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5화: 든든한 메인 스폰서
보존실 안에 흘러넘치던 무겁고 서늘한 마력 오오라가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아리아는 대리석 실험대 위에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깊은 숨을 들이쉴 때마다, 끓는 산성 용액처럼 혈관을 난도질하던 마력의 통증 대신, 이슬을 머금은 새벽빛처럼 맑고 깨끗한 생기가 온몸의 전신을 감돌았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양손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마나가…… 역류하지 않아.”
아리아의 목소리에는 깊은 감탄과 경악이 섞여 있었다.
단순히 억눌린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가슴 위에서 연한 청색 빛을 뿜어내는 수려한 기하학적 격자 모양의 배위 결정. 그것은 그녀의 넘쳐흐르는 고밀도 마나를 완벽하게 정렬하여 역류를 차단하는 동시에, 필요할 때 언제든 안전하게 끌어다 쓸 수 있는 ‘고용량 마나 배터리’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마력을 한 번 순환시켜 본 아리아의 보랏빛 눈동자가 한층 더 크게 확장되었다.
“오히려 마력 조율의 정밀도가 평소보다 훨씬 높아졌어. 황실의 대현자들이나 전설적인 신의(神醫)들조차 내 체질은 고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는데…… 대체 어떻게 이런 기적을 부린 거지?”
그녀의 시선이 우현에게 머물렀다.
우현은 헝클어진 옷자락을 대충 정리하며, 실험대 위의 연금술 기구들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기적이 아닙니다. 과학적인 조율이죠. 공작 영애의 몸은 마나가 스스로 결집하려는 성향이 너무 강해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 상태였습니다. 저는 단지 에너지가 정렬될 수 있는 나노 크기의 통로를 촘촘히 뚫어주었을 뿐입니다.”
“나노 크기의…… 통로?”
아리아는 우현이 뱉은 기묘한 언어들을 다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눈앞의 소년이 자신을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건져 올린 장본인이라는 사실만큼은 명백했다.
무재능이라 불리며 아카데미의 퇴학 위기에 몰렸던 꼴찌 우현. 그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마력의 미세 구조를 들여다보고, 그것을 제어할 수 있는 ‘절대합성의 천재 연금술사’였다.
그녀의 입꼬리가 가늘게 떨렸다. 이런 인재를 알아채지 못하고 차가운 길바닥으로 내쫓으려 했던 아카데미 교수들이 어리석게 느껴졌다.
“우현군.”
아리아는 대리석 대에서 내려와 우현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녀의 품위 있고도 진지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대의 이 놀라운 재능은 절대 묻혀서는 안 돼. 또한, 나의 생명을 구해준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지. 이에 나, 크로이츠 공작가의 장녀 아리아 폰 크로이츠가 그대의 ‘메인 스폰서’가 될 것을 선언하겠어.”
우현은 청소하던 손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
“스폰서라고 하셨습니까?”
“그래. 그대가 연구에 필요한 재료, 예산, 장비…… 그 모든 것을 우리 공작가에서 무제한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이야. 당장 내일 아침, 아카데미 총장실과 연금학 연구소에 크로이츠 가문의 명의로 대규모 ‘특별 연구 지원금’을 공표하겠어.”
아리아의 보랏빛 눈동자가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다.
“아카데미 내의 그 어떤 주임교수나 귀족 세력도 내 스폰서십 아래에 있는 그대를 건드릴 수 없을 거야. 그대는 오직 그대의 그 기이하고 위대한 연금술 연구에만 몰두하면 돼.”
크로이츠 공작가의 후원.
이것은 아카데미 안에서 우현을 향해 숨통을 조여오던 모든 보수 세력과 귀족 학도들의 사보타주를 한순간에 무력화할 수 있는 강력한 방패였다. 게다가 앞으로 그가 합성해 나갈 초합금이나 희귀 나노 소재 연구에 필요한 최고급 약초와 마법 금속들을 무제한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마르지 않는 화수분을 얻은 셈이었다.
우현은 생긋 미소 지으며 아리아를 향해 정중히 손을 내밀었다.
“좋은 파트너십이 될 것 같군요. 환영합니다, 공작 영애.”
아리아가 우현의 손을 맞잡았다. 가느다란 그녀의 손끝에는 더 이상 열병 같은 고열이 서려 있지 않았다. 오직 기분 좋은 따스함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꼴찌 낙제생의 기적과 공작 영애의 강력한 후원.
지하 보존실의 매끄러운 바닥 위에서 맺어진 두 사람의 위험하고도 찬란한 동맹이, 이세계 아카데미를 통째로 뒤흔들 거대한 신소재 연금 혁명의 찬란한 서막을 마침내 활짝 열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