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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38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38화: 황립 전략화학 연금원 승격

황실 청문회에서의 압도적인 승리는 에센셜 아카데미의 행정 판도마저 바꾸어 놓았다.

청문회가 끝난 다음 날, 아카데미의 총학장인 발터 대현자가 직접 촉매 연구실을 방문했다. 평소 학문적 중립을 핑계로 마탑과 귀족 가문의 눈치를 살피던 학장은, 우현의 손을 꼭 잡고 연신 허리를 굽혔다.

“우현 원장! 진심으로 축하하네. 아카데미의 안전 규정을 빌미로 마탑이 무리한 청원을 제기해 마음고생이 심했을 텐데, 청문회에서 아카데미의 명예를 드높여 주어 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네!”

학장의 입에서 나온 ‘원장’이라는 칭호는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다.

학장은 뒤따라온 비서관에게 화려한 양각 문장이 새겨진 양피지 문서를 건네받아 우현에게 내밀었다.

“황실 의회의 권고에 따라, 아카데미 이사회는 오늘부로 촉매 연구소를 연금학과에서 완전히 독립된 특별 연구 기관인 ‘황립 전략화학 연금원(Imperial Academy of Strategic Chemistry)’으로 승격하기로 결정했네! 우현 소장은 이제 원장(Director)으로 추대되어, 기존 학과장들과 동등한 지위와 독자적인 예산 집행권, 그리고 자체 인재 임명권을 가지게 될 것이네.”

우현은 잔잔하게 웃으며 임명장을 수락했다.

이로써 그는 더 이상 학점을 신경 써야 하는 학생이 아니었다. 아카데미 내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완전한 독자 세력으로 군림하게 된 것이다.

우현의 지도 교수였던 헤르만 교수는 그 모습을 보며 호탕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꼴찌 낙제생으로 내 방에서 퇴학 권고서를 들고 달달 떨던 녀석이, 이제 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원장 동료가 되었구나! 세상만사 참으로 알 수 없는 일이로다. 축하한다, 우현 원장!”

“교수님의 지지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겁니다.”

우현은 헤르만 교수와 가볍게 악수를 나누었다.

연구소 식구들은 승격 축하 파티를 간소하게 치른 뒤,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새로 수석 연구 보조가 된 평민 출신 하나는 기가 죽을 법도 한데, 우현이 설계해 준 ‘연속 흐름 촉매 반응기(Continuous Flow Catalyst Reactor)’의 마나 순환 압력을 정교하게 조율하며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었다.

평화로운 정돈도 잠시, 군부로부터 급박한 마법 서신이 날아들었다. 발신인은 그랜드 마셜 레온 원수였다.

서신을 읽은 우현의 눈매가 예리해졌다.

“무슨 일인가요, 우현 님?”

아리아가 다가와 물었다.

“국경 분쟁 지역인 서소 백작령에서 군부의 ‘마도 살상 선봉대’가 고전하고 있다는 군요. 적대국인 삭센 왕국의 수호 장벽 마도 사단이 시전하는 고위 방어 장벽인 ‘이지스 웰(Aegis Wall)’ 때문입니다.”

우현은 책상 위에 서신의 마법 투영 장치를 활성화했다.

투영된 홀로그램 화면에는 거대한 반구형의 반투명 마력 방벽이 전장을 뒤덮고 있었다. 제국군의 대포와 물리적인 투석기, 심지어 4서클 공격 마법들이 방벽에 가차 없이 충돌했으나, 방벽은 미세한 굴절만 일으킬 뿐 아무런 타격도 입지 않았다. 장벽이 유지되는 동안, 적의 마법 사단은 안전하게 마력을 충전하며 제국군을 일방적으로 유린하고 있었다.

“기존 마탑의 해결책은 장벽이 머금은 총마력량을 상회하는 초거대 마법진을 구성해 과부하(Overload)를 일으켜 터뜨리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수십 명의 고위 마도사들과 막대한 양의 마나스톤이 소모되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요. 원수님은 우리 촉매 기술로 이 장벽을 단시간에 붕괴시킬 방안이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아리아가 지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이지스 웰은 고밀도로 정렬된 마나 결합망입니다. 물리적으로 깨뜨리는 것은 철벽을 맨주먹으로 치는 것과 같아요. 화학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있을까요?”

우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물론입니다. 장벽 역시 결국 마나 분자들이 일정한 배위 결합을 통해 구조화된 네트워크에 불과합니다. 단단하게 연결된 분자 사슬(Polymer Chain)을 끊어버리는 ‘가위’가 있다면, 아무리 거대하고 단단한 장벽이라도 순식간에 녹아내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우현은 즉시 연구실 화이트보드로 걸어가 마나 분자의 화학 구조식을 그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합성할 제품은 ‘마나 결합 분해 촉매 에어로졸(Mana-Cleavage Catalytic Aerosol)’입니다. 마나 사슬의 특정 가교(Cross-link) 부위를 표적으로 삼아 분자 결합을 가수 분해하듯 촉매적으로 분해(Catalytic Cleavage)하는 물질이지요. 장벽 표면에 닿는 순간, 결합력이 급격히 상실되면서 거대한 마력망이 무질서한 환경 마나로 산산이 와해될 겁니다. 에너지를 억누를 필요 없이, 결합 자체를 해체하는 겁니다.”

우현의 거침없는 이론에 하나가 받아적으며 탄성을 질렀다.

“마법을 해제(Dispel)하는 게 아니라, 마나 결합 자체를 화학적으로 분해한다……. 이론상 결합 에너지가 낮아지면 장벽은 자체 무게와 마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저절로 붕괴하겠군요!”

“정확합니다. 하나, 연구원들을 소집해 반응 가마에 황산 리간드 용액과 요정림의 고농도 규소 추출물을 장전하십시오. 3단계 고압 촉매 반응을 통해 ‘장벽 붕괴용 촉매 마도탄’의 합성을 시작하겠습니다.”

“예, 원장님!”

우현의 지시에 연구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적들이 견고한 마법 장벽 뒤에서 아군의 포격을 비웃고 있을 때, 우현은 마법의 근본인 마나 결합 자체를 해체하는 세상에 없던 분해 촉매를 연성하고 있었다. 제국의 군사 판도를 다시 한번 뒤엎을 침투성 연금 무기의 합성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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