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56화: 마력 진공과 역방향 전력 유도
요정림의 고대 정령 대가마가 정밀 자동 제어 시스템을 탑재하여 완벽하게 기동하기 시작하자, 우현은 곧바로 다음 단계의 정련 실험에 돌입했다.
그는 요정림에서 제공받은 고순도 정령 실리카와 대가마의 정밀 원소 제어 공정을 활용해, 스마트 마력 배전망의 주 제어 칩에 삽입될 핵심 소자인 ‘초전도 정령 합금 코어(Superconducting Elemental Alloy Core)’의 합성을 완료해 냈다. 이 합금 코어는 지맥의 미세한 마력 파동 요동을 미세 제어하여 백퍼센트의 에너지 정류를 가능하게 해주는 기적의 활성핵이었다.
하지만 성공적인 합성을 축하할 틈도 없이, 마탑에서 긴급 경보가 울려 퍼졌다.
삐이이이—! 삐이이이—!
“원장님! 요정림 동부 외곽의 결계 결절점인 지맥 3호구 구역이 외부 침입자들에게 공격받고 있습니다! 결계 강도가 급속도로 저하되고 있습니다!”
하나의 보고에 엘프 대장 엘레나의 얼굴이 굳어졌다.
“동부 외곽 결계는 요정림 뒤편의 그림자 숲과 맞닿아 있는 곳입니다. 마탑의 잔당들이나 오스본의 탈영 용병들이 마수들을 몰고 결계를 무너뜨려 아카데미와의 연대를 방해하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습격 부대는 오염된 대지맥의 틈새에서 깨어난 수백 마리의 ‘그림자 늑대(Shadow Wolves)’와, 그들을 통제하는 거대하고 기괴한 인공 마수 ‘어둠의 키메라(Dark Chimera)’였다.
그들은 현재 촉매 송전 케이블 매설 작업은 완료되었으나, 아직 변전소의 정류 인버터가 정식 연결되지 않아 전력 공급이 차단된 3호 노드를 집중 공격하고 있었다. 키메라가 내뿜는 부식성 어둠의 마나 브레스는 기사들의 방패와 엘프들의 나무 방벽을 순식간에 시커멓게 썩혀 문드러뜨리며 송전탑 바로 앞까지 육박해 들어왔다.
우현과 아리아, 엘레나의 정예 호위 기사들이 마도 마차를 타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3호 노드 주변은 이미 시커먼 어둠의 독무로 뒤덮여 기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원장님! 적의 키메라가 내뿜는 브레스는 마나의 엔트로피(Entropy)를 극대화해 주변 물질의 결합을 썩혀버리는 무질서 마력 독무입니다! 저 장벽선에 닿으면 은빛 케이블의 코팅막마저 박리될 수 있습니다!”
하나의 다급한 보고에 우현은 송전탑 기단부의 개방형 정크션 박스(Junction Box) 앞으로 달려갔다. 아직 변전소 인버터가 가동되지 않아 죽어 있는 케이블 단자들이 튀어나와 있었다.
“인버터가 없으면, 이 라인 자체를 거대한 ‘마력 흡수 정류기(Entropy Neutralizer)’로 치환하면 됩니다.”
우현은 품 안에서 방금 합성한 ‘초전도 정령 합금 코어’ 프로토타입을 꺼내 들었다.
그는 정크션 박스의 구리 접지 단자에 합금 코어를 직접 맞물리고, 휴대용 마력 제어기로 인버터 강제 기동 주파수를 쏘아 올렸다.
“접지 완료. 역방향 전력 유도(Reverse Power Induction) 공정을 전개합니다. 케이블 내부의 마력 채널을 흡수 진공(Vacuum) 모드로 전환하십시오.”
쿠구구구궁—!
은백색 송전 케이블들이 기분 좋은 진동과 함께 격렬하게 맥동하기 시작했다.
보통의 송전선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통로였지만, 초전도 정령 코어가 역방향으로 기동하면서 3호 노드의 케이블 단자들은 반대로 공기 중의 모든 마나 에너지를 무섭게 흡아들이는 강력한 마력 블랙홀로 변신했다.
쉬이이이이이잉—!
송전탑 주위로 거대한 마력 진공 회오리가 몰아치며, 키메라가 내뿜던 시커먼 어둠의 부식성 브레스와 엔트로피 독무들이 일방적으로 은빛 케이블 내부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독무에 포함되어 있던 어둠의 마력 분자들이 초전도 촉매 격자를 통과하는 순간, 유기 가교 중화 작용에 의해 강제로 해체되어 순수한 대지의 환경 마나와 청정 전력 에너지로 정류(Rectification)되며 지하 변전소 라인을 타고 에델가드 코어로 고속 안전 송전되어 버렸다.
키메라의 무시무시한 부식 브레스가, 우현이 장착한 케이블 흡수 구멍 앞에서 고작 발전용 땔감으로 전락하여 사라져 버린 순간이었다.
“뭐……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의 마나 흡수율이군요!”
엘레나 대사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공격 수단인 브레스를 통째로 빨앗겨 무방비 상태가 된 거대 키메라는 당황하여 제자리에 멈춰 섰다.
“아리아, 마무리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아리아가 촉매 반지를 지켜들며 냉기를 모았다.
“서리의 파도(Frost Wave).”
콰아아아아앙—!
브레스가 사라진 키메라의 몸체 전면으로 은백색의 가혹한 절대영도의 한기 폭풍이 직격했다. 무방비 상태의 키메라는 단 2초 만에 단단한 얼음 바위로 화해 굳어버렸고, 엘프 명사수들이 날린 은 화살 세례를 받고 산산조각이 나 부서졌다.
배후에 있던 그림자 늑대들은 자신들의 우두머리 마수가 순식간에 깨져 흩어지는 것을 보고 꼬리를 내린 채 숲의 어둠 속으로 도망쳐 버렸다.
단 한 대의 송전탑 손상도 없이, 요정림 동부 외곽의 습격 시도가 완벽하게 진압된 순간이었다.
엘프 장로들은 송전탑 기단부에서 평온하게 은백색 빛을 뿜어내는 합금 코어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단순히 마력을 전달하는 선로인 줄 알았는데…… 필요할 때는 적의 침공 마법을 흡수해 발전하는 방어 요새가 되는구려. 수호 대현자의 연금술은 그야말로 신계의 경지일세.”
우현은 박스를 잠그고 미소를 지었다.
“이게 스마트 마력 그리드의 진짜 위력입니다. 에너지는 조율하기에 따라 최고의 방패도, 발전기도 될 수 있으니까요.”
습격자들의 어설픈 공격조차 전력 충전의 기회로 승화시킨 절대합성의 연금술사는, 이제 요정림 전체를 감싸는 초전도 배전 네트워크의 영구 보수를 향해 거침없는 마지막 쐐기를 박아가고 있었다. 숲의 모든 생명력이 연금원의 푸른 은빛 케이블망 안에서 가장 안전하고 풍요롭게 꽃피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