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술은 화학으로 합니다

25화: 촉매 의복의 완성물과 새로운 적들의 태동
우현은 갓 수집한 백색의 고탄성 나노 섬유 가닥들을 정밀 방직기에 올렸다.
바느질과 재봉 역시 전통적인 방식 대신, 섬유 표면의 분자 접합 촉매를 미세한 압력 쐐기로 결합시키는 화학 접착(Chemical Bonding)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이렇게 완성된 이너웨어(Innerwear) 상의는 실크보다 얇고 가벼웠으며, 바늘구멍이나 접합선 하나 없이 매끄러운 단일 면 구조를 자랑하고 있었다.
“한번 착용해 보시죠.”
우현이 백색의 얇은 촉매 의복을 아리아에게 내밀었다.
아리아는 호기심과 불신이 섞인 눈빛으로 의복을 받아 들고 소장실 안쪽의 탈의실로 향했다. 잠시 후, 마법과 수석 단복 아래에 촉매 의복을 받쳐 입은 아리아가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녀의 눈동자는 이미 커다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믿을 수 없어. 깃털보다 가벼운데, 피부에 닿는 순간 온몸의 마력 회로가 저절로 정렬되는 느낌이야. 마나의 흐름에 단 한 점의 저항도 느껴지지 않아.”
아리아가 손끝을 들어 가볍게 허공에 룬을 새겼다.
스스슥!
평소보다 캐스팅 속도가 정확히 절반으로 단축되며, 영롱한 서리 서클이 단 1초 만에 허공에 피어났다. 마력의 분학적 정렬 촉매가 주변 대기 속의 에너지를 광속으로 연결해 준 덕분이었다.
“물리적인 방어력도 테스트해 볼까요.”
우현은 마법 표적 인형에 촉매 의복을 입히고, 엘리안 조교에게 3서클 관통 마법인 ‘아이스 펄스(Ice Pulse)’ 시전을 지시했다.
샤아아아악—! 콰직!
강철 판재도 뚫어버리는 날카로운 얼음 화살이 인형의 가슴을 직격했다.
하지만 폭압이 일어난 순간, 백색의 촉매 의복은 고무처럼 유연하게 늘어나며 충격점을 따라 그물망처럼 에너지를 사방으로 고르게 분산시켰다. 충격이 완전히 소실되자 얼음 화살은 맥없이 산산조각이 나 바닥으로 떨어졌고, 인형 내부에는 미세한 타격조차 전해지지 않았다.
“두께 1밀리미터도 되지 않는 섬유가 3서클 관통 마법을 무력화시켰어…….”
엘리안 조교가 지팡이를 떨어뜨릴 뻔하며 중얼거렸다. 가죽 갑옷이나 사슬 갑옷의 무겁고 둔탁한 시대를 완전히 종식시킬, 마법 의류학의 일대 혁명이었다.
하지만 이 눈부신 위업이 아카데미 영지 내부를 뒤흔들 무렵, 수도의 최고 권력가 서고에서는 또 다른 거대한 음모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군부의 장갑판 계약을 빼앗기고, 브라운 가문의 광산까지 회수당했다니! 그 평민 놈의 연성 기술을 이대로 두면, 대대로 철강과 무기 유통을 지배하던 우리 귀족 가문들의 입지가 송두리째 붕괴한다!”
화려한 백장미 문장을 새긴 황실 고위 의원들과 수도 마탑의 마법 장인들이 모여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브라운 백작의 파멸을 목격한 그들은, 우현의 신소재 연금술이 귀족 권력 전체를 위협하는 칼날이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그들이 결성한 것은 ‘마도-신소재 견제 마탑 동맹’이었다.
“그 평민 소장에게 공식적으로 도전장을 보내라. 곧 황실 수도에서 개최될 ‘제국 무기 및 연성술 엑스포’에 크로이츠 가문과 기적의 촉매 연구소의 이름으로 참가하도록 압박하는 것이다. 그 자리에서 우리가 비밀리에 개발한 최고급 마법 합금 장비들로 그 녀석의 조잡한 나노 섬유와 얇은 합판을 만천하에 찢어버리고, 군부의 계약권을 강탈해 오겠다!”
그들의 오만하고도 거대한 자본적, 학술적 연대가 우현을 파멸시키기 위해 거대한 수도 엑스포의 무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샘의 어두운 음모가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지만, 우현은 연구소 대청마루 평상에서 알렉스가 뿜어내는 청색 번개 불꽃을 바라보며 시원한 난쟁이 맥주를 목에 들이켜고 있었다.
“수도 엑스포라…….”
아리아가 전해온 도전장을 확인한 우현의 입꼬리가 태연하게 올라갔다.
“제국 수도 전체의 낡은 군수 생태계를 제 촉매 방직 기술과 소결 공학으로 송두리째 인수(M&A)해 버릴 아주 훌륭한 쇼케이스 무대가 마련되었군요. 사양할 이유가 없습니다.”
귀족 동맹의 거대한 도전장을 통쾌하게 짓밟고, 제국 전체의 군수 산업과 방어구 패러다임을 절대합성의 과학으로 완벽하게 지배해 나갈 천재 소장 강우현의 신소재 연성 신화는, 더 거대하고 눈부신 수도 엑스포의 대무대를 향해 한층 더 도발적이고 찬란하게 첫 번째 막을 가르고 있었다.