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34화: 액상 추적 촉매와 함정 수사
서부 외곽 도로에서 아카데미로 향하는 잡철 원석 수송 마차들이 출발했다는 소식은 곧바로 우현의 귀에 들어왔다.
제1 특별 연구실의 정밀 지도 테이블 위에 양손을 짚고 있던 우현은 지도의 특정 지점들을 조용히 응시했다. 그의 옆에 서 있던 아리아가 우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우현 님, 정말 오스본이나 골든 크로스 상단이 물류를 습격할까요? 아무리 그래도 군부와 계약된 연구소의 원료인데…….”
“그들은 이 원료들이 단순한 ‘잡석과 흙더미’로 등록되어 있다는 점을 노릴 겁니다. 군부의 정식 군수 수송단이 아니라 민간 상회인 은빛갈기 상회가 운송하고 있으니까요. 도적단이나 마수의 습격으로 위장해 마차를 수렁에 처박거나 탈취하면, 군부로서도 단순 사고로 보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계산했을 겁니다.”
우현은 책상 한편에 놓인 작은 구리빛 실린더를 집어 들었다. 실린더 내부에는 형광성 푸른빛을 희미하게 뿜어내는 액체가 담겨 있었다.
“그래서 미끼를 던졌고, 표식도 해두었습니다.”
“표식이라뇨?”
“‘액상 공명 추적 촉매(Resonant Tracer Catalyst)’입니다. 현대 화학에서 특정 화합물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때 쓰는 방사성 동위원소나 형광 마커(Fluorescent Marker)의 원리를 연금술로 구현한 것이지요. 은빛갈기 상회가 출발시키기 전, 모든 원석 상자의 밑바닥과 광석 표면에 이 무색무취의 촉매 액체를 분무해 두었습니다. 이 액체는 마력의 미세 주파수에 반응해 독특한 파동을 방출하지요.”
우현은 주머니에서 오목한 유리 렌즈가 달린 정밀 프리즘 장치를 꺼내 보였다.
“이 추적 장치로 들여다보면, 광석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반경 5킬로미터 내에서는 귀신같이 잡아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움직이도록 흘려둔 가짜 이동 경로 정보 덕분에, 군부 역시 미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현은 이미 엑스포 이후 자신들을 철저히 보호해 주겠다고 약속한 레온 원수의 원수부 직속 헌병대와 연락을 취해 둔 상태였다. 군수 물자 조달의 안전망을 시험하기 위해 ‘도적단의 위협이 감지되었다’는 명목으로 헌병 순찰대를 해당 구역에 배치한 것이다.
같은 시각, 서부 고속도로 초입의 울창한 숲길.
은빛갈기 상회의 마차 다섯 대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덜컹거리고 있었다. 숲길의 좁은 코너를 돌던 순간, 갑자기 굵은 나무 기둥들이 도로 위로 쓰러지며 마차들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정지! 정지해라!”
마부들이 급히 고삐를 잡아당겼다. 수풀 속에서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린 십여 명의 괴한들이 무기를 치켜들며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몸에서는 거친 마력과 오러의 흐름이 느껴졌다. 골든 크로스 상단이 고용한 베테랑 용병들이었다.
“마차에 실린 짐을 전부 압수한다! 반항하면 목숨은 없다!”
괴한들의 우두머리가 마부를 거칠게 걷어차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그들은 신속하게 마차 뒤편의 천막을 찢고 원석 상자들을 확인했다. 붉은 녹이 가득한 싸구려 광석들인 것을 확인하자, 우두머리는 비열한 웃음을 지었다.
“소문대로 진짜 쓰레기 돌멩이들이군. 이런 걸 가져다가 연금을 한다니 낙제생 녀석도 참 불쌍하네. 어서 마차를 빼돌려라! 외곽의 비밀 창고로 옮겨서 전부 강에다 쏟아버려!”
그들은 마차를 탈취해 지름길을 통해 수도 외곽의 외딴 가죽 가공 창고로 고속 이동했다.
어둡고 습한 창고 내부로 마차들이 들어서고, 용병들이 상자들을 내려 강물에 처박을 준비를 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쾅—!
창고의 거대한 나무 문이 강력한 마력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나며 날아갔다.
자욱한 먼지 구름 사이로 푸른빛의 마력 조명이 창고 내부를 대낮처럼 밝게 비췄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제국 군부 원수부 직속 기갑 헌병대의 철갑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난입했다.
“황실 군부 원수부령이다! 전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헌병대장 밴스 경의 엄숙한 사자후가 창고를 울렸다.
예상치 못한 정예 군대의 등장에 용병들은 아연실색했다. 몇몇이 창문을 통해 도망치려 했으나, 창문 밖에는 이미 얼음 장벽이 쳐져 도주로가 완벽히 차단된 상태였다.
기사들의 뒤편에서 우현과 아리아가 유유히 걸어 들어왔다. 우현의 손에는 형광빛으로 명멸하는 추적 프리즘 장치가 쥐어져 있었다.
“어……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거지? 흔적을 전부 지웠을 텐데!”
용병 우두머리가 이빨을 갈며 외쳤다.
우현은 말없이 프리즘 장치를 창고 안의 광석 상자들을 향해 비췄다. 그러자 평범한 흙먼지로 덮여 있던 광석 상자들이 어둠 속에서 눈이 시릴 정도로 찬란한 네온 블루 빛을 뿜어내며 실시간으로 공명하기 시작했다.
“지워지지 않는 화학적 지문(Chemical Fingerprint)을 묻혀 두었으니까요.”
우현이 용병 우두머리 앞으로 다가갔다.
“너희들이 훔친 것은 단순한 잡석이 아니다. 제국 군부와 정식 계약을 맺은 촉매 연구소의 ‘1급 군수 조달 원료’다. 헌병대장님, 군수 물자 탈취 및 조달 방해죄는 제국 군법상 즉결 처형에 해당하는 중죄가 맞습니까?”
헌병대장 밴스 경이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용병들을 내려다보며 검을 고쳐 잡았다.
“정확하다. 제국 군령 제14조에 의거, 전시 및 군비 증강 기간의 군수품 사보타주는 반역죄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즉결 처형 또는 영구 지하 탄광 노역형에 처한다.”
그 선언에 용병들은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일제히 무기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살려주십시오! 저희는 그저 돈을 받고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골든 크로스 상단의 뮐러 상단주가 시켰습니다! 그자가 원료 공급을 끊어놓으라고 명령했습니다!”
살기 가득한 군대의 포위망 속에서 용병들은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들을 고용한 배후를 불어버렸다.
아리아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우현을 바라보았다.
“배후가 아주 확실하게 잡혔군요. 뮐러 상단주와 골든 크로스 상단은 이제 군부의 직속 분노를 마주하게 될 겁니다.”
우현은 은백색으로 빛나는 원석 상자들을 쓰다듬으며 조용히 속삭였다.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군부의 칼날을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지, 똑똑히 가르쳐 주지.”
골든 크로스 상단이 설치한 어설픈 덫은, 우현의 정밀한 화학적 추적과 군부 세력을 이용한 역공에 걸려 그들의 목을 옥죄는 단두대의 밧줄로 변해버렸다. 절대합성의 산업망을 흔들려던 자들은 이제 제국 군대의 엄정한 철퇴를 직면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