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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30화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30화: 압도적인 성능과 검증의 시간

시연장이 위치한 엑스포 대강당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지켜보던 황실 장교들과 수도의 귀족들, 그리고 마탑에서 파견 나온 원로 학사들마저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그들의 시선은 무대 좌측 거치대에 올려진 3센티미터 두께의 얇은 은판, 그리고 그 아래에서 눈부신 청색 마나를 가득 품은 채 윙윙거리는 마나스톤 보관함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적을 깨뜨린 것은 우현의 가벼운 발걸음 소리였다.

우현은 주머니에 한 손을 넣은 채 느긋하게 무대 위로 걸어가 은판의 모서리를 톡톡 두드렸다.

“이로써 촉매 연구소의 시연을 마치겠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6서클의 번개 마법 에너지는 전부 회수되어 마나스톤에 안전하게 충전되었습니다. 은판 자체의 손상은 제로입니다.”

그제야 얼어붙었던 관중석이 폭발하듯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6서클 번개가 직격했는데 그을음조차 없다고?”

“30센티미터짜리 티타늄 합판도 반쯤 찢어졌는데, 고작 저 얇은 판때기가 버틴 건가?”

“마법을 방어한 게 아니라…… 빨아들였다고 했지? 그게 가능한 기술인가?”

사방에서 쏟아지는 경악과 찬탄의 목소리 사이로, 율리안 브라운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사기다! 이건 조작이야!”

율리안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단상 아래로 뛰어내렸다. 그의 뒤로 수도 마탑의 학사들이 허둥지둥 뒤따랐다.

“단 3센티미터의 두께로 6서클 뇌격을 버티는 금속 연성은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 필시 환영 마법을 썼거나, 번개의 위력을 감쇄시키는 특수한 방어 스크롤을 무대 밑에 숨겨두었음이 틀림없다! 검증관! 당장 저 은판과 무대를 정밀 감식해야 합니다!”

율리안의 억지에 우현은 콧방귀를 꼈다.

“율리안 공자. 패배를 인정하는 법을 아직 못 배우셨나 보군요. 감식이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다만, 마탑의 편향된 감식반 대신 객관적인 분들이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그때, 귀빈석의 가장 높은 자리에서 한 남자가 몸을 일으켰다.

제국 군부의 실권자이자 대제국 기갑 기사단을 이끄는 그랜드 마셜, 레온 폰 아인스하르트 원수였다. 그의 묵직한 군화 소리가 시연장 바닥을 울리며 무대로 이어졌다. 그의 곁에는 군부 수석 전투 마법사들과 황실 공인 감정관들이 호위하듯 섰다.

“감식은 내 지휘하에 군부 감정단이 직접 하겠다.”

레온 원수의 엄숙한 목소리에 율리안은 마지못해 입을 다물며 물러섰다.

레온 원수는 먼저 브라운 가문이 자랑하던 30센티미터의 이지스 타이탄 대방패 앞으로 갔다. 그는 금이 가고 타버린 룬을 묵묵히 짚어본 뒤, 이내 우현의 3센티미터 복합 판넬로 걸음을 옮겼다.

“감정관, 조사를 개시하라.”

원수의 명령에 군부 마법사들이 감정 장치와 마나 측정 기구를 들이댔다. 푸른빛의 감정 마법 장벽이 은판을 여러 번 훑고 지나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감정관들의 얼굴에 경탄의 기색이 짙어졌다.

“원수님. 감정 결과…… 외부 마법의 개입이나 트릭은 전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은판의 표면과 내부 모두 순수한 마나 유동만 기록되어 있습니다. 놀랍게도…… 미세 균열(Micro-crack)이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열 변형률은 0.02% 이하, 물리적 손상률은 완전히 0입니다.”

감정관의 보고에 관람석이 다시 한번 동요했다. 레온 원수가 직접 장갑을 벗고 거친 손으로 진주빛 은판의 표면을 쓸어내렸다.

“정말로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군. 6서클 마법이 휩쓸고 간 직후인데도 차갑기까지 해. 우현 소장, 대체 어떤 원리로 이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소화해 낸 것인가?”

우현은 레온 원수의 예리한 눈빛을 마주하며 미소를 지었다.

“‘배위 촉매를 이용한 전자기 유도 정렬’입니다.”

우현은 은판의 단면도를 묘사하듯 손끝으로 격자무늬를 그렸다.

“전통적인 방패 연성은 충격을 ‘버티는’ 것에 집중합니다. 율리안 공자의 방패가 그렇지요. 두꺼운 질량과 마나 룬의 저항력을 이용해 파괴력을 강제로 억누릅니다. 하지만 물리 법칙상, 저항이 강할수록 에너지는 열과 응력(Stress)으로 전환됩니다. 결국 방패 내부에서 열팽창이 일어나 균열이 가고 룬이 타버리는 겁니다.”

우현의 설명에 레온 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군부에서 오랫동안 겪어왔던 방패 파손의 전형적인 메커니즘이었다.

“하지만 저희 촉매 연구소의 은판은 다릅니다. 이 은판은 ‘금속-유기 골격체(MOF)’를 나노 구조 수준에서 배치하고, 그 틈새에 고밀도의 마나 유도 촉매를 이식했습니다. 번개가 표면에 닿는 순간, 격자 구조 내부의 유기 촉매들이 전자의 흐름을 가로막지 않고, 오히려 초전도 경로를 열어 충격 에너지를 전기 전도율 100%의 질서 정연한 흐름으로 강제 전환합니다.”

우현은 이어서 마나스톤 보관함을 가리켰다.

“즉, 방어한 것이 아니라 에너지의 흐름을 ‘재배치’하여 안전한 곳으로 흘려보낸 것입니다. 에너지가 방패에 머물지 않고 곧바로 마나스톤으로 배출되었으니, 방패에는 열도, 압력도 쌓이지 않는 것이 당연합니다. 방패는 그저 통로의 역할만 수행했을 뿐이니까요.”

“방어를 에너지 바이패스(Bypass)와 발전(Generation)으로 치환했다는 소리군. 실로 경이로운 발상이다.”

레온 원수의 눈에 깊은 감탄의 빛이 어렸다.

그때 율리안이 억울함을 참지 못하고 다시 끼어들었다.

“궤변입니다! 저런 나노 구조니 촉매니 하는 기괴한 방식은 제작 공정이 극도로 복잡할 것이 분명합니다! 군부에 납품할 군용 장비는 대량 생산성과 단가가 생명입니다. 연구실에서나 겨우 하나 만들어낼 수 있는 예술품은 전쟁터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습니다!”

그 말은 일리가 있었기에 주변의 몇몇 장교들도 수긍하는 기색을 보였다. 율리안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우현은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율리안 공자. 당신들이 제작한 이지스 타이탄 대방패 하나를 연성하는 데 드는 비용이 얼마입니까?”

“……황금 500닢이다. 하지만 마탑의 정예 연성사들이 달라붙어 한 달이면 제작할 수 있지!”

“황금 500닢에 한 달이라.”

우현이 은판을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 ‘초합금 티타늄 연금 합판’의 제작 단가는 황금 30닢입니다. 제작 기간은…… 저희 연구소의 촉매 반응기를 돌리면 단 3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뭐, 뭐라고……?”

율리안의 턱이 쩍 벌어졌다. 시연장 전체에 찬바람이 부는 듯한 침묵이 흘렀다.

“단가 30닢에 3시간? 그게 말이 되는 소리를 하란 말이다!”

“우리는 귀한 오리하르콘이나 고위 룬 문자를 새기지 않습니다. 저렴한 일반 강철과 구리, 그리고 황산 구리와 슬라임 점액을 촉매 합성한 유기 배위 결합체를 나노 석출 공정으로 도포할 뿐입니다. 원재료 가격이 거의 들지 않지요. 대량 생산이요? 공장에 촉매 반응 가마 몇 개만 증설하면 하루에 수백 판도 뽑아낼 수 있습니다.”

우현의 담담한 선언은 수도 마탑의 존재 의의 자체를 뒤흔드는 폭탄 선언이었다.

값비싼 마법 자원과 일류 연성사들의 노가다에 의존하던 군용 방패 시장을, 저렴한 화학 합성 공정으로 완전히 대체하겠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레온 원수는 붉게 물든 마나스톤 보관함과 은판을 번갈아 보았다. 군부의 수장으로서 그가 내릴 결정은 이미 자명했다. 성능은 수십 배 뛰어나고, 무게는 10분의 1이며, 단가는 15분의 1도 되지 않는 장비가 눈앞에 있었다.

레온 원수가 고개를 돌려 우현을 바라보았다.

“우현 소장. 제국 군부를 대표해 공식적으로 선언하겠다. 이번 황실 마장기용 복합 장갑판 및 수호 장비 납품 권한은 촉매 연구소에게 독점 위임한다. 아울러 차세대 제국군 기갑 장비 개량 사업의 메인 스폰서십 역시 촉매 연구소가 가져갈 것이다.”

“현명한 결정이십니다, 원수님.”

우현이 예의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

“아아아……!”

율리안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수도 마탑의 학사들 역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제국 최대의 국방 예산이 걸린 황실 마장기 납품 계약이, 고작 아카데미 꼴찌였던 낙제생의 손에 넘어가 버린 순간이었다.

무대 뒤편에서 지켜보던 아리아가 천천히 우현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에는 숨길 수 없는 긍지와 기쁨이 가득 차 있었다.

“해내셨군요, 우현 님.”

아리아가 조용히 속삭였다.

“이제 시작입니다, 아리아. 우리 연구소가 제국 최고로 올라설 기반이 드디어 완성되었습니다.”

우현은 몰려드는 제국 기자들과 계약서를 들고 다가오는 군부 서기관들을 바라보며,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절대합성의 연금술사가 제국 학계와 군부를 지배할 첫 발걸음이 완벽하게 딛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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