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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6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6화: 시기와 사보타주

우현의 퇴학 처분이 전격 보류되고, 그가 보존실의 핵심 장치를 다루는 ‘보존 세공 장치 보강 담당’으로 위임되었다는 소식은 오래지 않아 아카데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특히 마법 학문은 고귀한 귀족들의 전유물이라 굳게 믿고 있던 명문가 출신의 연금술 학도들에게 이 소식은 커다란 모욕이자 충격이었다.

“그 가마솥이나 폭파시키던 천민 놈이 어찌 주임교수님의 총애를 받는단 말인가?”

고급 벨벳 망토를 걸친 금발의 소년, 율리안 폰 브라운이 찻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이를 갈았다.

브라운 가문은 제국 동부에서 대규모 광산을 운영하며 아카데미에 마나스톤을 독점 공급하는 연금술 명가였다. 율리안은 자신이 마땅히 차지해야 할 보존실 출입 권한과 수석 조교 엘리안의 인정을 한낱 평민인 우현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실기 시험을 불과 몇 시간 앞둔 깊은 밤.

율리안은 자신을 따르는 몇 명의 추종자들과 함께 아카데미 본관 구석에 위치한 우현의 허름한 개인 실험실로 은밀히 향했다.

“율리안 님, 정말 이 평민 녀석의 실험실을 건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엘리안 조교와 헤르만 교수님이 주시하고 있는 듯합니다만.”

“멍청한 녀석. 들키지만 않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내일 실기 시험에서 물약을 제출하지 못해 낙제한다면, 아무리 헤르만 교수라도 그 녀석을 감싸줄 핑계가 사라지지.”

율리안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실험실의 허술한 걸쇠를 단번에 풀어헤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어두컴컴한 실험실 내부에는 우현이 낮 동안 정리해 둔 투박한 활성탄 벽돌 조각들과 약초 찌꺼기들, 그리고 촉매 합성 반응용 용매가 담긴 유리 플라스크들이 정갈하게 놓여 있었다.

“흥, 쓰레기통이 따로 없군. 이런 조잡한 흙덩이와 풀잎으로 대단한 포션을 만들었다고?”

율리안은 테이블 위에 놓인 약초 보관함을 거칠게 걷어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와장창!

유리 용기들이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며 투명한 약초 추출 용액들이 사방으로 흘러내렸다. 율리안의 추종자들 역시 신이 난 듯 가죽 장화를 신은 발로 테이블 위에 남아 있던 숯가루와 점토들을 사정없이 짓밟아 뭉개버렸다.

“이것이 네놈의 분수다, 우현.”

율리안은 바닥에 흩어진 잎사귀들을 발꿈치로 비벼 진흙탕으로 만든 뒤, 침을 뱉고 실험실을 빠져나갔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오직 깨진 유리 조각과 진흙으로 뒤범벅된 난장판만이 남았다.

다음 날 아침.

실기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실험실 문을 연 우현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바닥을 가득 채운 유리 파편과 검붉은 진흙탕이었다.

실험실의 유일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이른 아침 햇살이, 엉망진창으로 부서진 촉매 보관함의 잔해를 쓸쓸하게 비추고 있었다.

“…….”

우현은 아무 말 없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시선이 바닥에 널브러진 뭉개진 약초 조각들과 쏟아진 용매 자국들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때, 복도 끝 모퉁이에서 율리안과 그의 무리들이 팔짱을 낀 채 이쪽을 바라보며 킥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눈빛에는 ‘낙제생 평민 놈, 이제 어떻게 할 거냐?’라는 조롱이 가득 실려 있었다.

실기 시험 시작까지 남은 시간은 단 한 시간.

이제 와서 연금학과의 공용 창고로 가 새로운 약초를 청구하더라도, 귀족 행정관들이 절차를 핑계로 시험이 끝날 때까지 재료를 내주지 않을 것이 뻔했다.

보통의 학생이라면 주저앉아 눈물을 흘리거나 절망에 빠졌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기업의 신소재 연구소 수석 연구원으로 숱한 산업 스파이와 프로젝트 사보타주를 겪어본 강우현에게, 이 정도의 유치한 장난은 분노를 넘어 헛웃음이 나오게 만들 뿐이었다.

우현은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가 바닥의 진흙탕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손가락으로 뭉개진 진흙과 약초 찌꺼기를 살짝 찍어 냄새를 맡았다.

“쓰레기라…….”

우현의 입꼬리가 차갑게 올라갔다.

“화학공학자에게 버려진 쓰레기란, 단지 아직 정제되지 않은 유용한 원자재에 불과하지.”

그의 머릿속에서 흘러내린 불순물 용액들과 흙먼지 속에 뒤섞인 마나 에센스를 분자 단위로 회수하기 위한 ‘유기 용매 분리 및 감압 정밀 환원 공정’의 메커니즘이 무서운 속도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

남들이 절망이라 부르는 부서진 실험실 한가운데에서, 절대합성의 연금술사는 자신을 짓밟으려 했던 오만한 귀족들에게 선사할 가장 통쾌한 복수의 레시피를 정밀하게 설계해 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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