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26화: 등급 심사와 새로운 자격
제국 수도에서 개최될 ‘제국 무기 및 연성술 엑스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절차가 존재했다.
제국 교단과 황실이 연계해 설립한 ‘제국 연금술 협회’의 규정상, 대형 엑스포에 독자 부스를 열고 정식 연금 합금이나 마장기 장갑판을 대외적으로 시연하기 위해서는 최소 ‘상급 연금술사(High Alchemist)’ 이상의 정식 등급 자격증이 필요했다.
현재 우현이 공식적으로 보유한 등급은 수습 학사들이나 가지는 최하급 ‘견습(Apprentice)’ 등급에 머물러 있었다.
“기적의 촉매 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이 있어도, 제국 법률의 규제 장벽을 넘지는 못해요. 수도의 브라운 가문 녀석들이 분명 이 자격 요건을 걸고넘어지며 엑스포 참가를 취소시키려 들 거예요.”
아리아가 연구소 소장실 테이블 위의 제국 자격증 규정집을 짚으며 말했다.
우현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수트 가운을 챙겨 입었다.
“그렇다면 즉시 연금술 길드 지부로 가서 등급 심사를 받으면 될 일입니다. 등급 승급 시험이 그리 복잡합니까?”
“보통은 수개월의 행정 절차가 걸리지만…… 크로이츠 가문의 영지 보증과 기적의 촉매 연구소장의 지위라면 당장 오늘 오후에라도 긴급 심사를 청구할 수 있어요. 다만, 지부장이 브라운 가문의 방계 세력이라 심사가 호락호락하지는 않을 거예요.”
“오히려 잘 됐습니다. 행정 처리가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오후 2시, 아카데미 인근의 제국 연금술 길드 서부 지부.
웅장한 돌기둥으로 장식된 길드 로비는 소식을 들은 길드 소속 연구원들과 연금술사들로 붐비고 있었다. 우현과 아리아가 지부장실로 입장하자, 코밑에 콧수염을 기른 깐깐한 중년 사내, 펠릭스 지부장이 거만하게 의자에 기대앉아 그들을 맞이했다.
“크로이츠 공작 영애의 추천이 있어 긴급 심사를 개설했네만…… 견습 등급에서 곧바로 상급 등급으로 세 단계를 건너뛰겠다는 신청은 전례가 없네. 우현 소장.”
펠릭스는 율리안의 부친인 브라운 백작에게 막대한 뇌물을 정기적으로 상납받아 온 자였다. 그는 우현이 수도 엑스포에 참가해 브라운 가문의 군수권을 완전히 파멸시키는 상황을 어떻게든 지연시켜야 했다.
“등급은 실력으로 증명하는 법이지요. 전례가 없다면 오늘 만들면 됩니다.”
우현이 태연히 답했다.
펠릭스 지부장은 비열하게 눈을 가늘게 뜨더니, 미리 준비해 둔 철제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좋네. 그럼 길드 규정에 따른 최고 난이도의 실기 테스트를 진행하겠네. 과제는…… 여기 있는 ‘공동의 마도 광물(Void-Metal Ore)’을 이용해, 마력 저항율을 0%에 수렴하게 제련하는 ‘공동 마도 촉매판’을 단 한 시간 안에 연성하는 것일세.”
주변에 있던 길드 소속 시험관들이 수군거렸다.
“공동의 마도 광물이라고? 저것은 마력을 주입하는 족족 내부에서 에테르 붕괴가 일어나 폭발하는 극악의 난치 광물인데!”
“한 시간 안에 마력 저항 0%의 촉매판을 만드는 건, 마탑의 원로 장인들도 성공하기 힘든 시험이다. 대놓고 떨어뜨리겠다는 심보로군.”
펠릭스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마장기 합판을 잘 만든 소년이라 해도, 이 마력 폭발이 일어나는 변종 광물을 단시간에 통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우현은 시험대의 마도 광물을 한눈에 훑어보고는 피식 웃었다.
“에테르 붕괴 현상은 광물 내부에 갇혀 있는 불균일한 미세 공극들 때문입니다. 주입된 마력이 그 공극 내부에서 와류(Vortex) 현상을 일으켜 이상 과열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죠. 제어해야 할 건 마력이 아니라, 금속 격자의 균일성입니다.”
우현은 즉시 주머니에서 푸른색 ‘유기 아민 산 촉매제’를 꺼내 광석 표면에 살포했다. 그리고 길드가 제공한 소형 온열 프레스 기기에 광물을 밀어 넣었다.
우우우웅—!
프레스의 압력이 가해짐과 동시에, 우현은 온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광물 내부의 공동들이 분학적으로 재배열되도록 유도했다.
초음파 룬을 가볍게 튕겨 미세 음파 충격파를 가하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던 마도 광물의 내부 공동들이 촉매의 유도 하에 마치 벌집처럼 규칙적이고 촘촘한 ‘나노 격자 꿀벌집 구조’로 순식간에 재배열되기 시작했다.
반응 시간 단 15분.
척—
프레스 기기가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것은, 눈부신 하늘색 빛으로 잔잔하게 진동하는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공동 마도 촉매판이었다.
펠릭스 지부장이 허둥지둥 감정용 아티팩트를 들이댔다. 아티팩트의 표시기 룬이 밝은 녹색 빛을 내뿜으며 최종 수치를 띄웠다.
[감정 수치: 마력 저항률 0.00%.]
[상급 연성 등급 돌파!]
“이, 이것은…… 완벽한 나노 공동 구조의 촉매판……! 15분 만에 마력 저항을 완벽히 제로로 제어했다고?”
펠릭스는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뻔하며 서명 패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규정상 이 수치가 나오면 등급 승인을 거부할 핑계가 전혀 없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길드 총본부 인장이 찍힌 금빛 ‘제국 상급 연금술사 자격장’ 서류에 인장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우현은 금빛으로 빛나는 정식 상급 자격증 카드를 손에 쥐며 아리아를 향해 미소 지었다.
“수도 엑스포 입장권이 마련되었군요. 이제 제국 전체를 무대로 놀아봅시다.”
오만한 길드 지부장의 방해마저 가볍게 분자 제어 공학으로 참교육해 버린 천재 소장 우현. 이제 그는 제국 정식 상급 연금술사의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고, 제국 전체의 군수 산업을 송두리째 삼켜버릴 거대한 제국 수도 엑스포의 결전을 향해 거침없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