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50화: 연금술의 민주화와 휴대용 반응 코어
수도 요정림 특별 사절단과 함께 제국 수도로 귀환한 우현의 마차 행렬은 황궁과 시민들의 뜨거운 환영을 받았다.
엘프들의 대지맥 붕괴를 막고 그들과 황실 간의 정식 평화·상업 조약을 성립시킨 소식은 이미 전 대륙에 널리 퍼져 있었다. 이로써 황립 전략화학 연금원은 제국 내에서 어떤 귀족 세력도 함부로 대적할 수 없는 초국가적 기술 권력 기관으로 공인받았다.
귀환한 당일 저녁, 우현은 연금원 대회의실에 자신의 핵심 인물들을 소집했다.
아리아와 헤르만 교수, 수석 보조 하나, 엘프 대사 엘레나, 그리고 마탑 시절 착취당하다가 현재 연금원 소속의 수석 엔지니어로 거듭난 젊은 연성사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 연금원의 새로운 시대를 열 신제품을 공개하겠습니다.”
우현은 회의실 중앙 테이블 위에 작고 아름다운 놋쇠 휴대용 금속 장치를 올려놓았다.
모양은 손바닥 크기의 회중시계와 비슷했으나, 내부에는 요정림에서 받아온 정령 실리카 원석으로 정교하게 깎아 만든 ‘마도 반도체 촉매 칩’이 장착되어 있었다. 바로 ‘휴대용 초미세 촉매 반응 코어(Portable Micro-Reactor Core)’의 완성형 시제품이었다.
“원장님, 이 작은 기어로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한 신입 엔지니어가 신기한 듯 물었다.
“직접 시연해 보이지요. 마나 서클이 아예 없는 평민 견습생 한 명을 이 자리로 불러주십시오.”
우현의 지시에 회의실 청소를 돕던 열네 살의 평민 견습 소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단상에 섰다. 소년은 마력이 전혀 없는, 평범하기 짝이 없는 아이였다.
우현은 시험관에 흙탕물이 섞인 저급 약초 찌꺼기 용액을 담아 소년에게 건넸다.
“이 용액을 반응기 상부 주입구에 넣고, 여기 있는 격발 레버를 당겨보려무나.”
“저…… 저는 마법을 쓸 줄 모르는데요, 원장님.”
소년이 겁을 먹고 주저하자, 우현이 다정하게 소년의 어깨를 짚었다.
“마법은 필요 없다. 촉매 반도체가 알아서 마력을 조율할 테니까. 그냥 레버만 당기면 된단다.”
소년은 마른침을 삼키며 은색 레버를 아래로 당겼다.
찰칵! 위이이이이잉—!
기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소년이 쥐고 있던 장치 내부에서 아름다운 비취색 마력 빛이 희미하게 명멸했다. 장치 표면에 설계된 나노 채널을 통해 공기 중의 미세 마나가 스스로 흡수되어 한 방향으로 정류(Rectification)되며 반응실 내부로 고속 순환해 들어갔다.
보통의 연성사라면 몇 시간 동안 마나를 집중해 불순물을 걸러내야 했을 반응이, 장치 내부의 촉매 반도체 격자망 안에서 스스로 원자 결합을 재배열하며 진행되었다.
단 30초 후.
탁.
반응기 하부의 노즐이 열리며, 맑고 고운 핑크빛 광채를 내뿜는 액체가 주입 병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불순물이 0.01% 이하로 극소화된, 마탑의 상급 약사들이나 끓여낼 수 있었던 순도 99%의 최고급 힐링 포션(Super Healing Potion)이었다.
회의실 전체가 무거운 침묵에 휩싸였다.
연성사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포션 병을 들여다보았다. 마력이 제로인 평민 아이가, 고작 기계 장치 하나를 쥐고 레버를 당겼을 뿐인데 최고급 마법 포션이 합성되었다.
“마법사의 독점이 깨졌군…….”
헤르만 교수가 잔뜩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의 눈에는 학문적 경외를 넘어선 전율이 서려 있었다.
“기존 마법 연금술은 강한 마나 서클을 가진 엘리트들만의 전유물이었지. 하지만 이 장치만 있다면…… 제국 전역의 일반 평민들도 군인들도, 원할 때 언제든 스스로 상급 포션을 만들어 쓸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습니다. 이것이 제가 추구하는 ‘연금술의 산업화와 대중화’입니다.”
우현은 포션 병을 흔들며 자신감 넘치게 선언했다.
“우리는 귀족과 마탑의 마법 독점을 화학 기술로 해체할 것입니다. 이 휴대용 코어를 대량 생산하여 전 대륙의 농가와 용병단, 모험가들에게 저렴하게 보급할 계획입니다. 마탑의 시대는 가고, 이제 정밀 화학 공학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회의실에 있던 마탑 출신 엔지니어들은 우현을 향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냈다. 그들의 노동을 해방하고, 마법이라는 신비의 사슬을 부수어 세상을 이롭게 만든 우현은 그들에게 단순한 고용주를 넘어 시대의 구원자였다.
아리아는 우현의 곁에서 그의 자랑스러운 모습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회의가 끝난 늦은 밤.
우현은 자신의 집무실 화이트보드에 요정림의 고대 원석과 연계된 대지맥 정류망 지도를 크게 그려놓았다.
알렉스는 책상 평상 한구석에 누워 우현이 던져준 설탕 결정을 아작아작 씹으며 꼬리를 살랑이고 있었다.
우현은 창밖으로 반짝이는 제국 수도의 야경을 바라보며,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황실 마장기 장갑판 납품부터 요정림의 원석 치유, 그리고 마도 반도체 칩 개발까지. 대방패와 결계를 녹이며 군부의 독점 파트너가 된 절대합성의 연금술사는, 이제 아카데미의 퇴학 대기생에서 대륙의 에너지를 통제하는 거대한 화학 산업 제국의 기틀을 완벽하게 다져냈다.
이 견고하고 화려한 토대 위에, 우현은 다음 단계인 대지맥 정밀 정류 및 요정림 생태 전력망 복구를 향한 세기적인 도전을 가슴 벅차게 준비하고 있었다. 1막의 장엄하고 화려한 해피엔딩이자, 대륙 전체를 지배할 더 위대한 화학 혁명의 위대한 서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