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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39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39화: 이지스 웰의 붕괴와 결합 해제 촉매

삭센 왕국과의 국경선인 서소 백작령 전선은 그야말로 팽팽한 살얼음판과 같았다.

거대한 바위 요새를 등진 삭센 왕국의 가시 성벽 앞에는 푸른빛을 발하는 거대 반구형의 ‘이지스 웰’ 장벽이 굳건하게 버티고 있었다. 삭센 왕국 최고의 마도 장벽 사단원 30명이 교대로 마력을 주입하여 유지하는 그 방벽은, 제국군이 쏘아 올린 포탄들을 가볍게 튕겨내며 불패의 위용을 과시했다.

“바보 같은 제국군 녀석들! 그까짓 물리 포탄으로 마탑의 수호 장벽을 뚫으려 하다니!”

요새 성벽 위에서 삭센의 장벽 마도사들이 껄껄 웃으며 비웃음을 흘렸다. 장벽 뒤에 위치한 그들의 마도포 진지는 안전하게 마력을 충전하며 제국군 진지를 향해 일방적인 포격을 퍼붓고 있었다.

제국군의 전선 요새 지휘소.

흙먼지가 묻은 야전 제복을 입은 헌병대장 밴스 경은 초조한 표정으로 우현과 아리아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앞에는 촉매 연금원에서 완성하여 긴급 수송해 온 녹색 코팅의 특수 포탄 세 발이 놓여 있었다.

“우현 원장님. 정말 이 세 발의 포탄으로 저 난공불락의 이지스 웰을 깨뜨릴 수 있습니까? 삭센의 장벽 사단은 마력 결합을 계속해서 실시간 보강하고 있습니다. 충격을 가해도 금세 메워질 텐데요.”

“밴스 대장님, 제가 만든 것은 충격을 주는 포탄이 아닙니다.”

우현은 특수 포탄의 격발 퓨즈를 확인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 포탄 안에는 고농축 ‘마나 결합 분해 촉매’가 기화성 가스 형태로 가득 충전되어 있습니다. 장벽에 충격을 주는 대신, 장벽을 구성하는 마나 입자들의 분자적 가교 결합을 끊어낼 촉매제이지요. 준비가 끝났으니, 곧바로 포격을 개시해 주십시오.”

밴스 경은 침을 삼키며 명령을 내렸다.

“박격포 사격 준비! 우현 원장의 특수탄을 장전하라!”

포병들이 허둥지둥 박격포에 녹색 포탄을 밀어 넣었다. 목표는 요새 정면의 이지스 웰 장벽 중앙부였다.

“발사!”

푸웅—!

둔탁한 격발음과 함께 녹색 포탄이 포구를 떠나 허공에 거대한 포물선을 그렸다. 포탄은 삭센 요새의 푸른 장벽 표면에 닿는 순간, 요란한 폭발음 대신 하는 소리와 함께 껍데기가 쪼개지며 사방으로 연녹색의 안개 가스를 넓게 기화시켰다.

“응? 겨우 가스탄인가?”

“제국군 녀석들이 드디어 실성을 했군! 수호 장벽에 독가스라도 뿌리겠다는 건가? 하하하!”

삭센의 마도사들은 녹색 가스가 장벽 표면을 뒤덮는 것을 보며 비웃었다. 마도 장벽은 물리적인 기체나 액체의 침투를 완벽히 차단하므로, 가스 따위는 장벽 바깥에서 흩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3초를 가지 못했다.

연녹색의 가스 분자들이 장벽 표면의 고밀도 마나 사슬과 접촉하는 순간, 기묘한 화학적 치찰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익—!

마치 뜨겁게 달구어진 철판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소리였다. 녹색 가스 촉매가 닿는 곳마다, 투명하고 견고하던 푸른 마도 장벽의 표면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급격하게 얇아지기 시작했다.

가스 내의 유기 가교 해제 촉매가 이지스 웰의 마나 배위 결합 결절점들을 선택적으로 집어삼켜 고속 분해(Selective Depolymerization)해 버린 것이다.

“어…… 어어? 마나 링크가 끊어지고 있다!”

“장벽의 밀도가 급강하 중입니다! 마력이 공급되고 있는데도…… 결합이 유지가 안 됩니다!”

삭센의 장벽 마도사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아무리 마력을 쏟아부어도, 장벽에 닿는 순간 마나가 구조를 이루지 못하고 흩어져 버렸다. 분자 결합력을 잃은 마나는 더 이상 ‘장벽’이라는 물질의 형태를 유지할 수 없었다.

와자작! 바삭!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굉음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요새 전체를 감싸고 있던 난공불락의 이지스 웰 장벽이, 녹색 안개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를 따라 한순간에 녹아내리며 무질서한 환경 마나의 바람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장벽이 붕괴한 것이다.

동시에, 장벽에 긴밀하게 마력을 동조시키고 있던 30명의 삭센 마도사들이 끔찍한 마력 역류(Mana Backlash)를 맞이했다.

“끄아아아악!”

“커헉……!”

그들은 일제히 피를 토하며 성벽 바닥으로 쓰러졌다. 결합되어 있던 마나 네트워크가 강제로 끊어지면서 그들의 심상 속 마나 회로가 통째로 꼬이고 파괴된 탓이었다. 요새의 심장이자 철벽방어가 단 1분 만에 완벽하게 무력화되었다.

“……말도 안 돼.”

밴스 경은 들고 있던 망원경을 떨어뜨릴 뻔했다. 수주일 동안 수백 명의 목숨을 바쳐도 흠집 하나 내지 못했던 삭센의 자랑거리가, 고작 포탄 한 발에 허무하게 녹아내렸다.

우현은 담담하게 외쳤.

“대장님, 적의 방벽 마도사들은 전부 무력화되었습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정신을 차린 밴스 경이 즉시 검을 치켜들었다.

“마도 살상 선봉대, 돌격하라! 적의 성벽을 점령하라!”

와아아아아!

함성과 함께 제국군의 기갑 부대와 마도 기사들이 방어벽이 사라진 요새를 향해 성난 파도처럼 돌격했다. 삭센 왕국의 수비대는 공포에 질려 제대로 저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무기를 버린 채 항복했다.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이, 국경선에서 가장 험난하다던 서소 요새가 제국군의 손에 넘어온 순간이었다.

승전보가 울려 퍼지는 요새의 연병장.

밴스 경은 우현 앞에 서서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우현 원장님. 당신은 오늘 수천 명의 제국군 병사들의 목숨을 구하셨습니다. 원장님의 촉매 연금술은 이제 제국군의 승리를 담보하는 가장 강력한 전쟁 억제력입니다.”

“저는 그저 물질의 결합 원리를 이용했을 뿐입니다.”

우현은 흩어지는 연녹색 가스의 흔적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미소를 지었다.

기존의 마법사들이 거대한 마력과 화력으로 서로를 부수려 할 때, 우현은 물질의 결합 자체를 해체하는 조용한 화학 반응으로 전장을 지배했다. 그의 촉매 연금술이 대륙의 군사 지도를 바꿀 최강의 열쇠로 등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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