멸했으나, 요새 전선의 긴박한 상황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었다.
정찰 매와 엘프 정찰병들의 추가 보고에 따르면, 적의 주력 군세는 요새 정면의 ‘빙하 협곡(Glacial Canyon)’ 깊은 곳에 거대한 연성진을 구축하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적들의 마력 원천이자 혹한의 마수들을 계속해서 소환하는 ‘빙하 토템 핵(Glacial Totem Core)’이 둥둥 떠서 강한 어둠의 동결 마력을 주입하고 있었다.
“그 토템 핵이 결계를 계속해서 침식하며 열 변형 스트레스를 유도하고 있네. 장벽을 영구 보수하려면, 결국 우리가 먼저 협곡으로 돌격해 들어가 저 토템 핵을 박살 내야 하네.”
공작 에드워드가 지도 위의 협곡 지점을 무겁게 짚으며 말했다.
하지만 빙하 협곡은 적들의 본진이자, 사방이 수십 미터 두께의 단단한 ‘성벽급 영구 빙벽’들로 둘러싸인 천연 요새였다. 일반적인 기갑 기사들의 검이나 화포로는 적들이 퇴로와 진입로에 만들어 둔 마도 방빙벽(Defense Ice Walls)을 뚫을 수가 없었다. 빙벽을 깨부수다가 마수들의 협공을 받아 몰사할 확률이 높았다.
우현은 공작의 고민을 들은 뒤, 요새 지하의 대장간 겸 야금 공방으로 내려갔다.
“공작님. 적들의 방빙벽이 단단해서 돌파가 어렵다면, 기사단의 검과 창을 한순간에 얼음을 베어 녹이는 ‘뜨거운 칼날’로 개조해 드리겠습니다.”
우현은 하나와 함께 공방의 대형 정련 가마에 동부 공장에서 가져온 구리 촉매 액과 요정림의 고순도 규소 파우더를 장전했다.
그가 합성한 것은 ‘빙결 해제 촉매 코팅제(Catalytic De-freezing Coating Solution)’였다. 금속의 표면에 리간드 전이 원소 촉매막을 도포하여, 얼음과 접촉하는 순간 수소 결합 분해 반응을 일으켜 마찰 저항을 0으로 만들어 버리는 특수 유기금속 코팅제였다.
공방의 정련로에서 뽑아져 나온 기사들의 대검과 돌격창 끝단에 우현의 은청색 촉매 용액이 분무 코팅되었다. 코팅을 마친 무기들은 칼날 표면에서 희미하고 영롱한 은금색 광택을 뿜어냈다.
“이것은…… 칼날의 마력이 느껴지지 않는군.”
크로이츠 공작가의 부단장이 대검을 휘둘러보며 의아해했다.
우현은 대장간 구석에 놓인, 방패 두께의 꽁꽁 얼어붙은 영구 빙결 바위 앞에 섰다.
“단장님. 마법을 싣지 마시고, 그저 검 본래의 무게로 저 빙결 바위를 베어 보십시오.”
부단장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대검을 양손으로 쥐고 빙결 바위를 향해 비스듬히 내리쳤다.
스으으으으윽—!
기이한 소리와 함께 대검이 단단한 얼음 바위를 지나갔다.
쇳소리나 마찰 저항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칼날이 닿는 찰나의 순간, 닿은 면적의 모든 얼음 격자들이 물처럼 흘러내려 분해되었기 때문이다. 대검은 마치 뜨거운 나이프가 버터를 자르듯, 방패 두께의 영구 빙결 바위를 단번에 일도양단하며 바닥을 찍었다.
잘려 나간 얼음 단면은 물기가 가득한 매끄러운 수면처럼 녹아 있었다.
“오오……! 얼음이 두부처럼 썰리다니!”
공방에 있던 기사단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눈을 부릅떴다.
“이 코팅검은 얼음을 ‘부수는’ 게 아니라, 얼음의 격자 결합을 ‘해체’하며 지나갑니다. 적들이 아무리 두껍고 단단한 빙벽을 쌓아 앞길을 막아도, 이 검을 쥔 크로이츠 기갑 기사단의 진격을 단 1초도 멈추게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현의 담담한 선언에 에드워드 공작은 가슴 벅찬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대단하군! 정말 대단해! 전군, 대빙결 코팅 무기를 소지하라! 오늘 밤, 우리가 직접 빙하 협곡으로 진격해 저들의 심장을 도려낼 것이다!”
“예, 공작님!”
우현이 선물한 기적의 방청 촉매 무기로 철저하게 무장한 기갑 기사단은, 차가운 눈보라를 뚫고 적들의 본진인 빙하 협곡을 향해 성난 파도처럼 진격을 개시했다. 적들이 진입로를 막기 위해 매설해 둔 거대 방빙벽들은 기사들의 칼날 아래에서 고작 물거품이 되어 사라져 버릴 처지였다. 절대합성의 산업망을 넘어 전장의 법칙을 재설계하는 기적의 카운터 어택이 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