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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33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33화: 촉매 정련탑과 대량 생산의 시작

은빛갈기 상회와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지 사흘째 되던 날, 에센셜 아카데미 광장은 이색적인 광경으로 가득 찼다.

수십 대의 마차들이 줄을 지어 아카데미 정문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마차들에 실린 것은 최고급 마나스톤이나 진귀한 약초가 아니었다. 붉은 녹이 덕지덕지 슬고 불순물이 섞여 푸석푸석한, 그저 길가에서 파내어 던져둔 것 같은 싸구려 잡철 원석과 황토 흙더미들이었다.

연구동 창밖으로 이를 지켜보던 마탑 출신의 학도들은 조소를 터뜨렸다.

“저것 보라고. 제1 특별 연구실을 차지하더니, 고작 쓰레기 매립지에서나 쓸 법한 잡철들을 산더미처럼 들여놓고 있군.”
“아무리 엑스포에서 깜짝 쇼를 보여줬다지만, 연금술의 기초는 좋은 소재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법이지. 저런 쓰레기들로 군부 납품 물량을 맞추겠다는 건가?”

조롱 섞인 시선 속에서도 우현은 의연하게 지시를 내리며 원석 상자들을 연구실 내부로 옮겼다.

제1 특별 연구실 중앙에는 거대한 원통형 촉매 반응탑(Catalytic Reaction Tower)이 우뚝 서 있었다. 우현이 현대의 석유화학 정유탑과 화학 반응기 설계를 이 세계의 연금 장치 구조에 접목해 직접 연성한 거대 장치였다. 탑 표면에는 수십 갈래의 유기용액 튜브와 열 교환용 배관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우현 님, 원석 준비는 끝났습니다.”

아리아가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그녀의 뒤로는 알렉스가 조그만 안전모 모양의 종이 장난감을 머리에 얹은 채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그럼 공정을 시작하겠습니다. 1단계 촉매 정련입니다.”

우현이 제어 밸브를 돌렸다.

반응탑 하부의 해치로 엄청난 양의 잡철 원석들이 투하되었다. 동시에 연구실 구석의 거대한 촉매 보관 탱크에서 미리 합성해 둔 녹색 리간드 용액이 뿜어져 나와 원석들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쿠구구구궁—!

마력 기어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반응탑 내부에서 웅장한 진동음이 울려 퍼졌다.

보통의 연금술 정련이라면, 용광로의 엄청난 고열로 철을 녹여 불순물을 일일이 걷어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대량의 석탄과 화염 마법 석탄이 소모되었고, 유독가스도 가득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우현의 촉매 정련은 상온에 가까운 온도에서 진행되었다.

유기 촉매 분자들이 잡철에 섞인 황, 인, 산화철 등 유해 물질들에 화학적으로만 선택 결합(Selective Binding)하여 분리해 냈기 때문이다. 반응기 외부창을 통해 들여다본 내부는 붉고 푸른 마력 불꽃과 함께 액체의 색상이 화려하게 변하고 있었다.

스르륵, 탁.

잠시 후, 반응탑 하부의 배출 슈트가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밀려 나온 것은, 놀랍게도 거울처럼 매끄럽고 은백색 광택이 번쩍이는 직사각형 모양의 순철 잉곳들이었다. 불순물이 0.01% 이하로 극소화된, 강철의 순도가 극한에 이른 완벽한 결과물이었다.

“……믿을 수 없군요.”

지켜보던 아리아가 넋을 잃고 잉곳을 만져보았다.

“뜨거운 용광로도, 망치질도 없이 고작 용매를 섞어 흘려보냈을 뿐인데…… 이렇게 순도 높은 강철이 쏟아져 나오다니요. 마탑의 제련 공방들이 보면 기절초풍할 광경입니다.”

“이게 촉매의 힘입니다. 반응 장벽(Activation Energy)을 낮춰 필요한 결합만 고속으로 유도하니까요. 이제 이 잉곳들을 티타늄 촉매 용액에 담가 표면 분자 격자를 강화하면, 레온 원수님이 주문한 ‘초합금 티타늄 연금 합판’이 완성됩니다.”

우현은 쉬지 않고 다음 공정을 가동했다.

잉곳들이 컨베이어 마도 장치를 타고 차례로 이동해 표면 배위 결합 공정으로 넘어갔다. 하루에 대방패 100개 분량의 장갑판을 거뜬히 뽑아낼 수 있는, 이 세계 최초의 ‘연금술 공장 라인’이 정상 궤도에 오른 것이다.

같은 시간, 수도 마탑 근처에 위치한 제국 최대의 마도 상회 ‘골든 크로스 상단’의 본부.

상단주 뮐러는 책상을 신경질적으로 내리치며 서류들을 흩뿌렸다.

“은빛갈기 상회가 서부의 폐광산에서 잡철들을 쓸어 담아 아카데미로 납품하고 있다고? 게다가 그들이 시장에 풀기 시작한 물건이 대체 뭐야!”

뮐러의 곁에 선 심복이 땀을 흘리며 작은 유리병 하나를 바쳤다. 은빛갈기 상회가 최근 수도 상업 지구에 출시해 대히트를 치고 있는 ‘나노 촉매 방청 코팅제’였다.

“……이 코팅제입니다, 상단주님. 농민들이 쟁기와 낫에 이 액체를 한 번 바르고 나면, 1년 동안 녹이 슬지 않아 골든 크로스 측의 농기구 재구매율이 반 토막 났습니다. 부두의 선주들 역시 배의 쇠못과 닻에 바르겠다며 은빛갈기 상회 앞에 줄을 서서 선금을 내고 있습니다. 은빛갈기 상회의 매출이 벌써 지난달의 다섯 배를 넘어섰습니다.”

뮐러의 안색이 흉포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우현의 원자재 줄을 끊어놓기 위해 고급 철광석 유통을 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현은 쓰레기 광석으로 공급망을 대체했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나온 부러진 고철들을 재활용하기 위해 만든 방청 코팅제로 골든 크로스 상단의 주력 시장인 철제 도구 유통망마저 뒤흔들고 있었다.

“낙제생 녀석이 감히 내 밥그릇을 깨뜨리려 드는군.”

뮐러가 잔인한 눈빛으로 턱을 괴었다.

“은빛갈기 상회가 살아난 것은 전부 저 촉매 연구소와의 원석 독점 계약 덕분이다. 그렇다면…… 아카데미로 들어오는 저급 원석 수송 마차들을 통째로 날려버리면 그만이지.”

“하지만 상단주님, 그 마차들은 군부 납품 물량의 원료가 아닙니까? 걸리면 원수부에서…….”

“바보 같은 소리. 은빛갈기 상회가 보내는 마차가 군용 자물쇠로 잠겨 있더냐? 그저 길가에 널린 잡석과 진흙을 실은 잡마차일 뿐이다. 습격 흔적을 서부의 악명 높은 마수나 길거리 들개 도적단의 소행으로 위장하면 군부로서도 사소한 물류 사고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원료 공급이 끊겨 제때 납품을 못 하면, 원수부의 계약서 조항대로 촉매 연구소는 신뢰를 잃고 파멸할 것이다.”

뮐러의 입가에 교활한 미소가 번졌다.

“당장 서부 외곽 도로에 사냥개(Thugs)들을 배치해라. 다음번 원석 수송 마차 행렬이 오면, 단 한 대도 아카데미 정문을 넘지 못하게 수렁으로 처박아버려라.”

우현의 거침없는 기세에 위협을 느낀 기득권의 어두운 마수가 결국 물리적인 습격이라는 극단적인 형태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현대 화학 공학자의 계산기가 이미 습격 경로와 대응책까지 계산에 넣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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