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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55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55화: 정령 연성 대가마와 자동 공정 제어

지맥 7호 분기점을 가로막고 있던 뇌갑룡이 생포되자, 연금원의 전력망 건설단은 지체 없이 해당 구역에 ‘제7 촉매 마력 변전소’를 준공했다.

은빛갈기 상회의 숙련된 기술자들과 새로 훈련된 하급 연성사 엔지니어들은 우현이 제공한 초초전도 촉매 케이블들을 7호 변전소의 마도 배전반에 결속했다.

결과물은 즉각적이고 찬란하게 전 영지로 퍼져 나갔다.

위이이이이이잉—!

변전소의 대형 촉매 인버터가 우렁차게 맥동을 시작하면서, 지맥 내부의 전격 에너지가 저항이 전혀 없는 고순도의 안정된 마력 전류로 정류되어 요정림 외곽의 방대한 농업 지구와 경계 장벽선으로 고속 송전되었다.

그동안 극심한 전압 강하와 마력 공급 부족으로 인해 말라 죽어가던 엘프들의 밀밭과 희귀 마나 풀 경작지들이 은백색의 영롱한 전력 빛을 받아 생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누렇게 시들었던 이파리들이 녹색의 풋풋한 엽록소를 가득 채우며 빳빳하게 일어섰고, 굶주렸던 결계 결절점들은 100%의 방어 출력을 회복하며 요정림 외곽을 단단한 보랏빛 보호 장막으로 감싸 안았다.

밭을 돌보던 엘프 농민들은 일제히 괭이를 던지며 환호성을 질렀다.

“결계가 완전히 복구되었다! 숲이 다시 살아나고 있어!”
“제국의 강우현 대현자님 만세! 연금원의 기술이 우리 숲을 구했다!”

외곽 영지의 안전과 생태계 복구를 완벽히 마친 우현은, 여왕 오렐리아와 엘프 장로회의 정식 초청을 받아 요정림 왕궁의 기밀 보관소로 안내받았다.

그곳의 두꺼운 철문을 열자, 중앙에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고대의 전설적인 연금 유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요정림 건국 초기에 제작되었다고 전해지는 ‘정령 연성 대가마(Elemental Alchemy Reactor)’였다. 세계수의 마디목과 순수한 네 가지 원소 정령의 핵을 결합해 만든 거대하고 우아한 연성 가마였다.

오렐리아 여왕이 가마의 단상을 짚으며 씁쓸하게 말했다.

“이 대가마는 고대 신화급 원소를 마음대로 정련할 수 있는 전설의 연성기입니다. 하지만 수백 년 동안 아무도 가마에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가마에 주입되는 원소 마력의 유량과 온도를 제어하려면 시전자가 인간 컴퓨터처럼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마나 흐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조율해야 하니까요. 조율에 조금만 오차가 생겨도 정령들의 분노가 폭발해 시전자의 정신을 파괴하는 마력 백래시가 일어납니다.”

엘프 장로들은 이 신성하고 위험한 유물을 우현이 만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아무리 우현의 촉매 연금술이 뛰어나다 한들, 자연 정령들의 무질서한 날것의 힘을 인간의 기계로 길들일 수는 없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우현은 대가마의 내부 구조와 정령 핵들의 파동 통로를 면밀히 훑어본 뒤, 안경을 살짝 밀어 올렸다.

“마치 중앙처리장치(CPU)와 자동 제어 루프가 빠진 원시적인 고압 반응기를 보는 것 같군요.”

“원시적이라니? 이 가마는 요정림의 건국신이 직접 연성한 고대 성물일세!”

한 장로가 울컥하여 따졌으나, 우현은 태연하게 공구 가방에서 요정림에서 가져온 정령 실리카로 특수 연성한 ‘촉매 자동 피드백 벨브(Catalytic Feedback Valve)’와 ‘마도 반도체 제어 칩’들을 꺼내 들었다.

“마도학이 아무리 신비롭다 한들, 조율을 전적으로 시전자의 뇌신경 세포에 의존하는 설계는 공학적으로 최악입니다. 사람의 뇌는 피로를 느끼고 연산 오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전압과 마나 유량을 실시간 감지해 밸브 개폐율을 자동으로 모니터링해 주는 피드백 가 루프(Feedback Loop)를 장착하면 어떻게 될까요?”

우현은 하나와 함께 신속하게 가마의 세계수 마디목 접합부에 구멍을 내고, 나노 은선으로 엮은 센서 배선들과 반도체 제어 칩을 이식하기 시작했다.

이는 현대 화학 공장 등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공정 제어 공학(Process Control Engineering)’의 비례-적분-미분 제어기(PID Controller) 메커니즘을 마도 가마에 접목하는 혁신적인 설계였다.

가마의 내부에 마나 유량 센서와 촉매 작동 밸브가 성공적으로 삽입되고, 도선들이 중앙 마도 반도체 칩에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자동 제어 회로 활성화합니다. 1단계 정류 마나 주입.”

하나가 제어 장치의 레버를 당기자, 고대의 대가마 내부에서 윙윙거리는 기계적이고 조화로운 마력 파동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과거라면 시전자의 머리를 쪼갤 듯 요동쳤을 정령들의 광폭한 힘이, 밸브의 미세한 자동 개폐 제어 장치에 막혀 규격화된 조용한 파동으로 고속 억제되고 순화되어 흘러갔다. 가마의 압력솥 게이지가 흔들림 없이 정확한 녹색의 안정선 수치를 지탱하고 있었다.

대회의실을 덮고 있던 장로들의 불신은, 대가마의 조용하고 완벽한 작동을 확인하는 순간 순식간에 경탄으로 뒤바뀌었다. 절대합성의 연금술사가 제국의 현대 제어 공학을 통해 요정림의 가장 신성하고 위험한 유물을 마침내 완벽하게 길들이기 시작했다. 2막의 중반부를 장식할 대륙 최초의 고대 유물 자동화 공정의 위대한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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