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57화: 원소 주기율표와 마도 총회의 서막
지맥 3호구 습격 격퇴와 동부 변전소들의 가동으로 요정림 전체를 감싸는 스마트 마력 그리드(Smart Mana Grid) 보수 공사는 마침내 완벽하게 끝마쳐졌다.
요정림의 모든 지맥 노드가 은빛 케이블망으로 촘촘히 엮였고, 각 분기점의 전압과 유량은 우현이 개조한 자동화 대가마와 마도 반도체 칩에 의해 실시간 오차 없이 제어되었다. 숲의 결계 강도는 건국 이래 최고조에 달했으며, 고사 위기에 처했던 수십 만 그루의 거목들은 연금원이 방출한 청정 마력을 받아 눈부신 생명력을 되찾았다.
공사가 마무리된 뒤, 요정림의 왕궁 대강당에서는 황립 연금원과 요정림 간의 정식 영구 동맹 체결식이 열렸다.
엘프 여왕 오렐리아는 수백 명의 엘프 귀족들과 장로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우현에게 요정림 최고 명예인 ‘성스러운 세계수 훈장’을 수여하고 직접 서명한 평화 조약서를 건넸다.
“강우현 수석 고문이자 수호 대현자님. 그대의 정밀 화학 기술은 우리 요정림에 영구한 번영과 안전을 선사했습니다. 이 조약에 따라, 요정림은 앞으로 오직 황립 전략화학 연금원에만 정령 실리카와 희귀 허브 촉매재 등 핵심 마도 자원들을 독점 공급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로써 우현의 제국 동부 공방들은 대륙 최고급 마도 자원들을 원천 차단당할 걱정 없이 무제한으로 수급할 수 있는 완벽한 원자재 공급망(Supply Chain)을 장악했다.
모든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우현과 아리아, 하나는 엘프 대사 겸 경호원으로 임명된 엘레나의 호위 기사단을 이끌고 제국 수도를 향해 귀환의 길에 올랐다.
수도로 돌아가는 마차 안, 마도 통신 장치에서 연금원의 주임교수이자 우현의 든든한 아군인 헤르만 교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우현 원장! 요정림에서의 대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하지만 수도로 돌아오는 대로 당장 준비를 해야겠어. 황실 수상과 대현자 회의가 다음 주, 제국 의사당에서 ‘황실 마도 의회 총회(Imperial Magic Council Assembly)’를 소집했네!”
헤르만 교수의 목소리에는 흥분과 우려가 동시에 묻어 있었다.
“오스본 공작가의 파멸과 수도 마탑의 해체로 인해 제국 마도 법제와 자원 유통 질서가 완전히 붕괴했지 않았나. 황실은 이제 새로운 질서를 논의하기 위해 자네를 총회 메인 발표자로 초청했네. 자네가 이끄는 ‘전략화학 연금원’의 기술 체계를 제국의 정식 국책 표준 학문으로 등록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세기적인 자리일세.”
우현은 눈을 가볍게 빛냈다. 그가 그토록 원하던 제국 학계와 산업계의 완전한 세대교체(Generation Shift) 기회가 드디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 귀족파와 남부의 지방 마탑 세력들이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걸세. 그들은 자네의 촉매 연금술을 ‘마법의 여신에 대한 불경한 연금술’이자, 마법적 원리를 파괴하는 ‘이단의 사학(Heresy)’이라 규정하고 원천 봉쇄하려 준비하고 있네. 그들은 자네가 논리적으로 해명하지 못하면 연구원의 특허를 전면 무효화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마법의 신비주의 뒤에 숨어 부를 축적하던 보수파 마법사들의 마지막 조직적 발악이었다. 그들은 우현의 과학 논리를 자신들이 믿는 ‘마법의 법칙’으로 옭아매려 하고 있었다.
우현은 통신구를 응시하며 가볍게 웃었다.
“신비주의 뒤에 숨어 계산기를 두드리는 자들이, 드디어 정면 대결을 걸어오는군요.”
“걱정되지 않으십니까, 우현 님?”
곁에 앉은 아리아가 걱정스레 묻자, 우현은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며 자신감 넘치는 눈빛으로 대답했다.
“전혀요. 마법은 신비한 기적이 아닙니다. 분자 결합과 물리 법칙이 얽혀 만들어낸 정밀한 자연 과학일 뿐이지요. 그들이 마법의 기원을 두고 논쟁하려 한다면, 저는 그들에게 세상의 모든 원소를 정렬한 원소 주기율표(Periodic Table)와 열역학 법칙을 들이대서 완벽하게 침묵시켜 주겠습니다.”
우현의 거침없는 선언에 하나와 엘레나 역시 굳건한 신뢰의 미소를 보냈다.
요정림의 심장을 치유하고 제국 최고의 권력자로 돌아온 절대합성의 연금술사는, 이제 제국의 모든 마법 체계를 과학의 지배 하에 재편할 마지막 사상적인 전쟁터인 황실 총회를 향해 당당하게 귀환하고 있었다. 화학 혁명이 전 대륙의 마도 학문을 완전히 정복할 최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