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40화: 평상 위의 건배와 새로운 목표
서소 요새에서의 전대미문의 무혈 승전보는 제국 수도를 통째로 뒤흔들었다.
황실 공식 일간지는 1면에 우현의 초상화와 함께 ‘서부의 기적, 마법 장벽을 녹인 촉매 연금술’이라는 헤드라인을 대서특필했다. 한때 포션 솥을 폭파시키던 아카데미 꼴찌 낙제생은 이제 온 제국민의 칭송을 받는 영웅이자 국방의 수호자로 칭송받고 있었다.
승전의 피로가 가시기도 전에, 우현은 아카데미 뒷마당 조용한 숲길 끝에 자리 잡은 단골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수십 년 된 거대한 고목 아래에 넓은 평상(Platform)이 놓여 있는 호젓한 야외 주점이었다.
오늘 밤 평상 위에 모여 앉은 이들은 우현과 아리아, 헤르만 교수, 수석 보조 하나, 그리고 우현의 기숙사 실험실 평상 선반 한구석에 누워 우현이 남긴 합성 실패 찌꺼기를 간식처럼 맛있게 먹으며, 몸에서 마력 합성용 청색 불빛을 뿜어주는 희귀 마수 날개 다람쥐 조수 알렉스였다.
“자! 다들 잔을 들게나! 제국의 영웅이자, 내 가장 자랑스러운 동료인 우현 원장을 위하여!”
헤르만 교수가 호탕하게 웃으며 묵직한 나무 잔을 번쩍 들어 올렸다. 잔 안에는 거품이 풍성하게 일어나는 짙은 갈색의 ‘난쟁이 보리 맥주’가 가득 차 있었다.
“위하여!”
우현과 아리아, 하나도 일제히 잔을 부딪쳤다.
알렉스는 자신의 작은 손에 꼭 맞는 미세한 유리잔에 담긴 달콤한 포도 엑기스를 홀짝이며 뺨을 실룩거렸다. 녀석의 꼬리 끝에서 터져 나오는 은은한 청색 스파크가 테이블 위를 환하게 밝혔다.
시원한 맥주를 들이켠 헤르만 교수가 감회에 젖은 눈으로 우현을 바라보았다.
“정말 꿈만 같은 일이로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자네의 퇴학 서류를 보며 골치를 썩이고 있었는데, 이제는 제국 군부의 핵심 두뇌가 되어 수도 마탑의 엘드레드 녀석을 벌벌 떨게 만들다니. 내 평생 연금술을 가르쳐 왔지만, 물질을 이토록 정교하고 계산적으로 다루는 학문은 처음 보네.”
“연금술은 기적을 바라는 종교가 아니라,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법칙을 응용하는 계산 과학이니까요.”
우현은 흐뭇하게 맥주잔을 매만지며 말했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군부 납품 계약은 우리의 굳건한 재정적 기반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지요.”
하나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원장님, 다음 단계라 함은…… 무엇인가요?”
“수도 마탑의 공식 납품 유통망 독점권 인수, 그리고 마탑 자체의 인수합병(M&A)입니다.”
우현의 거침없는 계획에 하나는 숨을 들이켰고, 헤르만 교수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마탑을 아예 사버리겠다는 거로군! 과연 우현다워. 이번에 골든 크로스 상단이 해체되고 수도 마탑의 재정이 바닥을 치고 있으니, 군부의 배후 지원과 우리의 천문학적인 방청 코팅제 수익을 합치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지!”
“그렇습니다. 마탑의 낡고 비효율적인 연성 공방들을 전부 현대식 화학 반응 공장으로 개조할 계획입니다. 대륙 전역에 저렴하고 순도 높은 마나 소재를 공급하는 ‘정밀 화학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대륙의 기득권인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신비주의 뒤에 숨어 폭리를 취할 때, 우현은 화학의 대중화와 산업화를 통해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무르익고 깊어가는 밤하늘에는 은하수가 눈부시게 흘러내렸다.
헤르만 교수와 하나가 알렉스를 데리고 먼저 취해 방을 잡으러 들어가고, 평상 위에는 우현과 아리아 두 사람만이 남았다.
밤바람에 아리아의 은백색 머리칼이 가볍게 흩날렸다. 그녀는 보랏빛 눈동자로 우현의 옆얼굴을 조용히 응시하다가, 잔잔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현 님.”
“예, 아리아.”
“고마워요. 제 목숨을 살려주시고 마나 폭주를 치료해 주신 것부터…… 오늘날 이렇게 우리 연구소가 제국을 바꾸는 순간을 함께하게 해주신 것까지 전부 다요. 처음엔 그저 살기 위한 파트너십이었지만, 이제는 제 삶의 가장 큰 자부심이 되셨습니다.”
그녀의 진심 어린 고백에 우현은 아리아의 따뜻한 손을 지그시 잡았다.
“저야말로 아리아가 없었다면 이 거친 판타지 세계에서 연구소를 세우지도 못했을 겁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완벽한 반응 유도 촉매(Catalyst)였던 셈입니다.”
“촉매……라니, 과연 우현 님다운 비유네요.”
아리아가 낮게 웃으며 우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었다.
두 사람은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앞으로 펼쳐질 더 넓고 거대한 미래를 그렸다.
대방패와 장벽을 녹이며 군부의 독점 파트너가 된 절대합성의 연금술사는, 이제 아카데미의 꼴찌 실험실에서 벗어나 대륙 전체의 야금학을 정복하고 세계의 산업 지도를 바꿀 찬란한 신기원을 완벽히 완성해 냈다. 1막의 완벽한 마무리이자, 더 거대한 모험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