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44화: 형광 핑크의 추적과 암살자의 몰락
수도 마탑의 해체와 촉매 에너지 발전소로의 전환은 제국 정계의 거물, 오스본 공작의 파멸을 의미했다.
자신의 권력 기반이었던 마탑과 골든 크로스 상단이 한순간에 해체되고, 황실 감사관들이 공작가의 탈세 및 비리 혐의를 압박해 오자, 오스본 공작은 벼랑 끝에 몰린 쥐처럼 극단적인 모험을 결심했다.
공작은 제국 동부의 무법지대에서 은밀히 활동하던 엘리트 암살 길드 ‘그림자 칼날(Shadow Blades)’을 고용했다.
그들이 받은 임무는 ‘황립 전략화학 연금원 수도 지부’의 정식 출범식 당일, 우현을 암살하고 마도 심장을 과부하시켜 수도를 일시적인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었다. 그림자 칼날의 암살자들은 고위 은신 마법과 독극물 다루기 분야에서 대륙 최고로 꼽히는 자들이었기에, 마탑의 룬 경비망쯤은 가볍게 뚫을 수 있다고 자만했다.
수도 마탑 개조 공사를 마친 개원식 당일.
마탑 본관 로비에는 황실 귀족들과 군부 장성들이 가득 모여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삼엄한 기갑 기사들의 경계 속에서도, 그림자 칼날의 은신조 3명은 연회장 천장의 마력 유동로를 타고 소리 없이 침투했다.
그들이 펼친 5서클 은신 마법 ‘심연의 장막(Abyssal Veil)’은 신체뿐만 아니라 마력의 흔적과 체온, 소리까지 완벽하게 차단하는 최고급 암살 마법이었다.
하지만 우현은 이 세계의 마도 은신 기술이 지닌 맹점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은신 마법이 아무리 신체와 소리를 숨겨도, 시전자의 몸 주변에 상주하는 마력 격벽(Mana Barrier) 자체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마력을 휘감아야만 빛을 굴절시키고 온도를 조절할 수 있으니까요.”
우현은 개원식 전날 밤, 마탑 전체의 환기 시스템에 특별한 화학물질을 극미량 혼합해 두었다.
그것은 ‘마나 감지 발광 촉매 가스(Mana-Sensing Luminescent Catalytic Gas)’였다. 인체에는 무해하고 냄새도 없지만, 공기 중에 떠돌다가 고밀도의 마력 파동과 접촉하면 급격한 분자 여기(Excitation) 현상을 일으켜 밝은 형광 핑크색 빛을 뿜어내는 촉매 가스였다.
은신을 풀지 않고 복도를 걸어가던 암살자들의 몸 주변으로 기묘한 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아무것도 없어야 할 빈 허공에서, 갑자기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한 네온 핑크색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세 명의 인간 형상을 완벽하게 조각해 내기 시작했다.
암살자들이 한 걸음 걸을 때마다, 형광 핑크색 구름이 그들의 실루엣을 따라 격렬하게 반짝였다. 5서클 은신 마법이 뿜어내는 마력 격벽이 공기 중의 발광 촉매 가스와 반응해 그들의 은신막을 실시간으로 야광 윤곽선(Silhouette)으로 드러내 버린 것이다.
“이…… 이게 뭐야! 왜 내 몸에서 빛이 나는 거지?”
한 암살자가 경악하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으나, 그의 손은 은신 마법으로 보이지 않았다. 오직 그 손 주변을 감싼 형광 핑크빛 안개 구름만이 웅켜진 단검의 형태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어둠 속의 네온사인처럼 훤히 드러난 침입자들의 모습에 복도를 순찰하던 기갑 기사들이 단번에 검을 뽑아 들었다.
“침입자다! 천장 복도에 핑크빛 실루엣 3명 발견!”
“망했다! 퇴각하라!”
암살자들은 황급히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으나, 그들이 뛰어가며 일으키는 공기의 흐름을 따라 형광 핑크색 흔적이 허공에 선명한 발자국처럼 찍혀 남았다.
기사들은 방향을 겨냥할 필요도 없이 형광 빛이 모여 있는 구름을 향해 대검을 내리쳤고, 5서클 방어 마법마저 깨뜨리는 대인용 마도 충격탄이 그들을 강타했다.
콰아앙—!
“커헉……!”
암살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다. 은신 마법은 완전히 해제되었고, 그들의 가슴팍에는 촉매 가스의 형광 반응 물질이 달라붙어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반짝였다.
단 3분 만에, 대륙 최고의 암살단이라 자부하던 자들이 경비병들과 물리적인 접촉 한 번 해보지 못하고 가스 감지만으로 검거된 것이다.
연회장에서 긴급 보고를 받은 헌병대장 밴스 경과 레온 원수가 경비병들에게 포위된 암살자들 앞으로 걸어왔다.
암살자 우두머리는 철가면 같은 군부의 압박과 밴스 경의 살기 서린 심문에 사시나무 떨듯 떨며 품 안에서 금속 낙인이 찍힌 명령서와 오스본 공작의 서신을 토해냈다.
“오, 오스본 공작의 명령을 받았습니다! 강우현 원장을 죽이고 마도 심장을 파괴하라는 내용입니다! 가문의 공식 인장도 여기 있습니다!”
그 결정적인 증거를 받아 든 레온 원수의 얼굴에 무시무시한 미소가 서렸다.
“기어이 황실과 군부를 상대로 반역의 칼날을 뽑아들었군, 오스본 공작.”
원수는 서신을 꽉 쥐어 부수며 밴스 경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즉시 황실 기갑 기사단 전원에게 무장 동원령을 내린다. 오스본 공작가를 반역죄로 긴급 체포하고 가문을 봉쇄하라. 저항하는 자는 반역자로서 즉결 처형한다.”
“원수부령 받들겠습니다!”
밴스 경이 군화를 울리며 출동 명령을 내렸다.
이로써 우현의 암살 기도는 오히려 그들의 목을 찌르는 완벽한 독침이 되어 돌아갔다. 오스본 공작가는 제국 기사단의 무자비한 토벌을 면치 못하게 되었고, 우현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제국 최대의 정적을 정치적 사형대로 보낼 기회를 마련했다.
우현은 조용히 창밖으로 출동하는 기사단의 횃불 행렬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교한 분자식과 예측 모델이 그 어떤 화려한 검술보다 강력하고 무자비한 최강의 지혜임을 다시 한번 세상에 입증한 날이었다. 절대합성의 산업망을 해하려던 자들은 이제 완벽한 파멸의 벼랑 끝으로 굴러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